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비판에도 "대권 라이벌이라 비판하는 것" 과민 반응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학부모 간담회에 이어 최고위원회의 공개 모두발언에서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선친의 전력을 거론하며 네거티브를 해,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최고위원회의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학부모 간담회에 이어 최고위원회의 공개 모두발언에서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선친의 전력을 거론하며 네거티브를 해,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최고위원회의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학부모 간담회에 이어 공개 회의의 모두발언에서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선친의 전력(前歷)을 거론하는 등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대선 주자 간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앞선 결과가 나온 직후의 일이라 공교롭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을 향한 안철수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해서도 대권을 의식하며 맞받아친 바 있어, 결국 이 모든 언동이 '대권병(病)' '대통령병'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말로 포장을 해도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국정교과서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는 이번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일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공격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카페 알베르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그 두 분의 선대가 친일·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배경이고 발단"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당장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19일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야당의 문재인 대표가 선친의 경력 때문에 교과서를 만든다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이 빨치산이라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꿨느냐"고 거칠게 반박했다.

    독설(毒舌)은 독설을 부르고,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쟁 만을 유발할 뿐이다. 22일 청와대에서 5자 회동이 예정돼 있어 얼굴을 맞대고 만나서 정국 현안을 논의할 사이인데도, 정치 금도에 어긋난 상대 당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에도 친일(親日) 전력을 거론하자면 자유롭지 못한 인사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연좌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발언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발언의 시점이 공교롭게도 지난 16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13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1대1 대결을 가정한 결과 김무성 대표가 46.1%로 40.8%에 그친 문재인 대표를 눌렀다.

    다자 대결에서는 양자의 지지율이 박빙이었으나, 1대1 대결을 가정한 결과 5.3%p 격차라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이 조사의 응답률은 4.4%은 최종 1000명이 응답했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자 간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이긴 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당내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2·8 전당대회 때부터 슬로건으로 써먹었던 "누가 이길 수 있겠느냐"라는 것은 확고한 대권 주자라는 프리미엄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인데, 그 기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를 향해 문재인 대표가 대선 때나 볼 법한 '네거티브' 흠집 내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표가 대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 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문재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 처음으로 네거티브 칼을 빼들었던 날,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나를 비판하는 이유는 대권 라이벌이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위의 '가짜 혁신' 대신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이라는 '본질적인 혁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이를 대권 경쟁에 따른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이 다음 대선에 나가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던 문재인 대표로서는 심적 동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무리한 네거티브성 강경 발언이 잇따르는 것에는, 자신이 대선 만을 생각하게 됨에 따라 다른 사람의 비판도 네거티브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도 맞대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빠져든 것도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