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2월 민주당 대표 시절 상진 스님 예방"신도들도 많고…" 친명 위성곤 총선 당선 언급종교계 만남 흔하지만 … 野 "뼈 있는 말이었나"태고종 "신도 정보 제공 등 정치적 개입 없다"
-
- ▲ 지난 2월 24일 이재명(왼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을 방문해 총무원장인 상진 스님을 예방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정교 유착'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올해 초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한국불교 태고종을 예방한 자리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종교계 인사와 정치인의 만남은 흔한 관례로 통하지만, 당시 태고종 상진 스님이 돌연 위성곤 민주당 의원의 총선 당선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도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1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으로 민주당 인사들의 종교단체 유착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민주당 소속 김경 서울시의회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원하고자 특정 종교단체 3000명 명단을 확보하고, 1800만 원 상당의 당비 납부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주된 내용이다.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서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불교계인 것으로 전해졌다.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회의에서 "이 사안은 시의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부끄럽고 지겹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김민석 총리를 밀어달라는 말이 명시돼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총리는 사퇴해야 한다"며 "총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국정을 챙기는 자리인데 특정인을 위해 종교가 희생돼선 안 된다.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진 의원은 "민주당 김 시의원은 '악의적이고 조작'이라고 부인했지만, 실제 통화에서 '김민석으로 가자'고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수기로 조작을 위해 글쓰기 작업을 재촉했다는 말까지 했다. 1800만 원이 어디서 마련됐는지, 위원장실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진 의원이 국민께 알려드린 녹취 내용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내쫓고 사법권 완전 파괴를 위한 공작을 부리던 민주당 측이 틀었던 음성변조 AI 조작인지 알 수 없는 녹취록과 차원이 다른 사실 그 자체 녹취록"이라며 "이 사안의 본질은 김 총리의 내년 지선을 위한 사전선거운동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건의 몸통은 김 총리라고 주장하며 수사기관에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국민의힘을 향해 종교와의 유착 의혹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자당에서 정교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당 윤리감찰단과 서울시당 조사를 통해 위법사항이 나타나면 징계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그러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올해 초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태고종 총무원 방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태고종은 우리나라 불교 3대 종단 중 하나다.지난 2월 24일 당시 이재명 대표가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을 만났을 때 돌연 지난 총선 당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을 도와 당선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위 의원은 2021년 9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공개지지 하면서 열린캠프에 합류하는 등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분류된다. 위 의원은 제주 서귀포시에서 내리 3선을 했는데, 상진 스님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종단 스님들이 애써가지고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고 말했다.이에 이 대표는 "아 그러세요? 위 의원 지역이 조금 어려운 지역인데"라고 호응했고, 상진 스님은 "본인도 알고 계시다"라고 언급했다.상진 스님은 거듭 "우리 임오경 의원님이 제주도까지, 그날 내가 가 있는데, 연락이 와서 그때 우리 종단 스님들 전부 모셔놓고, 서귀포 쪽 스님들, 그래가지고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만은 각별히 좀 도와드린 것"이라며 "(위 의원이 지역구에서) 거의 지고 있었던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우리 종단의 중진 스님들이 몇분 거기 사신다. 그분들이 또 신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정치인이 태고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불교·기독교·천주교 등 각종 종교·종파 인사들을 예방하는 자리는 여야 할 것 없는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또한 상진 스님은 국민의힘 인사들도 두루 만났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대선 출마설이 나왔을 당시 오 시장에게 "여당에서 출마하려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해드린다고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덕담을 건넸다.다만 이재명 당시 대표가 예방했을 때 상진 스님의 발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종교의 영향력과 관련한 농담조 발언으로 비쳤지만, 이번 녹취록 논란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한 모습이다.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인과 종교계 인사들의 만남은 특별히 주목하지 않을 만큼 흔한 관례로 이어져왔고, 서로 '도와달라' '돕겠다' 말하는 것은 그리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현재 논란과 겹치고 또 민주당이 내로남불이란 말이 나오니 그땐 농담처럼 흘러간 말도 '뼈 있는 말이었나'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속의 김경 시의원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 내용에 대해 "조작"이라며 전면 반박했다. 또 "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탈당을 선언했고, 녹취와 관련해서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 김경 서울시의회 의원. ⓒ뉴시스
김 시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종목 단체인 서울시사격연맹 장정희 부회장의 민원을 경청했을 뿐이다. 그리고 장 부회장에게 (그의) 요청에 따라 당원 가입 절차를 안내했을 뿐"이라며 "제가 만난 사람은 장 부회장이다. 특정 종교 단체를 만난 적이 없다. 장 부회장과의 면담을 종교 단체 만남으로 왜곡하는 것은 명백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또 "민원을 듣는 과정에서 장 부회장이 먼저 선거 때 사람 모집이 힘들지 않느냐. 내가 관리하는 회원이 3000명이다. 의원의 내년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당원 가입 방법과 절차를 안내했을 뿐이다. 이후 장 부회장으로부터 단 한 명의 당원 명부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김 시의원은 "당비 대납은 없었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당비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각자 내야 한다'고 장 부회장에게 명확히 설명했다. 당비 대납은 불법이며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면서 김 총리 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인사치례였을 뿐이다. 김 총리는 이 사안과 무관하며 장 부회장과 경선 조작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진 의원에게 녹취를 제보했다는 인물도 언론 매체를 통해 통일교 신도들의 국민의힘 가입 사건이 떠올라 실제로 민주당 당원 가입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는 또 "절에 큰 행사가 있으면 전국에 있는 여러 종단 불교 신자들이 기도를 위해 모이고, 그런 분들의 명단이 3000명 정도"라면서 진 의원이 언급한 '특정 종교'가 불교는 맞지만, 특정 종단이나 종파에 국한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한편, 태고종 총무원은 1일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총무원은 "(진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일부 언론사에서는 본 종단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연루돼 있는 듯한 인상을 국민께 심어줬다"며 "본 종단은 어떠한 정치적 개입도 한 바 없으며 그 어떠한 정당 및 정치인에게 신도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공유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총무원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본 종단 전체를 특정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태고종의 모든 종고와 500만 신도들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법적, 제도적 노력을 강력하게 취할 것"이라고 했다.이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 종교 자율성과 종단 500만 신도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관련 수사기관은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