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 무기력에 지선도 빨간불 … 당내 위기감이대로 가면 지자체도 TK 빼고 승리 장담 못해여론조사서 밀린 박형준 … 부산 민심도 흔들"특정 지역 정당 전락할 수도" … 내부 경고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9.03.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9.03. ⓒ이종현 기자
    탄핵 사태 이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국민의힘이 차기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을 기반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전통적 텃밭인 부산까지 흔들리는 추세가 감지되면서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지방선거 총괄기획단과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꾸리고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광역단체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구상에 의해 꾸려졌다.

    국민의힘은 총괄기획단 위원장에 나경원 의원을 임명했다. 평가혁신 TF 위원장에는 정점식 의원, 조강특위 위원장에는 정희용 사무총장을 각각 임명했다.

    총괄기획단은 내년 지방선거 전략을 수립한다. 평가혁신 TF는 장동혁 대표가 약속한 '제대로 싸우는 사람에게 공천'을 실현하고자 체계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 조강특위는 현재 공석인 전국 33곳 당협위원장 자리를 채우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전략 수립과 조직 정비를 위함"이라며 "특히 총괄기획단 출범을 계기로 지방선거 승리의 밑그림을 그리는 한편,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TF를 통해 공정하고 체계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나경원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5.06.03. ⓒ이종현 기자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나경원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5.06.03.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참패에 이어 올해 조기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입법·행정 권력을 모두 민주당에 내주면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로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통상 대선 직후 열리는 지방선거는 여당에 유리한 데다, 3대 특검 등 야당을 향한 수사 강도가 거세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패배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새 지도부의 지지부진한 모습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보수·우파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오는 21일 대규모 장외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나 국민에게 얼마나 큰 울림으로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국민에게 절절히 호소할 수 있는 핵심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당이 전략적으로 쫓기는 듯한 모습"이라고 했다. 

    다음 지방선거의 최대 관건은 국민의힘이 현재 현역인 자리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여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열린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권 초기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2개 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자당 소속 12곳을 최대한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내부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당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서울과 부산을 지켜낸다면 선방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마저도 안갯속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TK(대구·경북)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 울산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례로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월 16~18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서울은 민주당 40% 대 국민의힘 28%, 인천·경기 민주당 40%, 국민의힘 25%로 집계됐다. 

    대전·세종·충청은 민주당 37% 대 국민의힘 18%, 광주·전라 민주당 67%, 국민의힘 4%로 민주당이 앞섰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던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은 27%로 민주당(38%)에 밀렸다. 유일하게 대구·경북에서만 국민의힘 36% 대 민주당 25%로 우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차기 내각 인사들이 대거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빼앗긴 지역을 수복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여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은 10명 가까이 거론되고 있다. 박홍근·서영교 의원(4선), 박주민·전현희 의원(3선), 홍익표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3선) 등의 이름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에 김민석 국무총리, 충남도지사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강원도지사에 우상호 정무수석 차출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09.17.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09.17. ⓒ이종현 기자
    여권은 서울과 부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지난 12일 서울,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가 12·3 비상계엄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이 대부분인 현역 광역자치단체장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명태균 게이트'를 고리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을 언급하며 민심을 여권으로 돌리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 타운홀미팅으로 전국 시·도 국민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점도 야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민심은 벌써 요동치고 있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차기 부산시장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9월 7~8일 조사, 만 18세 이상 부산 거주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전 장관은 20.3%로 현직인 박형준 부산시장(15.9%)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 시장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과 부산에 정부·여당 공세가 집중될 것"이라며 "부산도 큰 정치적 위기라면 위기"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세미나를 여는 등 지방선거 승리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2004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위기에서 반전을 한 계기로 꼽히는 '천막당사 정신'이 거론되기도 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 이기는 보수 어떻게 가능했나' 토크콘서트에서 "처절하고 절박한지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지금과 같이 해서는 곤란하다"며 "위기는 다가온 위기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기는 공식을 다시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보수 정당은 점점 소수 정당, 특정 지역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리는 주구장창 성장, 안보 같은 것만 하고 말랑한 것들은 진보에게 뺏겨도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은 수도권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