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사위, 3차 국감 추진 철회했다고 들어" '법사위 與 간사' 김용민 "추가 국감 논의 중" 김병기·정청래, 한 달 만에 또 이견 노출 "포스트 이재명 노리는 파워게임 … 당 사분오열"
  •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오른쪽).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오른쪽).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강성 의원들이 지도부 견해와 어긋나는 목소리를 내면서 불협화음을 키우고 있다. 당은 대법원에 대한 '3차 국정감사'를 열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가 이를 따르지 않고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는 식이다. 보유세 인상에 선을 그은 당 지도부를 향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부터 잇따라 이견을 보이는 등 혼선을 일으켜 당내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국감을 두 번 한 것이고, 세 번째 국감을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논의 중"이라며 "세 번째 국감이 현장 국감이 될지, 국회에서 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13일과 15일 대법원 국감을 두 차례 진행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 개입 의혹을 해명하지 않았다며 사상 초유의 3차 국감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기 불과 몇 시간 전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사위에서 3차 국감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법사위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부연했지만 김 의원이 이를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두 차례 대법원 국감을 진행한 이후 "굳이 또 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여당 법사위원들이 대법정 법대에 올라간 사진이 공개되는 등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자 지도부도 이를 의식해 추가 국감에 미온적인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지도부는 3차 국감을 안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나 법사위 차원에서 자료 제출 요구 등 효율적인 국감 운영을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엇박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조 대법원 청문회 실시 안건을 지도부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고 처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지도부 패싱에 정치권에서는 '정청래도 못 막은 추미애'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경기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유력한 추 위원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행보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 의원도 경기도지사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민주당 내 원칙론자로 분류되는 진성준 의원은 최근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며 당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당은 여론 반발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보유세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진 의원은 "집값을 못 잡는 게 선거에 더 큰 위험"이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 이른바 튀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미묘한 충돌도 이목을 끌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4심제' 논란에 휩싸인 재판소원제에 대해 "당론으로 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정 대표가 "당 지도부 의견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내 투톱 간 엇박자가 노출되자 민주당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불과 한 달 전 벌어진 두 사람의 '감정싸움'이 재소환됐다. 

    지난 9월 정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지시했다. 당시 합의가 파기되자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간 '파워 게임'이 벌어지면서 리더십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없는 민주당에서 누가 '포스트 이재명'이 될 것인가를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부터 이러니 기강이 안 서고 밖에서 볼 때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민주당 한 의원은 "우리 같은 원내에 있는 사람들은 정 대표에게 불만이 좀 있는 편이고, 일반 강성 당원들은 김 원내대표에게 '왜 정청래처럼 세게 밀고 가지 못하냐'고 항의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이지만 대체로 당은 안정적인 분위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