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사라진 의사일정 … 與 결정만 반영동시 상정 요구 묵살 … 야권 "중립 포기"野 "與, 의석 수로 전행 휘두르겠다는 것"
  • ▲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2차특검법 등 법안처리 관련 항의방문을 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2차특검법 등 법안처리 관련 항의방문을 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차 종합특검 법안만 국회 본회의에 올리고 통일교 특검은 뒤로 밀리는 가운데,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진 채 다수당 일정에 국회 운영이 끌려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 일정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설계한 상정 순서가 별다른 제동 없이 그대로 본회의로 직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의사 일정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그러나 의장이 별도 조정에 나서지 않는 한 법사위 처리 결과가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현재의 절차 구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본회의 상정 여부가 사실상 법사위 단계에서 이미 갈리는 구조다.

    의장의 태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국회는 여야 교섭단체와 여러 구성원이 함께 논의해 진행한다"며 "양 대표 의견을 잘 듣고 국회가 잘 진행되도록 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정 조정이나 상정 방식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내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친정인 우 의장이 중립적 조정자 역할을 하지 않고 다수당이 짠 일정표를 사실상 추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 법안을 오는 15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아 달라는 장 대표와 이 대표의 요구에도 우 의장은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일정 조정에는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장 대표는 전날 우 의장과의 비공개 회동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의장께서 신년사에서 '조금 느려도 함께 가면 길은 이어진다'고 했다"며 "15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법안만 올라가지 않도록 의장 말씀의 무게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에둘러 압박했다.

    실제 법사위 처리 과정은 이런 비판의 배경을 보여준다. 법사위는 지난 12일 민주당 주도로 2차 종합특검 법안을 의결해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시켰다. 2차 종합특검 법안은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의 후속 수사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여권을 겨냥한 통일교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조정위에 회부될 경우 최장 90일까지 심사가 가능해 본회의 상정 자체가 구조적으로 지연된다. 동일한 특검 법안이 전혀 다른 경로로 갈라진 것이다.

    수사 중복 논리도 선택적으로 적용됐다. 2차 종합특검 법안은 기존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까지 포괄하며 병행 수사를 허용하는 구조인데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통일교 특검은 중복 우려를 이유로 본회의 진입 단계에서 차단됐다. 중복이 기준이라면 2차 종합특검 법안도 같은 잣대를 적용받아야 하지만 실제 처리 결과는 달랐다.
  • ▲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야권은 두 특검의 동시 상정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의장에게 일정 조정을 통해 두 특검을 함께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장은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먼저 의결한 2차 종합특검 법안만 자동 부의 절차를 타고 본회의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의사 일정을 편성하고 안건 상정 시점을 조정할 권한을 가진다. 여야 간 이견이 큰 안건은 의사 일정 조정을 통해 상정 시점을 조율하거나 논의 구조를 달리하는 방식이 관행적으로 활용돼 왔다. 

    그럼에도 이번 국면에서 우 의장은 별도의 일정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로 인해 법사위 단계에서 민주당이 설계한 상정 구조가 그대로 본회의로 이어졌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조정자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여당 견제하라고 만들어진 제도가 특검인데 이건 거대 의석수로 마음대로 전행(專行)을 휘두르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장에 대해서도 "당적이 없는 국회의장도 이렇게 편파적으로 하면 어떻게 하나. 제1야당 제3야당 대표가 같이 항의까지 했는데도 이렇게 운영을 하는 것은 애초에 중립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장이 일정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단계적 특검 전략이 그대로 관철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2차 종합특검 법안은 정권 전반을 포괄하는 장기 수사 트랙으로, 가동되면 수 개월 이상 정국을 흔들 거라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반면 통일교 특검은 특정 사안에 집중된 단일 트랙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파급력이 큰 수사를 먼저 가동한 뒤 추가 특검을 순차적으로 꺼내는 편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국정조사나 특검 논의 과정에서 다수당이 법사위와 본회의 일정을 선점하고 의장이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쟁점의 노출 시점이 사실상 확정되는 사례가 누적돼 왔다. 이번 논란도 다수당 주도 입법 구조가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특검 제도의 성격도 흐려지고 있다. 본래 특검은 정치권의 이해 관계로부터 분리된 예외적 사법 장치로 작동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정치 쟁점을 장기화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 특검이 활용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에도 의장이 의사 일정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오는 15일 본회의에는 2차 종합특검 법안만 상정된다. 통일교 특검은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논의를 통해 상정 여부가 다시 결정된다. 특검 가동의 순서와 시점이 다시 한 번 다수당 일정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장 신년인사회에서 "민주당이 15일 일방적으로 2차 종합특검 법안을 상정해서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 놓고 있다"며 "저는 다수당이자 여당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소수당 야당을 탄압하고 야당 말살하겠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태에 대해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