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직무대행 맡게 된 원유철, 위기관리능력에도 시선 쏠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를 수용하면서 당내 갈등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후임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중대한 과제가 남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물론 새누리당 여러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1시 25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함에 따라, 새누리당은 조만간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후임 원내대표 경선 국면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의 여진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8일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때까지 약 2주간 당청(黨靑) 간의 극심한 갈등과 친박-비박이 내홍을 겪는 국면이 계속됐다. 이 기간 동안 여당 의원들은 큰 피로감에 시달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야당내의 해묵은 갈등에 비해 여당내 갈등은 대중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가올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親朴, 친박근혜) 또는 비박(非朴, 비박근혜)이더라도 청와대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당내 세력 구도상으로 보면 지난해 7·14 전당대회와 올해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났듯이 비박이 다수파지만, 당청 갈등으로 피로감을 겪은 의원들이 같은 사태의 반복을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같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사태는 이미 잉태돼 있었다"고 밝혔다. 무슨 뜻일까.

    지난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이주영 원내대표 후보는 홍문종 정책위의장 후보와 각각 짝을 이뤘다. 비박은 비박끼리, 친박은 친박끼리 러닝메이트를 이룬 것이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비박으로 분류되는 주호영 전 정책위의장과 함께 경선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국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간 힘겨루기 구도로 진행되면서 경선에서 승리한 비박계는 목소리가 커졌고, 반면 친박계는 입지가 좁아지는 효과를 낳았다. 이같은 구도가 친박계가 지속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뒷모습을 보인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뒷모습을 보인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치권 관계자는 "입지가 좁아진 친박계의 입장에서는 '여기에서 밀리면 공천 학살을 당할수도 있다'며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에 심리적 배수진을 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의 관계를 원만히 할 수 있는 인물 △계파를 포용할 수 있는 인물 △의원들 사이에서 쌓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얼마나 적절히 조합하느냐가 원내대표 경선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인물로는 주호영 전 정책위의장, 정우택 정무위원장, 이주영 전 해수부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정우택 위원장과 이주영 전 장관은 친박으로 분류된다. 주호영 전 의장은 비박으로 분류되지만 청와대 정무특보로 선택됐을 정도로 청와대와의 관계가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얼마나 당내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러닝메이트'를 파트너로 선택해 자신의 포용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당청 갈등이 잦아들고 당내 계파 내홍이 진정되기를 바라는 것이 의원들 사이에서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러닝메이트 선택은 '내가 원내대표로 당선되더라도 특정 계파 일색으로 원내부대표단을 꾸리는 일은 하지 않고, 계파 포용·탕평 인사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동료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던지는 셈이니 만큼, 비상한 주목을 끌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분간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됨에 따라, 원유철 의장의 정치적 리더십을 확인할 기회가 열렸다는 점도 관심사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수도권(경기 평택갑)의 4선 의원으로 28세라는 이른 나이에 경기도의원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며 정치적으로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에 뒤이은 신임 원내대표 경선이라는 중대한 분수령에서, 당내 갈등이 증폭되느냐 진정되느냐를 결정지을 원유철 의장의 위기 관리 능력에 여권 내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