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피 등 병역비리 증가 → 군 전력 약화 → 군 기강 해이..악순환
  • 병역비리 증가 → 군 전력 약화 → 군 기강 해이..악순환

    '관심사병'이었던 임OO 병장(23)이 끝내 동료들을 사살하고 무장 탈영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임 병장은 지난 21일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근무를 서다 총기를 난사, 5명을 사살하고 7명을 부상 입힌 뒤 부대 밖으로 달아났다. 이후 임 병장은 북한과의 접경지대 근처에서 군 병력과 대치를 벌이다 탈영한 지 42시간 만에 생포됐다.

    뉴스를 접한 다수의 시민들은 이른바 '관심사병'이 실탄이 지급되는 'GOP 경계근무'에 투입됐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는 눈치다. 한 네티즌은 "'현역 복무 부적합자'를 지칭하는 관심사병이 전방초소 근무를 섰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되는 처사"라며 "잘못된 병력 배치가 이같은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방부 측의 입장은 다르다. 전체 병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관심 병사를 모두 제외시킬 경우 정상적인 부대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육군 22사단에는 1천800여명의 관심병사들이 복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관심병사'는 군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어 지휘관의 특별 관리가 필요한 병사를 일컫는다. 2005년부터 정식 도입된 관심병사제는 크게 3등급으로 분류해 운영되고 있다. 자살 가능성이 보이는 병사는 A급. 가혹 행위 등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병사는 B급. 기타 허약 체질이나 동성애자 병사들은 C급으로 분류된다. 사고를 일으킨 임 병장은 당초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었으나 지난해말 B급으로 재분류돼 GOP 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식적으로 실탄을 다루는 GOP 근무에 관심병사를 투입하는건 적절치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의 말대로 이들 모두를 '위험 지역'에서 배제할 시 방위 전력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게 된다. 

    복무 기간이 줄어들고 출생률이 감소하는 등 지난 수년간 절대적인 병역 자원수가 급감하면서 '군 면제 기준'은 점점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때문에 현역 복무가 힘들어보이는 '부실한 체력'의 병사들도 3급 이내의 현역 판정을 받고 입대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병역비리 연예인, 어디까지 진화했나?

  • 이런 가운데 건강한 체격 조건을 지닌 청년들이 '군 기피'를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다 적발되는 뉴스들은 힘없는 서민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한다.

    지난 25일 병무청이 공개한 병역 면탈(免脫)자들도 '사지 육신'이 멀쩡한 보디빌더와 연예인들이었다. 관심병사가 아닌 특급 병사로 분류해도 좋을 만큼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보디빌더 4명은 고등학교 재학 중 신장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면 보충역 판정을 받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실천에 옮긴 케이스.

    이들은 고교 마지막 대회를 마친 뒤 운동을 중단하고 하루에 1만 Kcal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으로 체중을 불려갔다. 이 중 A씨는 6개월 만에 체중을 50㎏ 늘려 보충역 판정을 받아내는 기록을 세우기도. A씨는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뒤 다시 45㎏을 줄여 선수 생활을 지속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청이 들린다"는 거짓말로 담당 의사를 속여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아낸 연예인들도 지탄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 

    배우 이OO(29)씨와 공연기획자 손OO(28)씨는 병역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꾀병을 부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받아 병무청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현역 입영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누렸다.

    몇년 전 병무청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병역면탈 행위'로 적발된 인원 중 상당수가 연예인 혹은 운동 선수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직업 특성상 군 복무로 인한 공백이 발생할 시 자신에게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생각하고, 갖은 편법을 동원해 군 기피를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내세운 면제 사유 중에선 '어깨탈구'가 가장 많았고 '정신병'을 가장하거나 '고혈압'을 조작하는 일도 상당수 있었다.

    병무청은 이중에서도 정신질환자로 위장한 병역기피자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 3년 전부터 5급 판정기준을 '1년 이상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으면서 1개월 이상 입원 경력'으로 한 단계 높여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25일 병역기피자로 밝혀진 이모씨는 강화된 면제 기준을 맞추고자 가족과 짜고 31일간 입원 치료를 받는 등 달라진 법규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면제 기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면제 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심사 과정을 좀더 까다롭게 진행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괄약근에 힘 '팍!' 병역 면제..

    과거 유명인들의 병역 면제 사유를 살펴보면 정신질환, 학력미달, 성격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신의 아들'이 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괄약근 조작'으로 병역을 면탈(免脫)한 모델 쿨케이(본명 김도경)는 가장 엽기적인 방법으로 군 기피를 한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2008년 10월 쿨케이와 힙합그룹 허니패밀리의 래퍼 디기리(본명 원신종) 등 3명은 괄약근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수법으로 군 입대를 기피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징역 8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막역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난 2006년 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난 브로커에게 200만원을 주고 고혈압 환자로 위장하는 방법을 배워 공익근무에 해당하는 4급 판정을 받아냈다.

    1∼3급 현역 입영 대상자인 이들은 병무청에 재검을 신청한 뒤, 신체검사 전 커피를 많이 마시고 항문 주변의 괄약근에 힘을 주는 수법으로 측정 순간 혈압을 올려 '본태성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른바 '괄약근 조작법'은 수년간 병역면제를 받는 '비법'으로 악용돼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 =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