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반국가·내란 세력 등 거론하며 여권 비난여당, 소극적 대응 가운데 민주당은 공세 강화"野 프레임 깨야 … 극좌만 있고 극우는 없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미소를 짓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권 전통 지지층과 국민의힘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은 이들을 '반국가 세력', '극우 세력'으로 지칭하며 프레임 씌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수괴 옹호를 중단하라"면서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행위는 반국가 세력임을 스스로 인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서는 '극우'라는 용어도 쏟아졌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극우 지지자들을 향한 추악한 입을 다물라"(전현희 최고위원), "내란 수괴 윤석열 일당이 법치를 위험에 빠트리고 윤석열이 극우 세력의 결집을 호소했다"(김병주 최고위원)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앞서 공수처 수사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은 관저 앞으로 모여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비판했다. 이들은 '불법 영장 원천 무효', '공수처를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의 체포를 비판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발급된 지난달 31일 이후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은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모여들었다.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뭉쳤고, 이에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끝까지 싸우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을 민주당은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전통 지지층을 극우로 비판하고, 국민의힘이 이들과 손잡으면 모두 '극우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이 이들을 외면해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지지층과 여당이 분열하면 오히려 민주당에는 득이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보기에 극우 세력과 국민의힘이 어떤 모습으로 합심하고 또 결을 달리할지 보고 있을 것"이라며 "여당이 우리를 공격했던 '개딸', '강성 지지층' 프레임과 비슷한 상황이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 ▲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탄핵무효를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탄핵무효를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극우 프레임 전략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이다. 여당 지도부는 여권 지지층을 분리하고 사실상 '모르쇠 전략'을 펴고 있다. 몇몇 의원만 개인적으로 이들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 지도부에서는 체포영장이 집행돼서야 뒤늦은 반응을 내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장 충돌 우려가 있다. 현장에서 누구도 다쳐선 안 된다"며 "공수처가 무리하게 집행하려 하다가 국민과 싸우려 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자들의 질문에는 "할 말을 다 했다"며 말을 아꼈다.

    여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이런 오래된 전략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극우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만큼 야당의 용어 혼란 전략에 강력히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는 학술적 의미로 극우 세력을 지칭할 때 한목소리로 테러와 폭력을 수반하는 점을 거론한다. 민주당이 별다른 테러나 폭력을 자행하지 않는 국민을 극우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정치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여당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전통 지지층이 당의 일시적인 부담이 된다고 해서 그때마다 외면하고 힘들 때만 찾아가서 표 달라고 하면 되느냐"면서 "대한민국 경찰에 폭력을 가하는 극좌가 있지 극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의 공세에 말려들지 말고 민주당처럼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을 국민의힘이 당원으로 흡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