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10%P 낮춰…일본, EU와 동일3500억달러 대미투자 및 1000억달러 에너지 구입韓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보장받아…쌀-소고기 제외
  • ▲ 통화하는 이재명 한국 대통령(좌)과 도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통화하는 이재명 한국 대통령(좌)과 도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양국간 무역협상이 관세 협상시한을 하루 남기고 타결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을 경우 8월1일부터 25%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이를 10%P 낮춘 것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 내용에 대해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한국은 100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액수는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며 "난 새 대통령에게 그의 선거 승리에 대해서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린 한국에 대한 15% 관세에 합의했다"며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5% 관세는 앞서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합의한 관세율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 협상단과 실무 협상을 이어온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좀 더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전했다.

    루트닉 장관은 일단 3500억달러 대미(對美) 투자에서 발생한 투자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며 투자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런 수익 배분 구조는 미·일 합의에서 적용한 비율과 같다.

    앞서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EU는 6000억달러 투자를 미국과 합의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규모가 일본이나 EU보다 작은 것은 경제 규모 차이가 고려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이 많은 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루트닉 장관은 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하면 그때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투자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투자 규모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2024년 기준 무역적자는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다.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억달러는 (직접)투자는 일부 있겠지만,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의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 외에도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투자 펀드도 2000억달러 조성될 예정"이라며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김용범 정책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50731 ⓒ뉴시스
    ▲ 김용범 정책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50731 ⓒ뉴시스
    루트닉 장관은 이어 15%의 관세율은 4월부터 품목별 관세 25%가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체결한 합의와 같은 내용이다.

    이로써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일본, EU산 자동차와 동일한 조건에서 대미 수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본이나 EU 자동차의 경우 이미 2.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던 상황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25% 추가 관세는 12.5%로 낮춘 셈이었으나, 한국은 0%에서 15%가 되면서 EU나 일본 자동차에 대한 상대적 우위는 사라지게 됐다.

    김용범 실장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우리가 12.5%로 최선을 다해 주장했으나, 거기까지였다"고 말했다.

    루트닉 장관은 아울러 현재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인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서는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50%로 설정된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관세의 경우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변동이 없다"고 루트닉 장관은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 쌀과 소고기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대표단은 16시30분께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정부 대표단은 18시께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18시16분께 SNS에 글을 올려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 합의하지 않으면 8월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 측과 협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