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위 인사들, 반러시아 발언 용납 불가"…관계 악화 한국 탓이도훈 대사와의 면담 내용 공개…경고 수위 높이며 한국 측 압박"북러가 한반도 위협 조장한다는 주장, 미국의 국제사회 관심 돌리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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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26일(현지시각)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대사와 만나 한국 정부가 대결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러시아 외무부는 루덴코 차관과 이도훈 대사가 이날 외무부 청사에서 면담했다면서 그 내용을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 및 방북 기간 북러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 체결 이후 한러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이 주러 한국대사와의 면담 내용을 직접 공개하는가 하면 '반러시아적 발언'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린 셈이다.보도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면담에서) 한국 당국에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촉발하는 대결적인 정책을 재검토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 화해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길을 택하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수십년간 쌓아온 건설적 협력의 산물이 파괴된 것은 한국의 현재 지도부 탓이라고 러시아 외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주장했다.보도자료는 또 18~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조약' 체결과 관련, 양자 협력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반러시아적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러시아와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는 근거 없는 비난은 러시아와 중국을 억제하고자 동북아에서 미국 중심 군사 블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쇠퇴하는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공격적 계획으로부터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러시아 외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주장했다.루덴코 차관은 전날에도 리아노보스티통신 인터뷰를 통해 북러조약은 "한반도 긴장을 이용해 동북아에서 지속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한반도와 역내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북러조약은) 한국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한국이 이 조약을 이해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여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해 건전한 접근방식을 택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또한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음에도 양국 정부의 노력으로 직접적인 대결에 빠져들지 않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같은 접근방식을 한국도 공유하길 기대한다"고 역설했다.주러 한국대사관은 이 대사와 루덴코 차관의 면담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윤석열 대통령은 6·25전쟁 74주년인 25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및 러시아와의 조약 체결과 관련해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또한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조약 체결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이에 앞서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실이 북러조약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한국의 성급한 조치에 대해 경고하고 싶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는 한국 무기와 군사장비가 러시아 영토 공격과 평화로운 민간인 살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신(新)나치'로 넘어가는 것을 무관심하게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한러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북러조약에는 한쪽이 침공받으면 다른 쪽이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군사동맹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에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며 강경 대응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것이 '침략' 상황에 국한된 것이라면서 한국에 안심과 경고의 이중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맞대응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