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존엄'의 韓 대통령 실명 비난은 이례적실명 비난 뒤 무력도발·대남 선동·핵실험 역사대통령 위해·대남 도발 가능성… 철저 대비10~11월 외교 무대서 대북 압박 연대 강화해야'中 개혁개방' 언급 中 체면 세우기도 필요
  • ▲ 북한 김정은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불법 핵무장 정권'인 북한이 2년여 만에 윤석열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는 동시에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또다시 '대남 핵 선제공격'을 경고했다.

    6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핵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윤 대통령의 기념사, 우리 군의 '세계 최강 벙커버스터' 현무-5, 미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가 등장하자 '최고 존엄'까지 나섰다. 북한은 그간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통일 지우기'에 나서는 한편,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는 무반응으로 대응해 온 만큼 이례적인 반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증오와 투쟁심을 고취해 대내적으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끎으로써 대외적인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막말 전략'을 펼쳐왔다. 대통령 실명 비난 이후에는 대남 도발과 핵실험이 이어진 역사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통령에 대한 위해 가능성에 대비하고,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를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에 국제사회에서 외교력을 발휘해 대북 압박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10~11월에는 '외교의 시간'이 펼쳐진다. 오는 9~11일 라오스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다음 달 15~16일 페루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같은 달 18~19일 브라질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한국으로서는 '불량국가'인 북한·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달라 이들 국가와 이상 기류를 보이는 중국을 '대북 압박카드'로 활용해 북한·러시아를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제기되고 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北 역대 대통령 실명 비난 후 도발 … "대통령 위해 가능성에 대비해야"

    '최고 존엄'의 대통령 실명 비난은 이례적이지만, 북한 대남기구나 북한 매체를 통한 '실명 비난'은 한국 정권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북한은 체제 경쟁 당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를 "역도", 장면 전 총리를 "사대매국노"라고 지칭했다. 북한은 '햇볕정책'으로 핵무장 길을 열어준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괴뢰 통치배", "괴뢰 대통령", "김영삼과 더불어 죄악의 쌍둥이", "김대중 역도"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실명 언급과 함께 "천륜을 거스른 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북한은 '비핵개방3000 구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취임 직후부터 "이명박 역도"라고 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괴뢰 대통령 박근혜", 나아가 "떼질쓰는 못돼먹은 철부지 계집애 같기도 하고 기둥서방에게 몸을 바치면서 남을 모해하는 간특하고도 요사스러운 기생화냥X", "극악한 사대 매국노, 추악한 미국 위안부, 더러운 민족 반역 매음부"라며 욕설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북한은 실명 비난은 대남 도발로 이어져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북한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지 약 3개월 만에 금강산관광지구에서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을 일으켰다. 북한은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욕설로 비난하고 같은 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도 참석하고 2015년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에도 응했다. 북한은 대통령 비난으로 한국 정부의 관심을 끈 뒤 '시간 벌기'용 위장 평화쇼를 벌이다 결국 2016년 초 '제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뉴데일리에 "북한이 대남 강경 발언을 하면 도발이 뒤따르곤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실명 비난은 단순한 대남 강경정책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테러나 대남 도발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최고 존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으니 정찰총국을 비롯한 다수의 대남 공작 기구에서 충성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대통령 비난, 헌법 개정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 시사

    '최고 존엄'의 이례적인 대통령 실명 비난으로 비춰볼 때 북한은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기 위한 헌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영토 규정 신설, 전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평정·수복 및 북한 편입 문제를 반영하는 헌법 개정을 지시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번 헌법 개정에 통일·동족 삭제와 영조 조항 신설, 전쟁 시 영토 편입 신설, 제1적대국 교육 추가 등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지난 1월 '통일 삭제'를 주요 골자로 한 헌법 개정을 예고한 대로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한 정치·군사 분야 남북 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아직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개성공업지구법도 폐기하는 등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전환한 후속 조치가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해상 국경선'(해상 경계선)은 헌법 영토조항에 규정하거나 그 구체적 위치를 밝히지 않은 채 모호하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서해 5도를 기점으로 한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해 왔지만, 구체적인 해상 경계선을 헌법에 명시할 경우 남북이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9월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9월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뉴시스
    ◆北 적대적 헌법개정, '외교무대'에서 대북 압박 연대 명분 삼아야

    북한의 적대적인 헌법 개정은 각국 정상의 외교무대가 펼쳐지는 10월과 11월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와 연대해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 여론을 조성할 명분이 된다.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 쓰레기 풍선 테러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빈곤이 가중돼 왔다는 메시지를 국제 무대에서 내세우면 엘리트층의 동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24차례에 걸쳐 대남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쓰레기 풍선의 개당 비용을 10만 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까지 총 5500개의 풍선을 살포했는데 이는 북한 시세를 기준으로 쌀 970t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층·주민들을 이간하는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주민들이 겪는 빈곤과 어려움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실체와 연결하는 담론을 국제사회에서 펼쳐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은 대북 방송,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접하고 이탈하게 되면 북한 체제를 흔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북한 정권 종말'이라고 하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도 정권과 같이 공멸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종말되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유와 행복이 찾아온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당·정·군 간부, 외교관, 해외 주재원 등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엘리트층의 탈북은 김정일 집권 시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탈북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먼저 탈북한 선배 외교관 고영환·태영호의 한국 정착 생활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자유세계를 동경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며 '제2·3 리일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정은이 올해 초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펼치며 통일 지우기에 나서면서 북한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재일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도 '두 국가론'과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두 국가론에 대한 이론조차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두 국가론'과 핵 공격 위협에 맞서 윤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은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에 편입된 中은 대북 압박카드 … "등소평 '개혁개방'으로 체면 세워줘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국제경제에 깊숙이 편입된 중국은 훌륭한 대북 압박카드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사실상 '시한부 동맹'을 복원한 북한은 언젠가 다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불량국가'인 북한·러시아와 대외적으로라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북한이 등소평(鄧小平·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따라가야 한다'는 식으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며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그는 "중국은 등소평의 개혁 개방을 통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완전히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했다. 중국을 상대할 때는 중국의 체면을 지켜주면서 북한을 비난해 줘야 중국이 납득한다"며 "북한이 지금처럼 주민들을 굶기며 핵을 개발할 게 아니라 등소평이 했던 것처럼 개혁개방을 통해서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북한을 비판하고 북한과 중국을 더욱 이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러시아와는 국제정치를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

    그는 "양극체제가 강화되면 미중 전략경쟁이 더 심화하므로 중국의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중국 경제는 국제경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서 미국이 제재하면 북한·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생존할 수 없다"며 "러시아나 북한과 같은 이래도 저래도 죽는 불량국가들만 양극 체제를 원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북 제재가 무력화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형해화됐다,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잘 활용해 북중러 연대에서 중국을 떼어내고 러시아와 북한을 점점 고립화해 고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