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내년 정부 예산 69%""헌법 60조 위반 소지 … 비준 필수"민주 "특별법으로 이행 담보"
  • ▲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정부·여당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회 비준 절차 없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자, 야권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내년 예산의 70%에 달하는 재정 부담을 국회 검증 없이 처리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합의문과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 MOU에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고 단정하며 헌법이 정한 동의 절차를 건너뛰겠다고 하는데 이는 국민 세금을 투입한다면서 그 검증과 책임을 생략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과 합의했다면 3500억 달러(한화 약 502조 원)는 내년 정부 예산 728조 원의 69%에 달한다"며 "이런 결정을 국회 검증 없이 처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외교부 장관과 국무총리는 지난 9월 대정부 질문에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면 국회에 와서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답했는데 이제 와서 국회 동의 대상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한 말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의 설명이 엇갈리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 현금 투자와 상환을 강조했지만 미국 측은 총 9500억 달러 투자, 반도체 관세 제외, 농산물 시장 100% 개방을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핵심 수치와 조건이 서로 다른데, 이를 확인할 합의문 팩트시트 서명 문서는 단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 정부는 대미투자 규모를 총 3500억 달러로 합의했고, 현금투자는 연간 최대 20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의 현금성 외화 자산 운용수익을 살펴보았더니, 3개 기관을 모두 합쳐도 대미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간 운용수익은 약 95억 달러"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문학적인 규모의 외화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사안은 국민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라며 "당연히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해당 MOU가 '조약'이 아닌 '행정합의'로 보고 국회 비준 없이 '대미투자특별법' 등 특별법 제정을 통한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일 "관세합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MOU는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며, 정부 입장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입법을 통해서 해당 양해각서의 확실한 이행을 담보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