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서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 진행…7월말 입국후 9월 현장배치국내 가사·육아도우미 종사자 절반 줄면서 비용 천정부지로 치솟아서울시,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시범사업 시작…홍콩·싱가포르 모델 도입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적용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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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3개월 뒤면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서울 지역 가정에 도입된다. 이른바 '외국인 이모님'이 상경해 가사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가사도우미 요금은 월 300만~450만 원대로 고소득층 전유물인 상황이니 외국 인력을 들여와 임금을 100만 원대로 정하면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오세훈 서울시장의 논리다. 여기엔 '서울에선 애 키우기 힘들다'는 맞벌이 부부의 현실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이란 진단이 깔렸다.

    하지만 논란도 상당하다. 최저임금 미적용이 가능한지, 내국인 피해는 없을지, 외국인 인권 침해 가능성은 크지 않은지 각종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과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우리나라에 적합할지 여러 의견을 종합해 따져봤다.

    11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일할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를 시작했다. 대상은 24세 이상 39세 이하로, 한국어 시험 100점 만점에 55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한국어와 영어 면접, 신체면접을 거쳐 상위 100명을 선발한다.

    선발 절차 마무리는 이달 21일로, 고용부는 이들이 7월 말 또는 8월 초 입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4주 간 한국문화 교육 등을 받은 뒤 9월 중 현장 배치가 가능할 예정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사업장에서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 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정부는 가사돌봄 직종에 고용허가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으나 이번 사업을 통해 가사돌봄 직종에도 외국인 고용을 허용할지 시범 적용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취업자 수는 2014년 하반기 22만6000명에서 지난해 하반기 10만50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돌봄서비스 평균 대기기간은 최대 3개월에 달한다.

    공급이 줄다 보니 비용은 상승세다. 현재 기준 입주형 돌봄 서비스 스 비용은 월 350만~450만원(중국 동포 월 250~35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층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면 지난해 기준 월 평균 370만원이 든다.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도 계속 올라 지난해 월 264만원이다. 여성 경제 활동의 기회비용이 커지면 젊은 여성의 퇴직과 경력단절,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간병비 부담으로 '가족 간병'이 늘어나면 해당 가족은 일을 아예 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42년 최대 77조원, 국내총생산(GDP)의 2.1~3.6%(연령별 평균임금 적용)에 달한다. 한은이 돌봄 도우미로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자고 제안한 이유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도입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급물살을 탄 것도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홍콩·싱가포르 모델처럼 월 100만원 수준의 이용료를 내게 해 가계의 돌봄 부담을 덜자는 취지였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자국민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배제했다. 싱가포르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싱가포르인 월평균 급여는 약 496만원이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 수준은 40~60만원으로 맞벌이 부부 기준 소득의 10분의 1만으로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홍콩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 급여가 최저 월 77만원 이상이면 고용 가능하다.

    서울시도 점점 심각해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했다. 아기를 돌보며 집안 살림도 돕는 가사도우미 급여가 고용주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현실에서 출산을 권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 조약'에 비준한 국가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ILO 협약 111호에 따르면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국에 따라 고용제도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최초 논의와는 달리 확정된 정부 계획안에는 최저임금 적용이 명시됐다. 

    이 같은 계획안이 발표되자 오 시장은 "월급 100만원은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의 몇 배 수준"이라며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라고 최저임금 적용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월 200만원이 넘어서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최저임금 차등적용 검토 여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시범 사업 진행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와의 협의 사항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