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특별 기부공연…예술위와 함께 1990~2006년생 청년 대상으로 마련전석 매진 속 성료, 공연 종료 후 최민호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 진행
  • ▲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X 아르코 특별 기부공연 관객과의 대화 현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X 아르코 특별 기부공연 관객과의 대화 현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계가 점차 나이 들어가는 지금, 오늘 이 무대가 청년 연극인을 위한 씨앗이 되어 창작 정신을 깨우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공연에서 배우 신구는 이같이 말했다. 

    원로 배우 신구(89)·박근형(85)의 제안으로 기획된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협력 아래 1990~2006년 태어난 청년 세대를 위한 특별 무대로 마련됐다. 티켓 수익 전액은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기 위한 '연극내일기금'으로 기부된다.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파크컴퍼니 제작으로 2023년 12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기부공연까지 총 106회에 걸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두 배우의 뜻에 공감한 공연 관계자들과 후배 배우들도 객석 기부에 동참했다. 파크컴퍼니에 따르면 티켓 수익금은 2162만1600원, 기부금은 915만 원으로 총 2077만1600원이 모아졌다.
  • ▲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X 아르코 특별 기부공연 관객과의 대화 현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X 아르코 특별 기부공연 관객과의 대화 현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근형은 기부공연의 기획 배경에 대해 "연극을 하며 받은 사랑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연극인들이 떠올랐다. 기부라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한, 매 공연마다 기부공연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공연 후에는 재능기부로 참여한 최민호의 사회로 두 배우와 오경택 연출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선생님에게 고도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신구는 "제 인생에서 고도는 곧 기도였다. 기도는 각자 마음속에 있는 것. 자유, 사랑, 돈, 병마 등 삶의 수많은 과제 중 하나가 고도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박근형은 "연극을 하며 수없이 고도를 마주했다. 각자의 시점마다 만나게 될 고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경택 연출은 "본질적으로 기다림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라며 "각자의 마음속 고도를 기다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한 청년의 "기다려 온 고도가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어쩌나 두렵다"는 질문에 박근형은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듯, 고도 역시 준비할 때 비로소 다가온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구는 "일생을 두고 한 우물을 파십시오. 언젠가는 반드시 물이 나올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 ▲ 그룹 샤이니 멤버이자 배우 최민호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의 GV(관객과의 대화)에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SM엔터테인먼트
    ▲ 그룹 샤이니 멤버이자 배우 최민호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기부 공연의 GV(관객과의 대화)에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SM엔터테인먼트
    최민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밸' 역으로 연극에 첫 도전한 바 있다. 그는 "작년에 이 작품을 두 번 관람했고, 최근에는 연습실에 직접 찾아가 선생님들의 연습 장면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볼수록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고 고도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은 "두 배우의 뜻깊은 제안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공연을 통해 조성된 '연극내일기금'이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는 씨앗이 돼 더 많은 후원으로 확산되고 우리 연극의 미래를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1906~1989)의 대표작이다. 실체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고고)와 블라디미르(디디)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오는 25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