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동결론, 北 비핵화 거부 국면서 제기미북 회담=核보유국 인정 절차 우려전술핵 재배치·확장억제 강화론 대두관세·안보 패키지 연계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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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0차 유엔(UN)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북핵 동결'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면 거부하는 상황에서 '동결론'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신호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한미 군사안보동맹은 해체해도 된다고 하면서 북핵 보유를 인정해 준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결된 매우 엄중한 발언이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를 두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서는 안 되며, 지금의 북한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미국의 요구로 분리된 경제·안보 패키지를 연계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실효적 대북 억제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이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매년 15~20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면서 핵 생산 동결은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이어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이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결실 없는 노력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중 일부라도 달성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이 대통령의 '현실론'과 달리, 북한은 2022년 9월 '핵무력정책법'으로 핵무력 보유의 불가역성과 비핵화 협상 불가 방침을 못박았고, 2023년 9월 헌법 개정으로 핵무력 건설을 국가의 기본법에 명시하며 비핵화 의제 자체를 거부했다.22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이처럼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핵만 폐기하는 '군축 협상'에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은 유지한 채, 북한에 인도·파키스탄급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헌법 차원에서 비핵화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동결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한다. 즉, 기존 핵을 그대로 둔 채 추가 실험이나 개발만 중단하는 수준에 그쳐 결과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승인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익명을 요청한 전직 안보 관료는 "과거의 동결·불능화·폐기 3단계 비핵화 구상은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목표를 인정하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폐기' 구상은 2단계인 축소로 끝난 채 3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단계(축소)가 3단계(폐기)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북한이 핵 폐기 거부를 공언하는 상황에서 축소는 의미가 없다. 북한이 '비핵화 불가'를 못박은 현재 과거의 논리로 회담을 추진하면 남한만 '핵 인질'이 된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현 상태의 대북 억제력 수준에서 이뤄지는 남북 정상회담은 '정치적 성과주의'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올라가겠지만, 이는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북핵을 전략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들어야 의미 있는 남북 대화도 가능하다. 자체 핵무장은 국제 제재로 현실성이 낮은 만큼, 1991년에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이에 준하는 확장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의 요구대로 경제 패키지와 안보 패키지가 분리된 현 한미 협상 구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제·안보 패키지를 연계하고 미국으로부터 전술핵 재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그는 "안보와 통상을 분리하면 한국의 협상력이 약화된다. 미국이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를 확장억제 강화와 연계한 '안보–통상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고 꼬집었다.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전술핵 지상 배치는 북한의 선제타격 위험과 국내 반발이 크다"며 핵추진 전략잠수함 등 해양 플랫폼에 전술핵을 탑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그는 "미국이 전술핵 운용 비용에 난색을 보일 경우 유지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더라도 대북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워싱턴 선언'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수준의 확장억제에 합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남북 대화는 과거 탈냉전 구도 속에서 가능했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남북 대화의 구조적 여건이 현저히 약화한 상황에서 한미는 전술핵 억제력을 구축하고 북한이 스스로 한국과 협상할 필요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