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조진웅 포용하자는 특정 세력의 목소리청소년 범죄 부추기는 위험성 내포학폭 논란 이재영·이다영 자매 한국 복귀 불가, 대중의 절대적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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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배우 조진웅이 국민 특사로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왔다. 한국행 비행기 안에 조 특사 옆자리에 홍범도 장군 영정이 놓여있다. /KBS 캡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배우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 논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비상식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진웅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등에 연루됐고, 형사 재판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됐다는 소식에, 그를 아끼는 국민들은 당혹감과 배신감을 동시에 느꼈다.그리고 보도가 나온 다음 날, 조진웅은 배우 은퇴를 선언했다. 조진웅은 과거 범죄를 인정했고, 전광석화처럼 물러났다. 이렇게 조진웅 논란은 마침표를 찍을 것 같았다. 죄를 지었고, 죄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나는, 일반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과정이었다.그러나 조진웅이 찍은 마침표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일각에서, 특정 세력들이, 조진웅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시작했다. 조진웅의 개인 문제를, 개인 범죄를, 개인 일탈을 사회 전체의 책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의롭게 포장해 비호했다.특정 세력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소년범은 빈곤과 결손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다.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줘야 한다. 생매장 시도에 은퇴 선언은 잘못된 해결책이다. 소년 사법의 취지는 주홍글씨 없는 재사회화에 있다. 비행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희망을 꺾는 사회, 한국이 그런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분노의 대상은 배우가 아니다. 그를 끝내 무대에서 끌어내린 이 사회의 비정함이다."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우선 순위'를 바꿔버린 것이다.한국 사회가 청소년에게 전해야 할 '최우선 순위' 메시지는 죄를 짓지 않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일탈 없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또 청소년 시절이라도 죄를 지으면 미래에 커다란 위기가 올 것이라는 교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청소년 범죄는 성인이 돼서 사회적으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이게 한국의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뒤에야 '갱생'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다.그런데 우선순위는 뒤로 내팽개쳤고, 후순위인 '갱생'에 모든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 '특정 세력'의 논리다. 청소년 시절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 문제 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의해 더욱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 범죄를 부추기는 꼴이다.갱생도 물론 중요하다. 이미 죄를 지은 청소년들의 재사회화 역시 사회가 많은 노력을 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조진웅 사태는 주객이 전도됐다. 조진웅 하나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청소년에게 범죄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심지어 청소년들에게 조진웅처럼 되라는 메시지까지 '특정 세력의 한 켠'에서 나온다. 조진웅을 롤모델로 삼으라고 한다.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주장이다. 어떤 상식적인 사람이 이 주문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상식은 조진웅처럼 되지 말라고 해야 한다. 좋은 길잡이, 죄 짓지 않고 성공하는 인물이 롤모델이다. 조진웅을 향한 열렬한 옹호와 방어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그들의 주장에 오류는 또 있다. 빈곤과 결손의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르게, 죄짓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환경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착하게 자란 아이들 노력과 의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소수 비행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비행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희망을 꺾는 사회가 아니다. 생매장 시도도 아니다. 사회의 비정함은 더더욱 아니다. 잘못을 숨기고 부와 명예를 누렸으니 책임지라는 것이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대중을 기만했으니 비판하는 것이다. 분노의 대상은 범죄를 저지른 배우로 향하는 게 맞다.이에 조진웅은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잘못의 무게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오히려 조진웅 비호는 올바르게 살아온 대다수 청소년들의 희망을 꺾는 것이다.또 하나의 결정적 오류.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진웅이 반성했으니, 피해자의 상처가 아문 것인가. 조진웅은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 했는가. 피해자의 심정은 완전히 외면한 채 가해자의 편만 들어주고 있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피해자만 억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피해자가 아닌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조진웅을 용서하고, 포용하고, 복귀를 허락하는가. -
- ▲ '학폭 논란'을 일으켠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한국 배구계에서 퇴출됐다.ⓒ연합뉴스 제공
조진웅 사태는 연예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인간 도덕에 관한 원초적인 문제다.스포츠계에서도 만연하다. 그리고 대부분 스포츠계에서는 이런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한다. 냉혹하게 판단한다. 퇴출이다. 공정한 미래를 위해서다.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함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이재영, 이다영 자매 논란이다.이재영과 이다영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였다. 언니 이재영은 2014-2015시즌 V리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을 받았고, 신인상,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하는 등 톱스타로 입지를 다졌다. 동생 이다영 역시 2014-2015시즌 현대건설에 입단하며 V리그 대표 스타로 활약했다.두 선수는 모두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재영은 이견이 없는 '포스트 김연경'으로 손색이 없었다.그러다 2021년 사건이 터졌다.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학폭)'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칼을 들고 위협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배구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이후 이재영과 이다영은 나란히 한국 배구에서 퇴출됐다. 태극마크도 반남해야 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두 자매의 국가대표팀 자격 무기한 박탈의 징계를 내렸다.이재영은 2021년 말 그리스의 PAOK 테살로니키에 이적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몇 경기 뛰지 못하고 나왔다. 공백기를 갖던 그는 최근 일본의 빅토리나 히메지로 이적하며 현역 복귀를 알렸다. 이다영은 루마니아의 라피드 부쿠레슈티, 프랑스의 볼레로 르 카네, 그리스의 GS 파니오니오스 등 외국에서 전전하다 올해 초 미국 샌디에이고 모조에 입단했다.엄청난 사회적 비판을 받은 두 선수는 한때 국내 복귀를 타진했지만, 여론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중학교 시절 학폭 전과는 지금까지 둘을 한국 무대로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도 한 상태다. 그럼에도 대중의 눈높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두 자매의 한국 복귀를 강하게 저지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다.이재영, 이다영 자매뿐 아니라 최근 중학 농구대회에서 폭행을 저지른 학생도 퇴출됐고,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축구 유망주도 퇴출됐다. 스포츠 지도자들은 경각심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 범죄를 저지르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아이들의 공정한 미래를 위해서.최근 학폭에 가담한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한 경북대, 학폭을 주제로 폭발적인 이슈를 낳았던 드라마 '더 글로리' 열풍 등, 현대 사회는 이런 추세를 유도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의 죗값을 그냥 덮을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조진웅에게만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가. 현대 사회의 흐름과 역행하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물론 한 번의 죄가 평생의 주홍글씨로 남아서는 안 된다. 갱생과 재사회화에 사회와 어른들이 도와야 한다. 어렸을 때 비행을 저질렀으나, 마음을 바로잡고 잘 사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그렇지만 성공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죗값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죗값을 치를 수 있다.그리고 어린 시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사실상 공인과 같은 연예인과 스포츠인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특별한 직업은 사회적 영향력이 엄청나다. 그들은 청소년의 우상이다. 그들의 범죄 이력은 청소년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또 피해자를 생각하면, 보고 싶지 않은 가해자를 강제적으로 봐야 한다면, 그래서 또 고통이 떠오른다면, 피해자의 박탈감은 커진다. 상황은 악화된다. 또 다른 가해가 된다.청소년 범죄를 저질러 놓고 유명해지고 싶은가. 대중적인 명성을 얻고 싶은가. 이건 '욕심'이다.이제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자. 조진웅 면죄부가 허용되면 또 다른 수많은 '유명' 죄인들이 고개를 들 것이고, 사회는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죄를 지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한국 사회는 그런 방향으로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조진웅은 은퇴가 맞고,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한국 복귀 또한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