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직 선관위 직원 27명 수사 의뢰"참고자료까지 포함하면 연루자는 49명"
  •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뉴데일리DB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뉴데일리DB
    감사원이 '자녀 특혜채용'과 관련이 있는 전·현직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30일 감사원은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지 9개월 만이다.

    김진경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제3과장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요청에 더해 참고 자료까지 송부한 것까지 포함하면 연루자는 49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실시된 선관위 경력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000회가 넘는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지방 선관위 경력 채용(167회)에서는 800여 회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중앙 선관위 경력 채용(124회)에서도 규정 위반이 400여 회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관위를 "가족회사"라고 지칭하며 "감사원 생활 24년 간 이렇게 공직자를 뽑는 기관은 처음이라 충격적"이라고 언급했다.

    고발된 선관위 인사 명단에는 중앙선관위 김세환·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도 포함됐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 아들 김모 씨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1월 인천시 선관위로 이직했다.

    당시 정원 초과였던 인천선관위는 김 씨 지원 뒤 경력 채용 인원을 추가로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에게 면접 점수 만점을 준 인원은 다름 아닌 김 씨 결혼식 때 축의금 접수를 했던 선관위 직원이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김 씨를 '세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의 후임이던 박찬진 전 사무총장 딸 박모 씨는 광주 남구청에서 근무하다 2022년 3월 전남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전남선관위는 박 씨 채용 과정에서 외부 면접위원에게 점수 없이 서명만 기재한 평정표를 요구했고, 선관위 인사담당자가 사후에 면접 점수를 조작하면서 박 씨를 합격시켰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 송모 씨는 충남 보령시에서 근무하다가 '비공개 채용'을 통해 2018년 3월 충북 선관위로 직장을 옮겼다. 당시 채용은 송 전 차장이 인사담당자 등에게 채용을 청탁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감사원은 확인했다.

    지방 선관위도 비위가 만연하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으로 근무했던 A 씨의 자녀는 2021년 10월 서울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당시 면접위원이 평정표를 '연필'로 작성했고, 이후 인사담당자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할 수 있었다.

    더욱이 관련 업무를 맡았던 선관위 관계자는 내부 감사가 시작되자 서류함을 "갈아버리라"고 지시한 정황도 적발됐다.

    충북 선관위 직원들은 직원 자녀가 속해있던 군청의 군수를 찾아가 전출 동의를 압박해 경력 채용을 진행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경북 선관위는 응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직원의 자녀의 합격을 위해 서류 시험에 부당 개입했다.

    이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는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이들에 대한 임용 취소나 징계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인 데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은 공공기관임에도 상식에 맞지 않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