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약단속국 요원 살해한 카로 킨테로 포함 29명 송환트럼프, 멕시코 관세부과 앞둔 시점서 이뤄져…'이례적 선물'미국-멕시코, 장관급 안보회의…"마약·총기밀매 차단 협력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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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배포했던 주요 수배자 명단의 라파엘 카로 킨테로. FBI 제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멕시코 정부가 미국 당국의 눈엣가시였던 옛 마약밀매조직 두목을 포함해 29명의 수감자를 미국으로 전격 인도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이례적인 범죄인 인도를 두고 3월4일 25% 관세부과를 앞두고 미국과 최후 협상을 진행 중인 멕시코가 '당근'을 건넸다고 평가했다.멕시코 검찰청은 27일(현지시각) 설명자료를 내고 "오늘 전국 여러 교도소에 수용됐던 29명이 미국으로 이송됐다"며 "이들은 마약 밀매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조직과의 연관성으로 (미국 당국의) 수배 대상이었다"고 밝혔다.멕시코 검찰은 공식적인 범죄인 인도가 미국 법무부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그러면서 "이번 조처는 양국 주권을 존중하는 틀 안에서 협의·협력·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이들 29명 중에는 옛 과달라하라 카르텔 우두머리였던 라파엘 카로 킨테로가 포함된 것으로 멕시코 당국은 확인했다.카로 킨테로는 1980년대 '나르코(마약범) 중의 나르코'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마약 거물이다. 1985년 할리스코州 과달라하라에 파견 근무 중이던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엔리케 키키 카마레나의 고문·살해를 지시한 주범이기도 하다.양국 외교관계 경색으로까지 이어진 카마레나 요원 살해사건은 훗날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나르코스 멕시코' 주요 플롯으로 각색되기도 했다.1985년 코스타리카에서 체포돼 40년형을 선고받은 카로 킨테로는 재판 절차상 오류에 따른 형 집행정지 처분 결정으로 28년 만인 2013년에 석방됐다.이 결정은 두 달 만에 대법원에서 뒤집혔지만, 카로 킨테로는 잠적한 채 은신생활을 이어갔다.미국이 2000만달러(체포 당시 환율 기준 약 26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중요 범죄자로 여겼던 카로 킨테로는 결국 2022년 탐지견의 도움을 받은 멕시코 해군에 의해 시날로아州 산시몬에서 검거됐다. 당시 작전 과정에 멕시코 해군 블랙호크 헬기가 추락해 14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250226 AP/뉴시스. ⓒ뉴시스
송환 목록에는 미겔 트레비뇨 모랄레스와 그의 형제인 오마르도 포함됐다. 이들은 2007년부터 상당 기간 멕시코 중북부 지역을 장악했던 세타스 카르텔의 핵심 인사다. 세타스 카르텔은 멕시코군의 강력한 단속으로 10여년 전 와해했지만, 미국 당국은 트레비뇨 형제가 멕시코 감옥에서 여전히 '북동부 카르텔'이라는 후신 조직을 운영 중이라고 본다.미국 텍사스州의 웹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는 WP에 트레비뇨 형제의 송환이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카르텔의 보복으로 인해 멕시코 측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이번 범죄인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부과 예고 이후 관련 양국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표됐다.앞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세 문제를 놓고 "미국 측과 긴밀히 협상 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범죄인 인도 결정이 '관세부과 예외' 협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전 미국 외교관인 존 필리는 이번 송환 조치에 대해 "보통 주요 마약조직원들의 송환은 한 번에 한 명씩 이뤄지며 장기간 협상을 필요로 한다. 한 번에 29명을 송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멕시코 대통령이 관세부과를 앞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 같다"고 평했다.반다 펠밥-브라운 브루킹스연구소 마약정책 분석가는 "이번 송환은 멕시코 정부가 25% 관세부과를 피하기 위해 내놓은 대응조치의 일환"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겨냥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멕시코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요인"이라고 짚었다.공교롭게도 이날 멕시코 외교·안보·국방 장관은 워싱턴 D.C.를 찾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양국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한 보안강화 협력안을 논의했다.이날 회의에는 멕시코 측에서 △후안 라몬 데 라 푸엔테 외교장관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안보장관 △리카르도 트레비야 국방장관 △알레한드로 헤르츠 마네로 법무장관 △페드로 모랄레스 해군 제독이 참석했다고 멕시코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등이 자리했다고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데 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매우 긍정적인 회의였고, 모든 기대를 충족시킨 만남이었다"며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 밀반입과 무기 밀매와의 전쟁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멕시코 에네마스(N+) 방송은 전했다.멕시코 외교부는 모든 양자활동이 공동책임, 상호신뢰, 종속 아닌 협력, 주권 존중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멕시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를 막기 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멕시코 국경에 1만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하기로 합의한 이후 마약밀매와 관련된 7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이 기간 멕시코 당국은 코카인, 펜타닐을 포함해 약 12t의 불법마약을 압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