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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드라마(밤10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출 조수원 /극본 박혜련) 18일 방송에서는, 오랜 경륜과 인간에 대한 특별히 범죄자들에 대한 긍휼과 넓은 이해심을 가진 서인덕 변호사가 한 사람의 진실한 목소리를 듣는 감동적이 모습이 그려진다.

    신상덕(윤주상)은사는 황달중(김병옥)면회간다.

    "네가 원하는게 뭐나?"

    너무 멋진 질문이지 않는가?  짧지만 명쾌한 이 말은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말이다. 온 세계 모든 사람이 간절히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뜻을 구하지 않고 늘 일방적으로 내 의견을 개진하기 바쁘다.

    어려움 가운데 있는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의 말을 잠잠히 먼저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 위로, 교훈을 쏟아내기 바쁘다. 자신은 상대방을 위해  뭔가를 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마음이 닫히고 마음만 상한다.

    사실 사람 마음 속에는 간절히 애기하고 싶은 괴로운 심정들이 다 있다. 그 말은 저 심연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어서 쉽게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를 믿고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 말을 이해해 줄 수 있을가?

    비웃지나 않을까? 내 말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면 어떡하나?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말을 못 꺼낸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어?'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여 이렇게 말하면 쇠자물쇠로 굳게 닫아 놓고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던 마음을 열고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게 된다.

     생소하지만 인질범을 상대로 협상하는 그런 직업이 있다고 한다. 그 무시무시한 인질범과 무슨 협상을 해?  인격적인 대우를 해 줄 가치가 없는 조금도 없는 사람들한테.

     더 놀라운 것은 그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저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 사람의 심정을 동감해 준다고 한다. 이야기 하면서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용암같이 들끓어 오르던 분노가 사그라지고 인질을 풀어주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한다.

     전래동화도 있지 않은가? 가난한 나무꾼이 나무도끼를 물 속에 빠트리고 울고 있다.  그것이 전재산이고 그걸로 나무를 해서 겨우 끼니를 잇고 살아가는데.





    산신령이 나타나 나무꾼한테 묻는다. '왜 울고 있는냐?' 나무꾼은 사정을 이야기한다. 산신령은 금도끼를 물속에서 건져서 '이것이 네것이냐?' 묻는다. 산신령이면 묻지 않아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도 일방적으로 사람한테 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여 진짜 원하는 것을 해 준다고 한다. 26년 동안 한결같이 감방에 찾아 가 퍼즐게임을 하며 친구가 되어 주었고 유일하게 황달중이 무죄라고 믿어 주었는데 출소하자마자 또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

    그 때 찾아가서도  서변호사 잠잠히 그의 분노의 소리들 들어주었다. "내가 어떻게 대해 줬는데 이럴 수 있느냐?" 따지지 않았다. 그의 말을 먼저 듣고 반응한다.

    "나도 무죄 받아내고 싶네.하지만 사람을 찔렀잖아!" 그렇게 말했었다. 황달중도 
    "억울해요! 무죄받게 해 주세요!"라는 말만 어린아이처럼 되풀이 했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배신감과 자신의 수고가 헛됐다는 생각에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신상덕 변호사는 변함없이 찾아 가 그의 말을 들어준다.

    처음에는 전쟁터 같이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 주었다. 분노와 충격과 증오심으로 불타는 마음을. 그것이 한 바탕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진 후에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차분하고도 진지하게 물어 본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만약에 그렇게 묻지 않고 ' 지나간 일이지 않느냐?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고 했더란면 그의 분노와 증오심은  다시 이전보다 더 확장되어 폭발하고 진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깊은 절망감에 황달중은 다시 한 번 죽었을 것이다.

    황달중이 어린아이인가! 26 년을 감옥살이했고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살아 있었고 그녀의 한 짓에 대해서 생각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하도록 자신이 먼저 그녀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던가?

    그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사과요!"
    "누구한테든지 26년 억울하게 옥살이 한 것에 대하여 사과받고 싶어요!"


    그의 심정을 한 마디로 압축한 그의 말에 숙연해지고 경건해지까지 한다.
     그의 말은 억울하게 삶이 무너지고 치유받기 힘든 상처를 받은 모든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이다. 이미 세월은 흘렀다. 다 지나간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큰 피해를 주고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준 사람들. 그들이 준 피해와 상처의 상흔은 여전히 삶 가운데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다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그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 

    황달중 같이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차고 넘친다. 그 억울한 소리를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들어줬으면. 일상생활에서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사람한테 해 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가장 소중한 일이 될 지 모른다. 말을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한결 안전하고 건강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그 짧은 말에는 핵보다 더 엄청난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