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미선 후임 후보군에 이승엽 변호사 포함'공직선거법'·'위증교사'·'불법 대북송금' 맡아대통령실 "어떤 부분 이해 충돌 이해 안 돼"법조계 "대통령 변호인, 헌법재판관 가면 헌재 판단 국민 수긍 의문""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
- ▲ 이재명 대통령 내외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국정 전반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의 인선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속도'의 한편에선 정권을 보위하기 위한 보기 좋지 않은 모습들도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특히 사법 영역에서는 헌법 정신의 최전선에 있는 3권 분립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사법의 정치화'인데,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입법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사법 장악의 모습이 이제 행정부에서까지 일어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흔들리는 사법 독립'의 현상을 시리즈로 진단해본다.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재판을 맡았던 이승엽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포함된 이후 법조계에선 사법 독립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 변호사를 여전히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4월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 변호사와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위광하 서울고법 판사에 대한 인사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5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대통령 몫으로 지명한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는데, 이들을 대신할 후보군으로 이 변호사가 검토되고 있다는 뜻이다.오 부장판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고 위 판사는 서울고법 고법판사, 광주고법 고법판사 등을 거쳤다. 이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이후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을 맡았다. 또 2018년 이 대통령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도 맡아 최종 무죄 판결을 이끌었다.◆'이재명의 변호인', 헌재서 李 사건 심판하나법조계에선 이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로 검토되는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구의 한 변호사는 "이 대통령 사건을 심리해 온 이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건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이 대통령 관련 사안이 헌재에 올라갔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 대통령 형사재판의 계속 여부를 판단할 '헌법 84조' 해석 문제와 이 대통령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 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가결될 경우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모두 정지되거나 면소(免訴) 판결이 내려진다.이에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그가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특정 사건을 했다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임명된 게 결격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은 분이 헌법재판관으로 들어간다면 헌재 판단을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면 이해충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본인(이 대통령) 사건을 맡은 분들은 공직에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인지, 어떤 부분에 충돌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 했다"고 답했다. -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DB
◆"노골적으로 편향된 인사 … 민주주의 위협"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임기는 6년이고 연임을 허용한다. 이 변호사가 임명된다면 이 대통령의 임기 5년을 마치고 퇴임한 후에도 1년 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는 셈이다.이 가운데 민주당은 법원의 재판 결과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 있게 하는 재판 소원을 도입하는 헌재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헌재법이 개정된 후 퇴임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다. 이 대통령 측이 재판 소원을 제기하면 이 사건을 이 변호사가 심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이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이 되더라도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재 신뢰성 훼손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검토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노골적으로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이 확실한 편향된 인사를 하는 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런 헌법재판소 재판의 공정성을 누가 믿겠나"라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이 자신을 변호한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검토한 '보은인사' 자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헌재까지 이 대통령이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 코드 인사는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