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檢 "李, 대선 당선 위해 반복적 거짓말""가증 사유만 있고 감경 사유 없다""거짓말로 국민 선택 왜곡" 양형기준 최고 구형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가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가 등장했다. 검찰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이 대표의 입장을 가사에 빗댄 것이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전날 진행된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긴 지 2년 만에 징역 2년을 구형하면서 가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를 인용했다.

    검찰 측은 김 전 처장 관련 허위 발언에 대한 의견 진술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PPT) 화면에 가사를 띄우며 "화자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 그래서 모르기로 한 현재 심경을 표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노랫말이 피고인(이 대표)의 입장과 같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처장과의) 교유행위는 발언 당시 이 대표에게 깊은 상처, 불리한 사실이었다"며 "그래서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교유했고 다 알았음에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했다.

    검찰 측은 "결국 이 대표는 대선 당선을 위해 김 처장과의 관계를 부정해야만 했다"며 "방송에 출연해 거짓말을 한 게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엔 가수 아이유(IU)도 등장했다.

    검찰 측은 "'너 아이유 알아?'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다면 이는 그 연예인에 대한 인식에 관한 것이지 어떠한 행위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A라는 사람과 열애설이 난 연예인에게 'A를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모른다'고 답한다면 이는 '열애'라는 교유 행위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이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함께 친 적이 없었다며 행위와 관련된 거짓말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모른다는 답변이었을 뿐 특정 행위를 부인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재반박 차원인 것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현 기자
    김 전 처장이 뉴질랜드 출장 당시 가족과 했던 영상통화 영상도 법정에서 재생됐다. "시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는 김 전 처장의 생전 발언이 흘러나왔고, 영상이 끝나자 이 대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검찰 측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만으로도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은 2009년부터 특별히 교유한 사이"라며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의혹이 있을 때 핵심 실무자이던 김 전 처장이 사망하자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관련성을 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대장동 사업 수행에 도움 준 김문기씨를 모른 척하거나, 국토부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해 죄질도 나쁘다"고 지적한 검찰은 "이 대표에게는 형을 감경할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중할 사유만 있을 뿐"이라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대법원 양형 기준상 감경·기본·가중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당선목적을 위한 허위사실 공표의 경우 가장 무거운 '가중'이 징역 8월에서 2년으로, 징역 2년은 양형 기준으로 봤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검찰은 해당 거짓말을 수차례 반복한데다 대선 당시 표차가 0.7%포인트 밖에 안돼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편 이 대표는 구형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높여준 것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적극 해명했다. 

    그는 "수년간 걸친 이야기에 대해 (국정감사 답변 시간인) 7분 안에 답변해야 해 압축적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가 좀 꼬인 건 있다"며"압박을 한 근거, 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으니 말이 좀 꼬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도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검찰이) 만들어 냈고,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여서 기소했다.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검찰은 (김 전 처장과 관련해) 내 블로그에서 사진을 가져왔는데, 8명이 있는 사진에서 3명만 잘랐다. 증거 위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분명한 것은 최소한 이 사건만큼은 제 기억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6개월 내 1심을 끝내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인한 입원, 코로나 확진 등 이유로 한동안 지연되면서 1심 결심 공판까지 2년이 소요됐다. 지난해 10월엔 이 대표가 두 번 연속 불출석하자 변호인만 참여하는 궐석(闕席)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번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 상실과 함께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다. 차기 대선을 노렸던 이 대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도 지난 대선 선거 비용으로 보전 받은 434억여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하는 만큼 오는 11월 15일 열린는 선고 공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