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자기정치'에 쪼개지는 與 잠잠했던 계파 갈등 수면 위로"정청래엔 이재명 리더십이 없다"
  • ▲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9일 경기도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 평화주간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9일 경기도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 평화주간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이후 당내 계파 갈등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그의 숨겨왔던 친문(친문재인) 본색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몸을 한껏 낮추던 정 대표가 '정청래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친문식 정치를 답습하다 친명(친이재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은 이 대통령 중심으로 수년간 견고하게 흘러가던 '일극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이후 정 대표 체제로 재편되면서 대통령실과의 엇박자가 누적된 결과다.

    당정은 검찰 개혁 속도나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냈다. 이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가끔 속도나 온도에 차이가 난다"며 정 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재판 중지법 처리를 강행했고 결국 대통령실이 제동을 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자기정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당 중앙위원회 의결만 남겨둔 대의원·권리당원 비율을 '1대 1'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 강행은 잠잠했던 계파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당초 정 대표는 강성 친문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였던 2018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며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할 정도로 이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했다.

    또 정 대표 주변에는 친명(친이재명)이라기보다는 친문계 인사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문정복·장경태·최민희 의원 등이 정 대표 주변에서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정 대표는 줄곧 친문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개방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풀려나자 정 대표는 "진심으로 환영한다. 곧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며 크게 환영하기도 했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 전성기를 누린 방송인 김어준 씨와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최근에는 친노(친노무현)·친문 세력이 주를 이루고 있는 딴지일보를 "민심"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당내 주류로 자리 잡고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굳히자 사실상 '전향 친명'으로 돌아섰다. 이 대통령 주변에 머물며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에게 이 대통령은 22대 총선 대승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맡겼다. 강경파에다 국민의힘 인사들에게는 '얄미운 인물'로 정평이 난 정 대표를 법사위원장직에 앉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정국이 맞물리며 정 대표는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장이 됐다. 

    탄핵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정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광주·전남선대위원장을 맡아 호남을 집중 공략했다. 민주당의 텃밭이자 가장 많은 당원들의 표가 몰린 호남에서 유세를 다니며 대선에서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가 친명(친이재명)계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친명계는 이 대통령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남다른 리더십과 빠른 상황 판단으로 당을 완벽히 장악하고 정국을 이끌었다고 본다. 반면 정 대표는 과거 문 전 대통령을 따르던 인사들의 뺄셈 정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벼운 언행 등으로 굳어진 이미지가 한계를 노출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여론의 동향을 예민하게 체크하면서도, 상황을 보며 가장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했다. 통합에 대한 열망도 커서 능력만 있으면 이념적 색채가 달라도 쓸 수 있다는 열린 자세였다"고 이 대통령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정 대표에 대해선 "정 대표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했던 것 처럼  운동권 이념을 기반으로 한 강성 지지층과 유튜브들과만 소통하고 그 방향으로만 간다. 결국은 지금의 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정청래가 이재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량 차이, 그릇 차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친명계는 친문계가 이 대통령 경기지사 시절부터 그를 박해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 전 대통령이 그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문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며 인접지역 광역단체장인 이 대통령을 빼놓았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소극적인 지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2022년 대선에서 졌다는 '피해 의식'도 팽배하다. 

    친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구축했던 '원팀 민주당'이 정 대표 취임 4개월 만에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별로 받지 못했던 정 대표가 차기 당권과 대권을 염두에 두고 결국 친문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강성 지지층들은 "'도로친문당'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아니냐" "윤어게인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우린 문어게인 되게 생겼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는 일부 당원을 중심으로 정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계획되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에 "언론이 분류하는 계파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 대표가 대통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정 대표가 연임을 하게 되면 과거 정부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문어게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많다. 문재인 정부 여당은 압도적 의석수를 가지고 헛발질만 하다가 정권을 뺏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