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종족의 역사 내란' 출판기념회"무책임하게 내뿜어지는 종족주의""종족주의, 자유민주 체제 위협해""민족적 자부심·자유민주주의 가치 묶자""독립운동 출발점에서 기본 노선 상기"
  • ▲ 반일종족의 역사내란 출판기념회, 인사말하는 이영훈 교장 ⓒ정상윤 기자
    ▲ 반일종족의 역사내란 출판기념회, 인사말하는 이영훈 교장 ⓒ정상윤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반일 종족의 역사 내란' 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 역사를 해석하는 관점이 심하게 어긋나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책은 이영훈 교수팀의 '반일 종족주의 시리즈 제3탄'으로 이승만학당이 발간했다. 책은 거짓말로 짜인 한국사 학계의 민중 민족 사관이 오늘날 한국에서 좌익 헤게모니의 근원이 됐다고 보고 이 민중민족 사관을 비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교장은 인사말에서 "한국 정치는 건국 이후 76년간 이 나라가 자유민주 이념에 걸맞은 국민을 형성함에 실패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며 "그 근저에는 한국 민족주의의 종족적 특질, 곧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무책임하게 내뿜어지는 종족주의가 가로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같은 지성의 한계로 인해 이 나라 국민은 자유 시민이라기보단 거칠고 전체주의적 민중으로 타락해 이 나라의 자유민주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에는 한국인이 오랜 역사로부터 물려받고 닫힌 역사관과 일본에 대한 적대 감정이 깔려있다"며 "이는 오늘날 좌파 세력을 결집하는 정신문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일 전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건국기념일에 대해 언급했다.

    이 전 의원은 "앞으로 정부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하는 행사에 광복회는 뛰어들지 말라"며 "별도의 기념일을 제정해 독자적으로 기념일을 갖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회에 친일파 문제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투쟁의 측면보다 타협의 측면을 들어 국내 독립운동의 지도자를 친일파로 규정·비판하는 좌편향 세력의 친일파 몰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 이승만학당이 주최한 '반일 종종의 역사 내란' 출판기념회 및 학술토론회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승만학당이 주최한 '반일 종종의 역사 내란' 출판기념회 및 학술토론회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후 서평에 나선 브라이언 R. 마이어스 교수는 '미국인이 다시 보는 한국 민족주의'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과 남한을 비교하며 대한민국에 대한 민족주의를 '겉모양 민주주의'라고 정의했다.

    그는 "일반적인 민족주의자는 아직도 북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표하지만 이런 감정을 더는 진심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냉전 기간 서독인들은 민족, 동족에 대한 이야기를 기피했지만 때가 됐을 때 통일을 위해 높은 세금을 지불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한국 민족주의자는 겨레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꽤 좋아하지만 재정적 희생을 감수하기보단 통일이 무기한 연기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한반도 분단 당시 "가족의 신성성과 불가침성을 인정하는 근대 문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한국의 '진보좌파'에 속하는 정치 세력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 하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쪽 진영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2.0은 다르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미북간 통 큰 합의 후에도 한미동맹은 안전장치로 영원히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선택은 '겉모양 민족주의'의 불성실함을 드러낼 것"이라며 "민족주의는 역사적 현실에서 합리적 근거를 전혀 가지지 못한 퇴행적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생자의식 종족주의와 맹목적인 국가주의의 결합이 아니라 건전한 민족적 자부심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하나로 묶는 민족-시민 정신'을 제안했다.

    주대환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은 '민주공화국 역사 가르치기'를 역설했다.

    주 회장은 "독립운동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그 원래의 개념과 기본 노선을 상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좌파 진영에서 독립운동의 유산까지 독점해 진영의 정당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피해의식과 남 탓에 절은 한국의 진보좌파 진영 다수파는 민주화운동의 상징 자산에다 독립운동의 유산까지 독점했다"며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아성과 의심할 바 없는 정당성의 요새를 쌓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은 그들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과 개념을 잘 모른다"며 "민주주의·공화주의도 잘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인류 보편의 가치에 토대를 두고 건국된 나라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며 "그런 보편적 가치가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출발하였다는 점도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는 '민족주의 비판인가 헤게모니 경합인가'라는 주제로 서평 발표에 나섰다.

    임 교수는 "좌파 민족주의자들과 우파 민족주의자들이 식민지 역사 해석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목은 일본의 총력전 체제에 동원된 식민지 조선인들의 강제성과 자발성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조선인 노무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끌려갔기에 강제 노동이라는 반일 민족주의의 주장과 '모집' '관 알선' '징용'에 의한 노무는 강제가 아니므로 강제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 뉴라이트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보면 강제 노동은 사라지고 강제 연행 여부를 놓고 서로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싸우는 형국"이라며 "반일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의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이라기보단 강제 노동을 강제 연행의 문제로 환원하는 단순 논리"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핵심은 강제 노동인데, '강제 연행 유무'로 주제가 옮겨 왔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강제 노동의 과거를 한일간 민족적 감정싸움에서 구출해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고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동아시아 전후 세대가 그들의 고통을 책임감 있게 기억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 교장을 비롯한 김용삼·주익종 이승만학당 교사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서평 발표가 끝난 뒤 위 세 사람의 주장을 바탕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재 전 국회의원과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