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교유착 근절' 지시 후 합수본 구성핵심 인사 수사 난항 속 사건 이첩검찰 주도 속…경찰 수사력 시험대 올라
  • ▲ 서울경찰청. ⓒ뉴데일리 DB
    ▲ 서울경찰청. ⓒ뉴데일리 DB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신천지 등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로 구성된 합수본 구성 검토를 지시한 지 9일 만에 '정교유착 비리합동수사본부(합수본)'이 지난 8일 본격 가동했다.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합수본의 출범을 두고 경찰 수사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종교 단체와 정치권 간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은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렸지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지난달 10일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사건을 넘겨받은 뒤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통일교가 한학자 총재를 축으로 한·일 해저터널과 천정궁·천원궁 건립 추진 청탁을 대가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 자금을 쪼개기 후원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한 달 사이 30명이 넘는 참고인·피의자를 조사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합수본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여야 정치인 11명에게 각 100만 원~300만 원 등 총 13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 총재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 등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송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총재 등 3명에 대해서는 윗선의 관여 여부와 자금 흐름, 대가성 입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의 수사 속도가 늦춰지자 정치권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일교·신천지 (의혹은) 특검을 한다고 해서 더 이상 이야기를 안 했고, 아마 경찰이나 검찰도 수사 준비를 안 하고 있을 것 같다"며 "내용을 좀 알아보자고 하지 않았나. 너무 지지부진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든 야든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수사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을 물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길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와 경찰, 검찰이 합동수사부를 만들든지 따로 하든지 해서 (수사하라)"고 말했다.

    여야 역시 통일교에 더해 신천지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추가하는 특검 구성에 대해 합의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통일교 특검법을 여당 주도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 ▲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김태훈 합수본부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김태훈 합수본부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종교 단체의 정치권 로비 의혹 규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합수본이 출범했다. 합수본은 특검 출범 전까지 통일교와 신천지의 전방위적인 정치권 로비 의혹 등에 관한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는 부장검사 2명과 검사 6명, 수사관 15명이 수사를 맡는다. 경찰에서는 총경 2명과 경정급 이하 경찰공무원이 19명이 합류한다. 검찰은 송치 사건 등 수사와 기소, 영장 심사와 법리 검토를 담당한다. 경찰은 진행 중인 사건 수사부터 영장 신청, 사건 송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태훈 합수본부장은 이날 오전 합수본 사무실이 마련될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좌고우면없이 오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본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이 잘 협력해서 국민들께서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 출신의 이명교 변호사(법무법인 승앤파트너스)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경찰 입장에서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합수본을 차려서 검찰 측 인사가 본부장을 맡고 수사를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검사가 지휘하고 경찰이 수사하는 기존 수사 구조와 체계와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그간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서 검찰이 주가 되는 합수본 구성을 봐도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수사권 개편에 대한 취지를 역행하는 결정인데 경찰에 대한 메시지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일교 관련 수사가 정치권에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어 검·경이 합동으로 수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권력형 수사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이 좀 더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있어 경찰의 수사에 대한 약간의 부정적 평가도 있는 것 같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