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시즌2' 주장하는 새정치, 명분은 롯데의 경영권 분쟁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5일 열린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5일 열린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와 여당의 노동 개혁 추진에 맞서 재벌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근 롯데가의 경영권 다툼을 명분으로 재벌을 도마 위에 올리려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은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던 경제민주화를 거론하면서 '시즌 2'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시장 개혁을 두고 본격적으로 정쟁을 벌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5일 오후 '재벌 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당초 계획에 없던 이번 행사는 길게 잡아도 며칠 새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이날 발언 중 토론회에 대해 "긴급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를 향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새정치연합이 재벌에 대한 반감분위기를 극대화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론회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의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권은희 의원, KDI 유종일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처장,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랑 박사,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김남근 정책위원장 등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사회를 맡은 권은희 의원은 이날 토론회의 목적에 대해 "최근 삼성그룹 승계과정과 롯데 사주가의 분쟁에서 드러난 재벌 대기업의 후진적 경영은 그 자체가 대한민국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후진적 지배구조, 소액주주 권리 실종, MB정권 정경유착 등 재벌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벌 개혁을 위한 입법 등 원내 구체적 실현방안 모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늘의 긴급 자리는 롯데 사태를 계기로 모인 것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당의)전략 수정이고 우리의 결의가 담긴 간담회"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발표 내용들을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우리 경제 체질의 기본적 문제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며 "당내·재벌계·전경련 등 기타 여당 세력들의 반격이 있다하더라도 이 문제에 관해선 정면돌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재벌 개혁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진영논리로 가고, 핵심적인 논의들을 회피하는 부분에서 재벌과 여당이 승리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 시즌2에서는 재벌 문제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려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번에 롯데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5일 열린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5일 열린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는 진보 정당의 입장에서 평소 재벌에 대한 공세가 부담스러웠지만,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에, 전략을 수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재벌과 재벌에 특혜를 준 정부·여당을 향해 정치적 공세를 가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자리에서 "우리 당의 방향성을 말하겠다"며 △경제민주화 시즌2를 시작할 것 △기업의 경영 구조 개선 △정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개정안 논의 등 세 가지를 밝혔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8월 하반기 내로 매듭짓자"고 여당에 제안한 최 정책위의장은 재벌에 대해선 "봉건적 지배구조, 황제경영, 독점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대한민국 사회를 경제 분야의 측면에서 조명해보면 권력은 재벌로 넘어갔다"며 "국민은 재벌 총수의 신하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벌의 고질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문제는 바로 재벌의 탄생부터 시작된 정경유착과 부패고리의 원산지"라면서 롯데, SK, GS그룹 등에 대한 정부의 특혜를 일일이 나열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나아가 "이명박, 박근헤 정권 이후 8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물은 상당히 많이 썩고있다"며 "제2의 IMF가 또 다시 올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곳곳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이같이 본격적으로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장 정책에 맞서면서 법인세 인상까지 계산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정쟁으로 인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발목이 잡힐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