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잃은 심정이다"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다시 대한민국, 다시 윤석열, 다시 대통령""제2의 이완용 같은 사람들… 국민 저항권 발동해야"윤상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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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4월 5일 토요일, 광화문 광장은 정적과 분노, 그리고 결기로 뒤덮였다.
- ▲ 5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 집회 모습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전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한낮임에도 잿빛 하늘 아래 수많은 시민이 우비를 입은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비는 멈추지 않았고, 사람들의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라를 잃은 심정이다"
파주에서 홀로 올라온 이모 씨(만35세)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먹였다. 이어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죠."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주최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렸다. 애초 집회 신고 인원은 20만 명이었으나,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100만 명에 육박했다. 1시까지는 일부 도로가 차량 통행에 열려 있었지만, 오후 2시를 넘어서면서 인파에 밀려 모든 차선이 인도로 바뀌었다. 집회에는 윤상현 국민의 힘 의원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 이하성 변호사,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다시 대한민국, 다시 윤석열, 다시 대통령"
현장에선 "탄핵 사기", "윤석열 대통령은 돌아와야 한다.", "다른 사람은 돼도 한동훈은 안 된다." 등의 구호가 쏟아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기 대선 움직임에 대한 보수층의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 이하성 변호사는 현장에서 김 전 장관의 옥중서신을 낭독했다. "너무나 큰 분노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다시 대한민국, 다시 윤석열, 다시 대통령입니다. "이 변호사는 "법의 심판보다 더 강력한 국민의 심판이 남아 있다"라며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복 대신 분노를 선택한 시민들은 종교와 나이, 지역을 초월해 입을 모았다. "망연자실했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라는 말이 현장 곳곳에서 들려왔다.
충남 천안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온 이사라 씨(43)는 "우리는 원래 민주화를 지지하던 가정이었다"라며 "2020년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이후, 나라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은 마치 6·25 당시 부산만 남겨진 그때 같다"라며 "오죽하면 10대, 20~30대가 빨갱이를 잡는 노래를 만들고 계엄령을 '국민을 일깨우기 위한 계엄령'이라 부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
◆"제2의 이완용 같은 사람들… 국민 저항권 발동해야"
- ▲ 5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 집회 모습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은 "헌법재판관 8명은 제2의 이완용"이라며 "이 모든 사태의 본질은 이재명을 대통령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야 하며, 천만 명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호국불교승가회 성호스님은 "어제 결과가 나온 이후 먹어도, 마셔도, 아무런 맛이 안 난다. 몸이 정상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파면에 대한 참혹한 심정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어제 우리의 소중한 기회가 날아갔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불온 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자"고 외쳤다.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최모 씨(56)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이재명 대표의 구속밖에 없다"며 "이번 대선에서 그를 막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인근 광장에는 "이재명 구속"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
◆윤상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
- ▲ 윤상현 국민의 힘 의원이 5일 광화문에서 열린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 집회에 연사로 참여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제공
단상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 힘 의원은 "우리는 그동안 관저앞에서 헌재, 광화문에서 처절하게 싸워온 국민이다"라며 "그 이유는 대통령을 살리는 것이 곧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싸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고,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책임이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 체제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보수는 분열되었고, 무능하고 어리석었다"며 통렬히 반성했다.
윤 의원은 "지금은 체제수호 전쟁의 한 가운데이며 좌파 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종북주사파 카르텔 이 3대 카르텔에 맞서야 할 때"라며 "우리의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고 반드시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이 절망과 분노는 우리의 승리 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며 "역사는 반드시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며,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집회는 1부 예배, 2부 본대회, 3부 청년의 시간으로 나뉘어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이어졌다. 비가 멈추지 않았지만,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도, 외침도 멈추지 않았다. 광화문에 내린 봄비는 차갑고도 길었다. 그리고 그 빗속에서 사람들은 결기를 안고,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