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통합 실험, 이혜훈 논란으로 시험대 올라여권서도 "물음표" … 검증 실패 책임론 확산고발 잇달아 … 청문회 앞두고 부실 검증 도마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서성진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인사'를 명분으로 영입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보좌진 갑질·폭언 의혹에 이어 보좌진 상호 감시, 댓글 삭제, 삭발 강요 의혹까지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인선을 통합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5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요청안이 접수되면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늦어도 19일 전후에는 청문회가 진행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논란을 단순한 도덕성 시비가 아닌 '형사 문제'로 보고 있다. 갑질 의혹은 녹취와 증언 단계에 머물지 않고 직권남용, 강요, 협박 혐의 고발로까지 확장됐다. 야권은 공직 사회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장관 후보자가 조직 내 위계와 권한을 사적으로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인선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혜훈 후보자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실패다. 도대체 몇 번째 인사 참사인가"라며 "갑질 강선우, 논문 표절 이진숙, 전과 5범 김영훈, 막말·음주운전 최교진까지 이쯤 되면 검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검증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 논란을 개별 인사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반복돼 온 인사 검증 실패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특정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청문회에서 해명하면 된다는 태도가 반복되면서 검증 과정 자체가 형식화됐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논란은 사생활과 가족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인천공항 개항 1년 전 영종도 토지 6612㎡를 매입해 6년 만에 약 3배의 차익을 실현했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재직 시절 그의 세 아들과 배우자가 고금리 대부업에 투자한 정황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재산 형성과 가족 관련 논란이 동시에 제기된 점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예산처는 향후 국가 재정 운용의 기준을 설계하는 부처인 만큼 장관 후보자의 이해충돌 가능성과 윤리 기준은 다른 부처보다 더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는 요구가 뒤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논란을 개별 사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통합을 내세운 인사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획예산처가 새 정부의 재정 기조와 국정 운영 철학을 총괄하는 핵심 부처라는 점에서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윤리성에 대한 검증은 다른 인사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 야권의 시각이다.

    이 대통령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잇따르는데도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하지 않자 국민의힘은 이를 '통합 인사'라는 명분을 고수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제대로 통합의 정치, 협치를 하려면 우선 야당을 존중해야 되는 것"이라며 "본인(이 후보자)이 중간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거나 김현지 실장이 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합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대통령이 직접 지명 철회에 나서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최측근인 김현지 실장을 통해 자진 사퇴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합 기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논란을 정리하려는 우회적 선택지라는 것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여권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기자들에게 "이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합 인사 취지에 공감하지만 당에서도 엄중하게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정준희의 논'에 출연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에 대해 "이혜훈 씨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저는 퀘스천 마크, 물음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갑질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갑질 의혹에 대해 "검증에 잘 잡히지 않는 내용"이라며 "(이 후보자) 본인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것 같더라. 결국 청문회에서 본인이 어떤 입장을 가지는지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상호 감시를 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협박 등 혐의로 전날 고발됐다.

    지난 2일에는 국회의원 재직 당시 인턴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인격 모독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협박·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