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보에 무능한 새누리" 발언 논란, 한기호 "제1야당 대표가 왜곡 주장"


  • 의외의 '안보(安保) 행보'를 선보이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끝내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최근 해병대 부대를 방문하는 등 군대를 앞세운 안보 행보를 이어가던 중 급기야 '정당 병역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인데,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50일 기자 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이야 말로 군대조차 안다녀온 이들이 많은 안보에 무능한 정당"이라고 했다.

    최근 "천암한 폭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데에 반론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해 거센 논란을 일으킨 같은 당 설훈 의원의 발언과 관련, 여당의 문 대표 입장 표명 촉구가 계속되자 '미필자가 새누리당에 많다'는 식의 동문서답 대응이었다. 

    문 대표는 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아주 많은 장병국민 목숨 정부가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런 무능이 어디있냐"며 "그런 정당이 무슨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냐. 야당에 대한 적방하장도 유분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안보장관 회의하는데 대통령, 국정원장, 총리, 비서실장 줄줄이 다 군대 안 갔다 왔다. 국방장관 한사람만 군대 갔다 왔다. 무능하고 자격이 없다. 새정치연합이 훨씬 더 유능하고 애국적이다"며 병역 문제와 안보를 거듭 연계했다. 

  •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군면제율 현황.ⓒ새누리당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군면제율 현황.ⓒ새누리당

    그러나, 문 대표의 주장에 여당은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이다. 미필자가 새누리당에 많다는 발언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정당의 병역 문제를 앞세워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한심한 정치인의 발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치권에 따르면 30일 현재 현역 국회의원 중 병역면제자는 새누리당이 22명, 새정치민주연합이 29명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정당별 의석 현황에 따라 백분율로 계산할 경우, 새누리당(157명)은 14%, 새정치민주연합(130명)은 22%로 야당의 병역면제자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 

    병역 면제자 중 야당은 과거 학생운동 등을 하다 수형생활을 이유로 면제를 받은 의원이 많았고, 새누리당은 질병으로 인한 면제 사유가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정청래 의원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우슬관절 운동장애', 조해진 의원은 '수핵탈출증'으로 면제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를 향해 "국가안보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하는 제1 야당의 대표라면, 병역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자당 (설훈) 의원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대한 훈계를 먼저 했어야 한다"며 "문 대표의 논리대로 '군대에 안다녀와서' 안보에 무능하다면 객관적, 수치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훨씬 무능하다"고 반박했다.

    권 대변인은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병역면제 문제에 대해 말할 처지가 아니다. 문 대표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정부와 여당 비판하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집안 단속부터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5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제3165부대를 방문, 위장크림을 바르고 있다.ⓒ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5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제3165부대를 방문, 위장크림을 바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표의 '미필자' 발언은 진정성 없는 안보 행보에서 나온 오발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근본적인 안보 대책이 아닌, 내년 총선, 대선 등 선거를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행보를 앞세우다보니 뜻하지 않게 자충수를 두게 됐다는 것이다. 

    육군 중장 출신인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국방위원회 소속)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문 대표의 주장과 관련, "말도 안 되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왜곡 주장일 뿐더러 너무나 유치한 발상"이라고 개탄했다. 

    한 의원은 "굳이 미필자 숫자를 따지자면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많다. 정치인으로서, 야당 대표로서 최소한 자료를 갖고 이야기를 해야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입에서 나온대로 왜곡해서 말하면 안 된다"고 문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도 "문재인 대표가 정확한 수치를 모르고 말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그런 말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안보 문제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군필 미필을 따지며 지엽말단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수권정당을 꿈꾸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동안 야권 행태로 인해 국민들은 안보 분야에 있어 야당을 불신하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문 대표가 깊은 고민도 없이 상대적 약세인 안보 문제를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오버 액션"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의원은 최근 안보 행보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모양새인데, 그러나 과거 문 의원이 특전사에 가게 된 것은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도 아니고, 데모하다가 징집해서 강제로 끌려 간 것 아니냐"며 "보여주기식 행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과 대책을 내놓을 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