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란 무엇인가?""무슨 근거로 '감독의 시선' 문제 삼나""'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 근거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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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각종 사료와 증언을 토대로 '제주4·3사건'의 실체를 파헤진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특정 관념의 편향된 표현으로 연출됐다'는 이유로 '독립영화'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 ▲ 지난 2일 오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시사회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는 지난해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정치역정을 재조명한 '건국전쟁(The Birth of Korea)'으로 국내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덕영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문제작. 해방전후사 등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진실에 입각해 바로 알리는 '건국전쟁 시리즈'의 2탄이다. 지난 10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4만9000명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1위를 달리고 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앞서 '다큐스토리 프로덕션'으로부터 영화 '건국전쟁2' 독립영화 인정 신청 건을 접수·심의한 영진위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로서 정치적 역사적 쟁점을 다룬 의도는 확인되나 △균형 잡힌 탐구보다는 특정 관점의 강조에 치우친 편향된 표현 방식과 △완성도가 아쉬운 작품으로 독립영화 인정 기준 해당 항목이 없다"며 "'건국전쟁2'를 독립영화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7명으로 구성된 영진위 인정소위원회는 지난 19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뒤 해당 심사 결과를 지난 25일 김 감독에게 통지했다. 이에 김 감독은 즉각 불복 의사를 밝히고 영진위에 '재심'을 요청했다.
독립영화는 대규모 제작사나 스튜디오의 간섭 없이 제작된, 예술적 자유를 극대화한 작품을 일컫는다. 따라서 상업영화보다 연출자의 특정 관념과 시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감독의 특정 관념이 반영됐다는 이유로 '독립영화 불인정' 결정이 내려진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김 감독의 입장이다.
◆ "독립영화는 '감독의 개성 있는 관점' 담은 작품"
김 감독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독립영화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자랑하는 '한국독립영화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적 압박과 저항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 것'으로 독립영화의 역사성을 정의하고 있으며 아울러 '치열한 자기 부정과 실험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상업영화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독립영화만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한 김 감독은 "한마디로 감독의 독특한 개성과 실험 정신이 바로 독립영화의 정신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영화의 역사가 긴 서구 영어권에서는 이보다 구체적으로 독립영화를 정의하고 있다"면서 '독립 영화(인디 영화)는 메이저 영화사나 상업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예술적 의도와 주제 의식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영화를 의미하고, 주류에서 다루기 힘든 사회·문화적 이슈를 다루거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실험하며,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는 독립영화의 개념과 정의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두 가지 독립영화의 개념에서 나타는 공통점은 바로 작품에 대한 '감독의 개성 있는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대한민국 영진위에서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감독의 관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영진위는 감독의 관점이 편향됐다고 하는데, 2년 넘게 미국 국립기록문서보관청에서 발굴해낸 객관적 기록문서, 기록 필름 등이 어떻게 편향됐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은 김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기록필름과 기록문서,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제주 4.3 인민유격대의 민간인 공격에 대한 증언 등이 '편향'됐다면, 영진위는 편향성이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 "세월호, 촛불 시위 영화에 '균형 감각' 있었나"
김 감독은 "새로운 역사적 사실의 발굴을 '편향'이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 없다"며 "역사는 새로운 기록이 발굴될 때마다 해석 또한 계속 바뀌는 것이다. 사실의 영역에서는 좌우가 있을 수 없다. 오직 진실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강조한 김 감독은 "감독의 독특한 시각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야말로 관객들에겐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라며 "'건국전쟁2' 역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역사적 기록필름 등이 공개되면서 현재 엄청난 관심과 호기심 속에 관객의 발걸음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감독은 "그동안 영진위가 승인해 준 그 수많은 세월호, 촛불 시위 영화는 균형 감각이 있었느냐"며 "영진위는 '건국전쟁2'가 균형 잡힌 탐구보다 특정 관점에 치우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영진위가 무수하게 인정해 준 소위 진보 진영 영화들이 균형 잡힌 탐구를 한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조차 더 이상 또 다른 침몰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그 많은 영화들 중에 균형적인 탐구를 한 작품이 있었느냐"며 "촛불 시위 등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강조한 영화들에서는 어떤 균형 감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번 불승인 사태가 단지 순수한 영화계 내부의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흑막'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완성도'는 지극히 주관적 감상에 좌우되는 개념"
김 감독은 '건국전쟁2'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라는 영진위의 결정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김 감독은 "문화일보 이미숙 논설위원의 글에서 확인되고 있듯이 '건국전쟁2'는 1편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대다수 관객들의 의견"이라며 "도대체 영진위 심사위원들은 무슨 근거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독립영화 심의 기준에 '완성도'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 김 감독은 "도대체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기라도 하느냐"며 "영화의 완성도란 지극히 주관적 감상에 좌우되는 개념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완성도 역시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영진위 심의관들이 완장을 차고 갑질을 하고 있다'는 어느 시민의 비난에 대해서 도대체 영진위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 "상영관이 19개로 내려가면 TV·OTT 공급 어려워져"
김 감독은 독립영화 불승인 사태로 '건국전쟁2'를 안방극장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 감독은 "개봉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영화를 관람한 실관람객들의 높은 평점과 뜨거운 반응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극장들은 상영관을 계속해서 축소하고 있다"며 "심지어 개봉 일주일차에는 저녁 6시 이후 상영 시간이 실종되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독립영화로 분류되면 '부가판권' 개시 시점인 10월 16일까지 5개 상영관만 확보하고 있으면 되지만, 일반 상업영화로 분류될 경우 20개 상영관을 확보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건국전쟁2'가 상영되고 있는 상영관은 고작 30개밖에 없다. 만약 10월 16일 상영관이 19개로 내려간다면, 극장 상영이 끝난 뒤 진행되는 TV, OTT, IPTV, 인터넷 등의 부가판권 시장을 통해 '건국전쟁2'를 공급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불승인 통지서보다 승인 통지서 먼저 받아"
이 외에도 김 감독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영진위가 '건국전쟁' 1편에 대해 자신들이 이미 발급해 준 독립영화 인증서를 갑자기 취소시켜 버린 일이 있었고, 2024년 상반기를 마감하던 시점, 영진위 이름의 '한국영화산업 상반기 결산 보고서'에 '건국전쟁'이 누락되는 일도 있었다"며 "왜 '건국전쟁'에서만 영진위 미스터리가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감독은 "영진위는 '건국전쟁' 독립영화 불인정 결정이 승인보다 먼저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그럼 왜 승인 통지서가 먼저 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라며 "불승인 결정이 먼저 결정됐다면, 당연히 불승인 통지서가 먼저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분명히 승인 통지서를 불승인 통지서보다 먼저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항의하자 영진위가 공식 사과와 함께 '한국 독립영화 랭킹'에 '건국전쟁(1위)'을 포함시켰음을 밝힌 김 감독은 "이미 지난 일을 다시 힘겹게 꺼내는 이유는 '건국전쟁'을 만들고 영화를 힘들게 배급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5년 영진위는 '건국전쟁2'의 독립영화 승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내수공업으로 감독과 그의 아내인 프로듀서가 힘들게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독립영화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영화가 진정 독립영화란 말인가?"라고 울분을 통했다. -
- ▲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건국전쟁2' 시사회에서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