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한구 '설전'…강경·온건파로 나뉘어4.11 총선 전에도 '너무 나간' 김종인 이번에도?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의 핵심정책인 ‘경제민주화’를 두고 친박 내부의 세력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재벌개혁'을,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끄는 온건파는 '과도한 대기업 규제가 필요 이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지난 2일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차로 정면충돌하면서 향후 당 대선정국에서 친박 내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캠프 내부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하게 됐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으로서 당 공약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의 갈등이 건전한 논쟁으로 이어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선정국에서 민주통합당과 경제민주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 경제민주화가 뭐기에…‘한지붕 두가족’ 된 친박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재벌개혁론자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보수적 시장론자로 꼽힌다. 즉 이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벌문제’를 보는 시각에 달려있다.

  • ▲ '경제민주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 ⓒ 뉴데일리
    ▲ '경제민주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 ⓒ 뉴데일리

    이한구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이른바 ‘온건파’는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법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공정거래위 등의 감시기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재벌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기업 때리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당내 경제관료 출신이 대거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 김광림‧류성걸‧안종범‧강석훈‧나성린 의원 등이다. 이들 중 다수가 ‘대선 공약단’에 투입되면서 당 공약을 주도 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이끄는 ‘강경파’는 양극화의 출발점을 ‘재벌의 폐해’로 보고 있다.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선제조건으로 꼽는다. 당내 대선공약과는 별도로 캠프 차원에서 김 전 비대위원을 한 축으로 재벌개혁, 대기업 소유 지배구조 개편,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쇄신파인 남경필, 친박계 유승민·김세연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 이게 다 박근혜 용병술?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지난 2일 이한구 원내대표를 겨냥해 “재벌에 의존해 살았던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럼 재벌을 해체하라는 말인가”라며 되받아쳤다.

    친박계는 경제민주화 논쟁으로 얻는 긍정적인 효과가 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전 위원장는 이번 대선의 핵심 정책으로 ‘경제 민주화’를 꼽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캠프에 합류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19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그가 경제민주화 선발대에 선다면 이슈 선점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재벌의 지배구조를 손대는 방향으로 갈지는 의문이다.”

  • ▲ '경제민주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 ⓒ 뉴데일리

    양 축 간의 논쟁이 치열해질 수록 박 전 위원장에게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경제민주화 선점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데다,논쟁 자체가 새누리당 중심의 프레임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크다.

    또 국민은 새누리당을 경제민주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정당으로 인식해 박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이한구 원내대표를 ‘조준사격’ 한 데는 경제민주화를 쟁점화하기 위한 ‘액션’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비대위 시절처럼 ‘군불떼기’ 역할을 자처한 것이 아니냐는 뜻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MB정부의 핵심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반대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도 주장했다. 또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가 수용한 안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효과는 뚜렷했다. 새누리당을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된 정당으로 만들었고,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탈당을 만류하는 태도를 취하며 얻은 성과도 크다.

    박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논의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은 “두 사람이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양 축의 의견을 적절히 조율한 타협안이 대선 공약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