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닌 이념·가치·정책 확인 할 때""러닝메이트? … 당대표 거수기 되겠다는 말"
  • ▲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 ⓒ이종현 기자
    ▲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김정식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해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투사 이미지'를 살려 당선증을 꼭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 일성으로 '보수의 가치', '보수 정체성 재정립'을 외치고 있는 김 후보는 1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진짜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위대한 건국정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근대화·산업화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정당"이라며 "이것이 보수주의 정신의 뿌리다. 이를 토대로 재정립한 이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주요 정책과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등장한 '러닝메이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팀을 이뤄 자기 팀 외의 모든 인물에 대해 배타성을 보이는 것은 '우리는 견제받지 않고 우리끼리 다 하겠습니다'가 아닌가"라며 "특히 당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 그저 거수기 최고위원들이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 ▲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 ⓒ이종현 기자
    ▲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 ⓒ이종현 기자
    다음은 김 후보와 일문일답.

    -출마 일성으로 보수 정체성 재확립 강조하고 있다. 후보가 생각하는 보수 이념과 가치란.
    "기본적으로 보수와 진보 집단으로 나눌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왕조 시대 공화정을 꿈꾸고, 원님 재판이 있던 시대에 태어나 자유민주적 질서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보수적인 사람일까. 학술적인 의미의 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고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정치 집단'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정치 진영 혹은 정당별 차이는 명확하다. 우리 당은 민주당의 '친일파·독재 정부의 후예' 등의 악성 프레임에 밀려왔다. 이는 우리가 '86 운동권' 세력과의 역사적 명분 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위대한 건국정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근대화·산업화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정당이다. 나는 이것이 '한국식 보수주의 정신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역사·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회복해야 한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본인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나는 당 뿐만 아니라, 진영 내에서 활동한 지 8년이 넘었다. '보수 궤멸'의 탄핵 시기를 겪어봤고, 그때의 처참한 현실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이다. 철저히 개인이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망국적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활동을 해 본 사람이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은 어떤가. 당과 진영을 위해 도대체 무슨 활동을 했나. 청년 관련 정책들을 냈던데, 당내 청년들이 그걸 보더니 혀를 차더라. 우리 당 청년들은 탄핵 후 어떻게든 당을 살려보겠다며 많은 도전을 해봤다. 그 과정 중에 이미 만들어진 조직들을 또 만들겠다고 한다. 있는 줄도 모르고 막 던지는 것 아닌가. 나는 당을 알고, 진영 내 많은 조직과 협력할 수 있다."

    -최근 지지자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국민의힘 내에서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마침 현장에 있었다. 어떤 분께서 한동훈 후보를 향해 '배신자'를 외치다가 제지당하고 이동하던 중에 한 후보 지지자가 후방에서 폭행한 상황이었다. 이것을 팬덤의 수준이라 볼 수 있을까. 나도 특정 '러닝메이트 팀'의 지지자들에게 불필요한 욕설과 비난을 듣기도 한다. 당내 혹은 진영 내부를 통틀어 굉장히 낯선 분위기다. 대중정당, 다수결의 단순 원리를 채택하는 정치적 특성상 지지자들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다를 듯하다. 지지자와 추종자의 기준은 명확하다. 건전한 비판의 가능 여부다. 정치 분야에서 가끔 특정 정치인을 마치 재림 구세주라도 되는 듯 대하는 메시아주의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은 정말 위험하다. 정치인은 '무(無)오류의 메시아'가 아니다. 사람이 아닌 이념과 가치, 정책을 확인해야 할 때다."

    -보수 고령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층 연령대가 높다. 청년 영입을 위한 묘수가 있나.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곧 청년이 끝나는 분이 유력주자 중 한 분이라는 사실을 보면, 보수 고령화가 맞는 것 같다. 청년 표심만 문제인가. 우리는 국민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첫 번째 선결 조건은 '그냥 싫다'라는 지금 상황을 탈피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일·독재' 프레임에 갇혀있는 이상, 조국 사태나 문재인 정부와 같이 민주당의 실수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적 정당성과 정치적 명분을 회복하자고 말한 것이다. 그렇게 재정립한 이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주요 정책과 이슈를 선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분당론까지 나올 정도인데, 전당대회 이후 화합을 위한 방안이 있나.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께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 정당과 무조건 통합을 하다 보니 선거에서도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현재 같은 당이 맞나 싶을 정도의 분들도 많아졌다. 외교 상황에서 '힘에 의한 평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정치적 상황도 마찬가지다. 편이 나뉘었을 땐 결국 한쪽이 힘을 통해 상대편과 합의하는 과정이 진행돼 왔다. 당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당권주자들과 러닝메이트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러닝메이트는 없다. 나는 당 안팎의 활동을 통해 나경원·윤상현 후보님을 조금은 알고 있었고, 원희룡 후보님을 직접 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하게도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던 나 후보께서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장에 함께 해주셨다. 나 후보도 러닝메이트에 대해 '구태 정치'라는 말을 했는데 백번 공감한다. 우리가 지도부를 팀으로 뽑지 않고 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으로 나눠 선출하는 이유는 지도부로서 모두 합심하면서도 상호 견제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러닝메이트, 심지어 팀을 이뤄 자기 팀 외의 모든 인물에 대해 배타성을 보이는 것은 '우리는 견제받지 않고 우리끼리 다 하겠습니다'가 아닌가. 특히 당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그저 거수기 최고위원들이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이나 청년최고위원 경선은 주목을 못 받는다.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집단지도체제의 선출 방식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집단지도체제가 실제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당대표 체제보다 효율적이고 우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저 러닝메이트 제도만 없더라도 청년 후보들에게 조금은 공정한 경쟁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에 대한 각종 논란이 불거졌는데.
    "유구무언(有口無言)이지만, 많은 분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계실 듯하다."

    -지도부에 입성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뭔가.
    "지역에서 어떤 기회도 받지 못한 채 묵묵히 헌신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각 지역의 네트워크를 구축해보고자 한다. 모델은 미국의 최대 청년 보수단체 'TPUSA'(TURNING POINT U.S.A.)다. 우리와 함께 하는 것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