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한국배치 주저마라

    이상우 / 전 한림대총장,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 
    현 신아시아연구소장

미국은 70년간 조여 왔던 일본의 고삐를 풀어주고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한국을 제압할 수 있는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도록
비호하고 있다. 미일의 대중 압박을 1차적으로 막는 방패막이로 한반도를
이용하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한국의 안보환경을 이루는 동북아 군사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부족한 전력보완 강대한 동맹국 있어야

미국과 일본이 한편이 되어 중국과 대결하는 이러한 새로운 동북아 정세는 한국에게는 큰 부담을 가져다준다. 자칫 잘못하면 그동안 어렵게 이루어 놓은 경제적 기반과 민주정치체제를 하루아침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전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주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지켜나가려면 최소한의 자위 능력과 억제전력을 갖추어야 하고 모자라는 전력을 보완할 강대한 동맹국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자위 능력이라 함은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억제전력이라 함은 한국을 공격하는 나라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신뢰할만한 보복 능력을 말한다.

현재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북한의 핵전력과 미사일 전력을 無力化 시키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로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고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약 10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투발 수단으로 사거리 300㎞인 SCUD-B, 500㎞인 SCUD-C, 1,300㎞인 노동, 2,500㎞인 대포동-1, 3,000㎞인 무수단, 그리고 사정거리 10,000㎞인 대포동-2 등을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다. 이미 생산배치해 놓고 있는 북한의 이러한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한의 공격 징후가 보이면 미리 발사 시설과 폭탄, 운반체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선제적 타격(preemptive strike)을 위해서는 24시간 정찰로 타격 목표의 위치와 북한군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발사 준비를 마친 무기들을 미리 파괴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공격 수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선제 타격을 위해 북한의 무기들을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할 수 있는 장비 확보에 착수했고 파괴 수단으로는 地對地미사일, 空對地미사일, 艦對地미사일과 전폭기에 장착한 합동유도탄(JDAM) 등으로 구성되는 킬체인(Kill Chain)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이 이러한 선제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핵전력 보유계획을 포기하게 되리라 예상한다.

KAMD체제구축 시간 걸리고 예산확보도 어려워

둘째는 더 소극적 방법으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신뢰할 수 있는 방어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이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우리가 다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게 되면 역시 그러한 무기개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군은 현재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한국군은 고도 15㎞ 이내까지 들어온 적 미사일을 요격할 패트리어트-Ⅲ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과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KAMD 구축이 순탄치 않다. 방어체제를 구성하는 탐지 장비와 요격 장비를 모두 갖추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충분한 예산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방위예산을 줄여 복지예산에 보태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국민총생산의 2.42%인 35조원만을 국방예산으로 배정하고 있는데 이런 긴축예산으로는 10년 걸려도 필요한 방어 능력을 갖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상 대책으로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요격미사일체계 도입이다. 사드는 사거리 200㎞ 내에서 고도 150㎞ 이하로 들어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신뢰도가 높은 지대공미사일 운영체계이다. 패트리어트-Ⅲ은 요격 가능 고도가 40㎞ 밖에 되지 않아 적 미사일이 목표에 근접해 왔을 때만 요격할 수 있어 요격에 실패하면 우리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비해 사드는 적 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요격할 수 있어 서울을 지키기에는 아주 좋다. 북한은 패트리어트를 피하기 위해 ‘SCUD’나 ‘노동’을 고고도로 쏘아올린 후 급하강하게 하여 서울 등 한국 내 목표를 타격하려 하고 있어 우리는 사드가 꼭 필요하다. 미군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주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중국은 미군의 한국내 사드배치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주한 중국대사가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오만하게 사드배치를 거부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을 겨냥하여 배치해 놓은 자국내 대륙간탄도탄이 한국에서 요격당하면 중국은 미국에 대한 억제전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억지다. 중국이 미국 동부를 겨냥해 배치해놓은 대륙간탄도탄의 비행 궤적은 모두 시베리아-북극해-캐나다를 잇는 선이어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로는 요격불능이다. 중국 남부에서 괌, 하와이, 미국 서해안을 겨냥하여 발사하는 미사일은 한국 부근을 지나게 되나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고도가 1,000㎞를 넘어 사드로는 요격불능이다. 한국배치 사드는 북한이 한국으로 쏘는 미사일과 그럴리야 없겠지만 중국이 한국을 겨냥하여 쏠 미사일만 요격할 수 있을 뿐이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중국이 비호하는 북한이 한국에 대한 군사우위를 잃지 않도록 하자는 속셈이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중국에 당당히 우리입장 밝혀야

한국은 중국이 반대한다고 사드 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사드 도입은 절대로 필요하다. 주저하지 말고 중국에 당당히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정부의 저자세 외교는 미국 등 한국의 우방국의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국가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국가 안보와 복지 정책이 부딪히면 안보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북한과의 화해협력체제 구축도 중요한 정책이겠지만 북한의 안보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외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안보 이익을 희생하면서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할 말은 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혼란스러운 외교 정책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대한 지원 수준을 재조정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된 듯한 인상을 주는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과 감정적인 반일 자세 표명, 그리고 무력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북한과 광복 70년을 함께 경축하자고 제안하는 정부의 시의에 맞지 않는 대북 접근 정책 등은 미국의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만하다. 미국은 그래서 한국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 정부의 한 정책담당 관리는 회의석상에서 심지어 “한국이 무엇을 믿고 미국과 중국을 저울질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미국이 한국과 거리를 두는 듯하니까 일본은 한국을 무시하려 한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 떨어져 나온 한국을 중국은 더 이상 대등한 국가로 다루지 않고 종속 국가로 보려 한다. 닻줄 끊어진 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정책 노선이 흔들리면 그 파장은 관련국 모두에 미친다.

다른 정책들과 달리 외교-안보-통일 정책은 한 번 잘못되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다. 관련 부서 책임자들은 차분하게 안보 정책을 다시 다듬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르겠으면 전문가들에게 물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