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요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야"김 여사 활동에 "전직 영부인 근거해 활동 줄여"의혹 규명 관련 "막연하게 말고, 구체적으로"대통령실 "격의 없이 대화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 잔디밭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 잔디밭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면담에서 제시한 '3대 요구 사항'에 대해 사실상 모두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 대표는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관련 의혹 설명·해소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정리했던 사람"이라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해 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느냐"며 "소상히 적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 활동 중단과 관련해선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전직 영부인 사례에 근거해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의혹 규명 관련해선 "이미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히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며 "다만 의혹 수사를 하려면 객관적인 흠, 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 것인지,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다. 나와도 오래 같이 일해봤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 있느냐"고 언급하면서 김 여사의 장모 최은순 씨가 감옥에 간 사실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에게 "검찰총장 시절 가족 문제에 대해선 멀리하고 변호사를 써서 해결하라고 했을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에 대해선 날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 처리 때 제가 30명을 설득했는데 여론이 악화되면 걱정된다"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당 의원들이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해야겠다'고 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한 대표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걸로 전해 들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선 당정 간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 대응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냐"면서 "대통령이 입장을 내면 당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야당이) 말 안되는 공격을 하면 적극적으로, 정치 공세에는 정치로 대응해야 하지 않나"라고 당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하나 되고, 정부를 성공시키는 게 당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오늘의 위기는 정치 상황의 위기다. 얘기할 거 있으면 정무수석에게 과감하게 하고, 당정 소통도 강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만남 성과에 대해 "여당 대표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라며 "향후 헌정 유린을 막고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의 만남이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윤-한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았고, 여권의 자중지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면담이 끝난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찬을 가진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