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사건 계속되는데 보호 체계는 제자리민간경호 14일 한계…전자발찌, 신청 대비 35%만 부착전문가 "범죄 경고 알림 시스템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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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제폭력. ⓒOpenAI
최근 교제 중이거나 과거 연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적 충격을 낳고 있다.특히 신고 이력이 있었음에도 조치가 무위로 돌아간 사례가 반복되고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거나 제도적 한계로 인해 참극을 막지 못한 경우가 속출하면서 스토킹·교제폭력에 대한 대응 체계 전반의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수사 당국은 민간경호와 전자감시 장치 등 물리적 보호 수단을 강화하고 있지만 짧은 보호 기간과 제도의 비강제성, 기술의 단편적 운용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전문가들은 GPS 기반의 '지오펜싱(Geo-fencing)' 기술을 중심으로 경호체계와의 실시간 연동, 피해자 맞춤형 조치 확대, 교제폭력 특성을 반영한 개별 입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지난 3일 서울 강동구에서는 60대 남성이 교제 중인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체포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은 관계성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두 사람은 이전에도 다툼으로 경찰 신고 이력이 있었다.다음 날인 4일 경남 지역에서는 50대 남성이 연인과 지인을 차례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연인과는 남녀 관계 갈등, 지인과는 금전 문제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토대로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피해자 보호 조치가 있었음에도 참극을 막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경기 의정부 한 노인보호센터에서는 50대 여성이 옛 직장 동료의 스토킹에 시달리다 살해됐다.피해자는 생전에 올 3월부터 112 신고를 3차례 접수했지만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는 검찰에서 "스토킹 행위의 지속·반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피해자에게 지급됐던 스마트워치는 사건 당시 핸드백 고리에 걸려 있어 긴급신고도 이뤄지지 못했다.연인 사이의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도 잇따랐다. 울산에서는 30대 남성이 전 연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고 대전에서는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피해자의 사망을 확인하기 위해 빈소까지 찾아가는 일이 벌어졌다.이들 사건에는 모두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위협을 사전에 인지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가해자와의 분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
- ▲ 경찰. ⓒ뉴데일리 DB
◆민간경호 지원사업, '효과는 입증'됐지만 … 한계도 뚜렸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경호 지원사업'이 효과적인 보호 수단으로 평가받는 한편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그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민간경호 지원사업은 2023년 6월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전국 확대 시행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민간경호원 2인이 하루 10시간씩, 최대 14일간 피해자 곁을 밀착 보호하는 방식이다. 비용은 경찰이 부담한다. 필요 시 1회 연장도 가능하다.앞서 경찰은 2년간 민간경호 지원사업을 시범 운영했지만 총 254명의 대상자 중 한 건의 추가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이어 민간경호원의 신고로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스토킹·가정폭력 가해자 10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전했다.하지만 제도적 성과와는 별개로 지난 6월 대구에서 벌어진 스토킹 살인 사건은 민간경호 지원사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당시 피해 여성은 민간경호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나 14일간의 보호 기간이 끝난 뒤 경찰의 민간경호 연장 제안과 긴급 주거시설 이전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이어 가해자는 경호가 종료되자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뒤쫓았고 결국 살해했다.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려 해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피해자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실질적인 보호가 어렵다"고 밝혔다. -
- ▲ 경찰. ⓒ정상윤 기자
◆GPS 기반 알림·차단 시스템 필요… 전문가 "경호 체계와 연동해야"민간경호 지원사업의 짧은 보호 기간과 강제력 부재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기술적 보완책으로 '지오펜싱(Geo-fencing)' 기술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지오펜싱은 GPS 기반의 일정한 지리적 경계 설정을 통해 출입 여부를 자동 감지하고 경보나 대응조치를 유도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나 스마트워치 등 착용 장치를 통해 특정 위치에 가해자가 접근하거나 피해자가 이탈할 경우 알림이 작동하고 관제센터나 피해자에게 실시간으로 통보되도록 할 수 있다.신소영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오펜싱 기술이 관계성 범죄 예방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 교수는 "피해자가 설정한 안전 지역을 벗어나거나 가해자가 금지된 구역에 접근할 경우 자동으로 메시지가 나타나 피해자에게 실시간으로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의 물리적 접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이어 민간경호 지원사업의 제약에 대해서도 "민간경호는 기간의 제한도 있고 적용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조건도 있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는 지금 누구나 이제 원한다고 지금 다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지오펜싱 기반 전자감시 기술은 피해자-가해자 간 물리적 접촉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신 교수는 지오펜싱이 현재 전자발찌 감시 시스템에 일부 활용되고 있지만 민간경호 지원사업과는 아직 완전히 연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등 대응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지오펜싱 기술은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이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계약된 민간경호 사업자도 함께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에서만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경보 발생 후 민간경호 사업자까지 전달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경호 측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경보 알림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교제폭력은 아직 개별법이 없어 범죄 성립 요건 등을 따졌을 때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교제폭력의 특성을 반영한 개별법이 제정돼야 경찰 등 대응기관이 기준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그에 맞는 매뉴얼도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 경찰. ⓒ뉴데일리 DB
◆'범죄율 0%' 전자발찌… 경찰·법무부, 스토킹 대응 강화에 본격 나서관계성 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는 전자발찌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경찰은 최근 발간한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활동' 자료에서 전자장치 부착 제도 시행 이후 장치가 부착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검찰 역시 2024년 1월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전자장치 부착 기간 중 피해사례는 0건이라고 7일 밝힌 바 있다.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이 2024년 1월부터 가능해지면서 올해 6월 말까지 1년 6개월간 총 171건의 부착 결정이 내려졌다.하지만 현실에서는 171건의 부착 결정을 두고 장치 부착을 신청한 489건 가운데 34.9%에 그친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활용도가 아직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찰청, 대검찰청, 법무부, 여성가족부는 지난 6일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열고 전자장치 부착을 포함한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검찰은 7일 협의회 결과 스토킹을 반복하는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잠정 조치 중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스토킹 사건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검사와 경찰이 상시 협조 체계를 갖추고 잠정조치 신청 시 활용할 수 있는 신고 이력 등 관련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라고도 전했다.검찰 관계자는 "스토킹 범죄 등 강력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