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法, '대장동 민간업자들' 배임 사건 전원 유죄 선고李도 같은 사건 별도 기소돼…1심 '기일 추정' 상태與, 재판중지법 추진하다 하루 만 철회…'여반장 행태' 비판대통령실 "현직 대통령 형사재판, 헌법에 따라 당연히 중지"법조계 "공범으로 기소된 李 위한 '무리수 입법' 자인한 셈"대통령실 "법원 재판 재개하면 위헌심판 더불어 입법해도 안 늦어" 여운
  • ▲ 제 80차 유엔(UN)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 제 80차 유엔(UN)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었던 당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와 민간업자들 전원에 중형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 판결이 내려진 지 이틀 후인 지난 2일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지시키는 이른바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달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6월 해당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당 주도로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등 정치권 반발이 심해지자 "대통령실과 조율부터 하겠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대통령실은 여당이 입장을 선회하자 브리핑을 열고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당연히 중지된다"며 "(재판 중지법)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수개월간 미뤄뒀던 재판 중지법 처리를 대장동 사건 1심 결과가 나온 직후 추진하겠다 한 것을 두고 "마치 짜놓은 시나리오처럼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임죄 폐지를 추진할 때부터 알 수 있듯, 이 대통령만을 위한 위인설법을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법원이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재추진 여지를 남겼다. 


  •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 法, 대장동 민간업자들 배임 사건 1심서 피고인 전원 중형 선고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민간업자 등 피고인들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됐다. 2021년 10월 첫 기소 이후 약 4년 만의 1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벌금 4억원과 추징금 8억1000만원을, 김 씨에게는 추징금 428억원을 명령했다. 

    정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원, 정 회계사에게는 징역 5년, 남 변호사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섯 피고인 모두에 대해 도망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을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하여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에 해당한다"면서 "공사 설립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2014년 재선에 기여하고, 유 전 본부장과 정진상(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씨,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의 술값을 대신 내주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 사실상 사업시행자로 내정되는 특혜를 받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의 업무상 배임을 인정하며 "예상 이익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확정이익을 정한 공모 과정을 그대로 체결해 공사가 정당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정된 사업자들이 나머지 이익을 독식하게 하는 재산상 위험을 초래했고, 그 위험이 현실화돼 공공과 지역주민에 돌아가야 할 막대한 택지개발 이익이 민간업자들에게 배분됐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대선을 앞둔 지난 3월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대통령은 다섯 차례 불출석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 혐의로 별도 기소돼 있으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이유로 기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재판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 ▲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與, 대장동 사건 1심 선고 직후 '대통령 재판 중지법' 처리 예고

    민주당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1심에서 전부 유죄를 선고받은 지 이틀 만에 재판 중지법 '드라이브'에 나섰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사법 개혁 공론화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이른바 '재판 중지법'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한 현실적 문제가 됐다"면서 "이제부터 민주당은 재판 중지법을 '국정 안정법' '국정 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으로 호칭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당 주도로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6월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본회의 직전 처리를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는 이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재개하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따라 민주당 의원 개인 차원에서 국정 안정법 처리 주장이 방어적으로 자연스럽게 분출됐다"면서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개시하라고 군불을 때니 민주당이 끓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판 중지법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오전 해당 법안 추진을 멈추겠다고 입장을 급선회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중지법을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며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로 유지한다"고 전했다.

  • ▲ 강훈식 비서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판중지법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강훈식 비서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판중지법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실, "헌법상 재판 당연히 중단 … 입법 필요하지 않아"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재판 중지법 입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해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당연히 중지된다"며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실장은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래서 당의 사법 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앞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시나리오 짜인듯 추진했다가 철회 … '무리수' 자인"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유죄 선고를 받자 이전에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재판중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미리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대장동 사건 판결이 나온 직후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특정인을 위한 입법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입법 추진을 두고 "배임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차 교수는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과 대법원장에 대해 국회 청문회, 국정감사, 현장감사 등에서 모욕한 바 있다"며 "그 때도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주장할 때처럼 명분은 '이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기소·판결된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판결 이유를 보면, '성남시 수뇌부에서 대장동 사업을 결정했다'고 나온다"며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재판이 재개된다면 유죄를 면치 못할 것이고, 민주당은 그 때문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민주당이 해당 법안 추진 계획을 밝혔다가 하루 만에 선회한 것에 대해 "우리 정치의 부끄럽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공범들에게 유죄 판결이 나오니 정범(이 대통령)도 향후 유죄가 나올 거 같으니까 마음이 급해서 무리수를 뒀다가 반발이 심하니 선회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