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입소 3주된 노인 사망입소자·요양보호사로부터 폭행·학대행정당국, 요양원 기관 지정 취소 처분1심 "해당 사건, 방임으로 보기 어려워"
  • ▲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상윤 기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상윤 기자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이 학대로 사망했더라도 요양기관 운영 자격을 박탈한 건 지나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요양원이 기본적인 치료와 보호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고 기관 지정이 취소되면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는 노인요양원 A사가 서울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2월 경기도 파주 소재 노인요양원 A사에서 노인이 입소한 지 약 3주 만에 뇌출혈로 숨졌다. 경찰 수사 결과 요양원 입소자 2명으로부터 7차례 폭행을 당하고 사망 전날에는 요양보호사로부터 얼굴을 맞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가 있기 전까지 A사는 총 7번의 폭행 중 2번의 사례만 알고 있었다. 또 학대 행위를 목격한 요양원 관계자들의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방범카메라에 찍힌 폭행 장면을 직접 요양원 사무국장에게 보여준 뒤에야 노인보호 전문기관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행정당국인 은평구청은 지난해 8월 A사에 대해 요양원 지정을 취소했다. 사망한 노인에 대한 신체적 방임·학대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위반이라는 판단에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시설 제재 사유로 ▲기관 종사자가 수급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경우 ▲기관 종사자가 수급자를 방임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A사는 나름대로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사 원장은 노인학대 예방 교육을 수시로 실시하는 등 노인 학대·폭행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요양원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요양원이 사망한 노인에게 방임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폭행 사건을 확인한 뒤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치료를 받도록 했고 집중 관찰 인력을 지정하는 등 보호를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련 규정이 위반 횟수에 따라 처분의 정도를 달리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곧바로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은 ▲기관 종사자가 수급자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면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6개월 ▲2차 위반 시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위반 행위가 중대해 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경우 해당 기준과 별개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재판부는 요양기관 지정 취소로 인한 부작용, 노인을 폭행한 요양보호사를 사직시킨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하면 입소자 약 80명을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관련 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패소 판정을 받은 은평구청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