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국과수 감정 무시하고 범행도구 분실法 "사건 발생 초기 부실 수사해 증거 확보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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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 DB
군의 부실 수사 때문에 15년간 미제로 남았던 고(故) 염순덕 상사 사망 사건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는 염 상사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총 9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이던 염 상사는 2001년 12월11일 같은 부대 소속 A 준위,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B 중사와 술을 마신 후 귀가하다 사망했다.염 상사의 시신을 발견한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먼저 도착한 군 헌병대는 뺑소니 사고로 염씨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뒤이어 도착한 경찰이 염 상사가 발견된 곳 근처에서 염씨의 피가 묻은 대추나무 막대를 발견했다. 이후 이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수사 중 사건 현장 주변 도로변에서 담배꽁초 2개가 수거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각각 A 준위와 B 중사의 유전자가 검출됐다.A 준위, B 중사는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당시 헌병대는 "사건 당시 당구를 치고 있었다"는 이들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또한 담배꽁초 2개를 수사 단서에서 제외했고 범행 도구로 추정된 나무 막대는 보관하다가 분실하기도 했다. 이후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시간이 지나 이 사건은 2015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2016년 재수사 대상이 됐다. 경찰은 사건 당시 A 준위와 B 중사의 알리바이가 조작됐음을 확인하고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그러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A 준위는 증거불출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B 중사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염 상사의 유족은 2018년 9월 "망인이 살해됐음에도 헌병대와 경찰의 부실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훈보상 대상자 인정도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이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헌병대와 경찰이 사건 발생 초기에 핵심 물증과 증인을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실하게 수사해 증거 확보가 매우 미흡했다"면서 "이에 따라 현재까지도 범인과 살해 경위 등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