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논란에 金 문자 원문까지 공개돼거세지는 '한동훈 책임론'…"쿨하게 사과하라"韓측, 문자 공개 주체 겨냥해 "자해극"
  • ▲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오후 TV조선 보도로 김 여사의 문자 원문이 공개되자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당권주자들의 상호 자제를 촉구하면서 비전 중심의 경쟁이 기대됐지만 '문자 논란'이 재점화한 것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문자 파동에 대해 "(한 후보의 주장대로) 당무 개입에 관한 사항이면 백번도 더 답하지 않는 게 맞다"며 "그런데 (김 여사는) 그 당시 논란되는 이슈에 있어서의 당사자이고, 이 부분(사과 의사)에 대해 본인과 소통하는 것은 당연한 비대위원장의 책무"라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어느 대목에서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는 것인지 직접 그 배경을 밝히고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며 "그것이 문자 파동으로 진흙탕 싸움이 된 전당대회를 정상화하고 공멸을 피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문자를 공개한 측의) 자해극"이라고 했다.

    문자 논란은 지난 4일 CBS가 김 여사의 문자 내용 일부를 재구성해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논란의 핵심은 한 후보가 당시 김 여사의 문자에 회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한 후보의 정무적 판단과 대응에 의구심이 제기됐고, 경쟁주자들을 중심으로 총선 참패에 대한 '한동훈 책임론'이 잇따랐다. 반면 한 후보는 "답신했다면 국정농단"이라고 맞섰다.

    이 가운데 김 여사가 당시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다섯 건의 문자 전문이 TV조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1월 15일 2통, 19·23·25일에 각 1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충난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충난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하는 다섯 건의 문자 전문이다.

    ▲2024년 1월 15일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부탁드립니다 ㅠㅠㅠ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 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것 같은데 꼭좀 양해부탁드려요.

    ▲2024년 1월 15일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죄송합니다.

    ▲2024년 1월 19일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23일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립니다.

    ▲2024년 1월 25일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큰 맘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문자 내용과 날짜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갈등이 시작된 발단은 '김건희특검법'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15일 문자에서 언급한 특검은 10일 전인 1월 5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 취임(12월 26일) 전 법무부 장관을 재임하던 지난해 12월 19일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면서 "다만 (야당의 특검법은 총선 기간에) 선전 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말해 '총선 후 김건희특검'이라는 조건부 수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여사의 다음 문자(1월 19일)까지 사이에는 1월 17일 김경율 당시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있었고, 18일 한 후보는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김 여사는 1월 19일 문자에서 '대국민 사과' 의사를 전달했고, 한 후보는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틀이 지난 1월 21일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23일에는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서천 회동'으로 갈등을 일시 봉합했고, 김 여사는 같은 날 문자로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의 뜻을 전했다.

    거듭된 문자 메시지에 한 후보가 회신을 하지 않자 김 여사는 1월 25일 다시 문자를 보내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나흘 후인 1월 29일 윤 대통령은 한 후보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2시간37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한 후보는 문자 전문 공개 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심'(尹心) 후보로 분류되는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전날까지는 한 후보의 자질을 적극적으로 지적해왔지만 이날은 비판을 자제하고 '주3일 출근제' 등 정책 제안에 주력했다.

    다만 이날 오후 TV조선 주관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관련 내용에 대한 각 후보의 반응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내에서는 한 후보를 향한 '사과' 요구가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의 거듭된 판단 오류에 대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하며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의 자세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한동훈 후보는 이미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하신 만큼 그 연장선에서 자신의 정무적 판단 오류에 대해 쿨하게 사과하고, 하루 빨리 우리 당 전당대회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여사의 문자 전문을 두고 "굉장히 절절한 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총선 전 김 여사의 사과가 나왔을 경우를 가정해 "20석 이상은 더 지금 우리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