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투자·안보 큰 틀 합의 … 세부 합의 필요'원잠 한국 내 건조'는 팩트시트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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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뉴시스
한미 양국이 관세·투자·안보 협상의 결과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14일 최종 확정했다. 다만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의 국내 건조는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은 채 정상 간 구두 합의에 의존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아울러 핵연료 조달 방식,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여부와 조정 범위, 군사용 핵 물질 사용에 따른 미국 내 절차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향성과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 작성이 마무리됐다"며 "이로써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발표했다.이 대통령은 관세협상 결과와 관련해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확인함으로써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확실히 불식했다"고 강조했다.안보 논의에 대해서는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인,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이번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1500억 달러 규모 조선 분야 '승인 투자'와 2000억 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축으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원목·제재목과 목재 제품에 대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인하·조정, 외환시장 안정에 관한 양국 공약, 비관세 장벽 완화, 방산·원전·조선 협력, 원잠 건조 및 우라늄 농축·재처리 협력 방향 등이 폭넓게 담겼다.특히 원잠에 대해서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원자력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원잠 건조를 국내에서 할지, 아니면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이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앞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잠 건조를 한국에서 한다는 점을 전제로 이야기를 했기에 한국에서 건조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위 실장은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했다"며 "건조 위치에 대해서는 일단 정리됐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작업하다 보면 어떠한 부분에 협업할 수 있고, 어떠한 부분에선 미국에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원잠을 어디서 짓느냐는 한국에서 짓는 걸 전제로 (미국과)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 팩트시트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원잠의 건조 국가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다.이처럼 원잠 건조 국가 문제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연료 조달 방식·미국 협정 개정·예외 적용 범위·핵물질 취급과 관련한 미국 내 법적 절차·기술 이전 범위 등은 여전히 후속 협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았다. 위 실장은 "농축·재처리는 경제·산업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어떠한 군사적 논의도 없었고 핵잠재력이나 핵무장과 아무 관련 없다"면서 핵무장 가능성 해석을 경계했다.경제·통상 분야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에, 2000억 달러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제약, 전략광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로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장기 투자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특히 팩트시트에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인하·조정 방안을 비교적 상세히 적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부품, 원목·제재목·목재제품에 대해 232조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한미 FTA 또는 최혜국(MFN) 관세율이 15% 이상인 품목에는 232조 관세를 추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의약품에는 232조 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하고, 반도체·반도체 장비에 대해서는 "한국의 반도체 교역 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 합의에서 제공될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부여하기로 했다. 또 제네릭 의약품·원료,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정 천연자원, 일부 항공기·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는 '조율된 파트너국에 대한 잠재적 관세 조정' 목록에 따라 철폐한다는 내용도 담았다.또한 반도체 232조 관세에 관한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합의한 것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지만, 동시에 미국이 대만·다른 동맹국과 어떠한 합의를 맺느냐에 따라 한국의 실질적 관세 수준이 뒤늦게 결정되는 구조라는 한계도 내포하고 있다. 정확한 세율·발효 시점·적용 품목이 후속 협상과 미국 국내 절차에 연동되면서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과 투자 계획을 장기적으로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팩트시트는 외환시장 안정 MOU에 대해 "한국이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MOU 상 공약의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그러한 요청을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 명시했다.정부는 이를 두고 '과도한 달러 조달 압박을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라고 평가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이 위기 시 충분한지, '조정 요청'에 대한 미국 측의 재량 여지가 얼마나 큰지 등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과 심사 기준은 MOU 본문과 후속 협의에 남겨둔 만큼, 이 부분도 뒤늦게 해석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비관세 분야에서는 자동차·농업·디지털 규제·지재권·노동·환경 등에서 포괄적 협력·원칙을 명시했다. 한국은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연간 5만 대까지 인정하던 상한을 없애고, 배출가스 인증 과정에서 미국 측 서류 외 추가 서류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식품·농산물 분야에서는 농업생명공학 승인 절차 효율화,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U.S. Desk' 설치 등이 포함됐고, 디지털 정책에선 미국 기업 차별 금지와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보장, WTO 전자적 전송물 관세 모라토리엄 영구화 지지 등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