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1연평해전 용사 보상도 못해줄 나라인가"협치 기대했는데 내란법 몰두 與, 보훈법 외면?"여야 모두 동참해야 … 보훈부도 할 일 해야"
  •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군인 재해보상법 등 입법 촉구 시위에 동참했다./ⓒ손혜정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군인 재해보상법 등 입법 촉구 시위에 동참했다./ⓒ손혜정 기자
    제2연평해전의 영웅 고(故) 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 씨 1인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권 유력인사들도 '릴레이 응원'에 동참하며 힘을 싣고 있다. 김 씨는 지난 9월부터 '지연성 PTSD법' 등 통과를 위해 국회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해당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여야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시위 현장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오후 김 대표의 국회 앞 시위 현장을 찾아 "제1연평해전 용사들 일부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이 중요한 이유는 내일이 국가유공자 재심사 마지막 신청일"이라고 언급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6월 발발한 제1연평해전 참전 장병 8명 중 4명은 국가유공자 재심사 결과 국가보훈부로부터 '비해당'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역 후 일상생활에서 PTSD로 인한 직업적·사회적 기능 손상이나 제약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비해당 결정의 핵심 사유였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제1연평해전은 대한민국 체제와 대한민국 안전을 지킨 상징성이 있다"며 "상징적이고 명예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걸 굳이 이렇게까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PTSD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면 수억 원 주는 줄 아는데 액수가 크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우리 대한민국이 제1연평해전에 참전했던 그 몇 분의 용사들에게 이 정도 보상도 못해줄 만한 나라인가"라며 "국민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위 현장에 동참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우리나라가 제복 입은 분들의 노고에 대해 소홀히 해왔다"며 "우리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분들의 노고에 대해 신경 쓰고 고마워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로부터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웅을 위한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올해 3월부터 매주 국회 정문 앞에서 '군가산점법 제정안'과 '군·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씨는 7~8월 한여름을 제외하고 9월부터 시위를 재개하며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김 씨가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군가산점법(병역이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은 병역 이행자가 6급 이하 공무원 공채에 응시할 시 필기시험 점수를 가산하도록 하고,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을 경우 복무 기간 만큼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군·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의 경우 군인이 퇴직한 후 6개월이 지나 PTSD 등 정신장애를 판정받더라도 장애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두 법안은 한기호·유용원·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상태다.

    이날 김 씨의 시위 현장에는 한 전 대표와 박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의 김예지 의원이 지난 11월에 이어 현장을 재방문했다. 배현진·정성국 의원도 이날 시위에 참여해 힘을 실었다.

    지난 9월에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을 찾았고, 10월에는 같은 당 고동진·김소희·정성국·조지연·유용원 의원, 11월엔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고 의원이 다시 방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시위 현장을 찾아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보탰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김 씨의 1인 시위 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처럼 국가보훈에 관한 입법에 여야가 힘을 합칠 것이라는 정치권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영웅을위한세상 측 관계자에 따르면 시위 현장을 찾은 민주당 의원은 아직 없었다는 전언이다.

    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실제로 PTSD 갖고 있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안 갔다는 이유만으로 잘라내는 게 국가가 할 일인가"라며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내일이 국가유공자 재심사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국가보훈부에도 호소드리고 싶다"며 "(보훈청에서) 보훈부로 격상된 것은 이런 거(국가보훈) 잘하라고 격상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제1연평해전은 1999년 6월 북한 경비정이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고의적으로 침범, 무력 도발을 감행하며 벌어졌다. 6월 15일 오전 9시경 서해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한 경비정들의 지속적인 도발이 정점에 달하자 우리 해군이 대응에 나섰고, 우리 군은 북한 해군 어뢰정 1척과 경비정 1척을 격침하고 3척을 반파시키며 승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국가보훈부는 지난 2월 제1연평해전 생존자 8명에 대해 "당시 의료 기록이 없고 만기 전역했으며 전역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유공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면서 재심이 이뤄졌지만 8명 중 4명만 유공자로 인정됐고 나머지 4명은 비해당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이 지난 10월 2일 국제보훈컨퍼런스 행사장에서 제1연평해전 수병 관련 질문에 "8명 중에 4명이 됐으면 많이 된 거 아니에요? 그러면 6·25 참전 유공자들은 다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겠네"라고 발언, '참전 장병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강 차관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보훈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았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국가유공자 판정이) 무슨 거지 적선하는 거냐"며 "당사자들은 차관 얘기를 듣고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대가가 저런 비아냥이냐'라고 말하고 있다. 보훈부가 뭐가 되겠나"라고 지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