[기자수첩] 대표 1년간 상임위 출석률 0%… 큰딸 결혼식 때 '축의금' 줄 세워 구설도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뉴데일리 DB

    올해 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 <더 포스트>가 개봉됐다. 1971년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극비문서를 워싱턴포스트가 폭로하는 내용이다.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 役)과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톰 헹크스 役)가 취재한 실화, '펜타곤 페이퍼 사건'이 소재다. 이 영화에는 백악관이라는 권력기관이 특정 언론의 취재를 '패싱'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 대한민국 집권 여당 추미애 대표가 특정 기자를 향해 "또 왜곡하시려고? 빠져 주셔, 귀하는. 노 생큐"라고 말하며 질문을 '패싱'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영화에서 워싱턴포스트 사주 캐서린은 경영이 안 좋아 주식공개와 투자 유치에 나선다. 그러는 와중에, 백악관으로부터 특정 여기자를 닉슨 대통령 딸 결혼식 취재에 보내지 말라는 연락을 받는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편집국장 벤은 '헛소리'라고 화를 내며, 곧바로 그 여기자를 결혼식 취재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주의 권유에도 아랑곳 않는 편집국장의 고집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때부터 백악관과 신경전을 벌이던 워싱턴포스트는 천신만고 끝에 '펜타곤 문서'를 입수, 보도해 언론의 의무와 사명을 지킨다.

    북핵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지난해 11월, 추미애 대표는 4박 6일간 미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자리에서 방미 성과를 묻는 한 언론사 기자에게 추 대표는 "벌점 빠져주셔"라며 손을 내저었다. 해당 언론이 그동안 왜곡성 보도를 해 믿을 수 없다는 몸짓이었다. 농담조로 말하긴 했지만, 여당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구설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6월 30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큰 딸 결혼식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 주요 관계자 40여 명이 총출동해 당·정·청(黨·政·靑) 회의를 방불케 했다는 말이 나왔다. <더 포스트>의 한 장면처럼, 성대한 행사에 누군가 초를 칠까 봐, 그의 '성질'처럼  특정 매체의 취재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였다. 40여 년이 흘러 언론 자유가 발전된 지금, 기자들은 편하게 참석해 취재를 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호화 결혼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집권 여당의 대표가 청첩장을 내고 결혼식을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지도층이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추 대표 큰딸의 결혼 소식은 지난달 20일쯤 '모바일 청첩장'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급속히 알려졌다. 이날 400명 넘는 하객이 몰려 축의금 접수창구 앞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지난 2015년 딸 결혼식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축의금 역시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황교안 당시 총리 후보자의 경우와 대비된다.

    임기 마치는 추미애, 상임위 출석률은 0%

    추 대표의 임기는 이제 두 달도 안 남았다.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10여 명에 이르는 차기 당대표 후보들이 △친문, △86그룹, △비문 등으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전을 예고하고 있다. 추 대표는 지방선거 압승 이후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듯, 남은 임기를 무사히 채우기 위해 야당과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그는 지방선거 후 민주평화당에서 제기한 '연정론'에 대해 "가능성은 0%"라고 강하게 반대하면서도 구체적인 말은 아꼈다.

    한편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한 추 대표의 지난날 의정활동 성과는 어떨까. 대통령 탄핵·정권교체·지방선거 압승이라는 3가지 빛나는 성과 아래, 그의 성적표에는  '1년간 상임위 참석률 0%'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19대 국회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당 대표를 맡았던 여야 대표 가운데 가장 낮은 출석률이다.

    사법·입법 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은 3일 발표한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전수 조사 결과'에서 "지난 1년 동안 출석률이 0%인 경우는 추미애 의원 말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유럽 해외출장 일정이 포함된 외통위 국정감사에만 유일하게 참석했을 뿐이다. 추 대표 측은 "당 대표로서 당무활동에 여념이 없어서 어려웠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법률소비자연맹은 국회 상임위 운영의 문제점으로 ▲폐회 중이더라도 주 2회 상임위 회의와 정례회의를 하도록 한 국회법을 지키지 않는 점 ▲처리해야 할 법안에 비해 회의시간을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부분 ▲부실한 안건 심사와 의결 ▲상임위 폐기 법안에 대한 심사보고서 부실 ▲대표발의 의원조차 법안 폐기 이유를 모르고 있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추다르크'라 불리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족적을 남긴 집권 여당 대표의 초라한 '상임위 성적표'를 보는 국민들 시선은 편치 않을 것이다. 그는 차기 국무총리 등 청와대 개각설에도 주요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도 충분히 열려 있기에, 벌써부터 정치인의 '게으름'이 우려된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추 대표의 임기가 끝나도 그의 정치 행보를 견제·감시하는 언론의 지속적인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저널리즘의 사명이고 추구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영화 <더 포스트>에서 당시 미국 정부는 언론사를 상대로 '펜타곤 문서 추가 보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며 압력을 가한다. 워싱턴포스트 직원은 판결을 알려주는 전화를 받고, 자사의 보도가 국익침해·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의견을 전 직원에게 수화기 너머로 전달해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을 수호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