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방북 전력 최재영 목사… "집안끼리 친분" 김건희 여사에 접근지난해 '몰카시계' 차고 김건희 독대… '명품 백' 선물하며 몰래 영상 김건희 "하지 마세요" 난색… 함정 판 최재영 "돌려줬어야" 큰소리장인수 전 MBC 기자, 서울의소리에 '김건희 몰카' 공개… 함정은 인정MBC노조 "아버지 여읜 김건희 향수 악용… '최재영 배후' 수사해야"
  •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한 '함정취재' 몰카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소리' 방송 화면 캡처.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한 '함정취재' 몰카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소리' 방송 화면 캡처.
    한 재미교포 목사가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시계를 차고 대통령 부인을 만나, 사적인 모습을 불법촬영한 뒤 이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상을 올린 채널 측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 것"이라며 공익적 차원이라고 해명했으나,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고 △애당초 불순한 의도로 이뤄진 '함정취재'라, 몰카가 용인되는 '공익 보도'로도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적·윤리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교포 목사,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 선물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지난 27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특집]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김건희, 고가의 명품백 받았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에서 김건희 여사를 불법촬영한 최재영 목사의 '몰카'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최 목사는 북한을 수회 방북한 전력이 있는 소위 '통일운동가'로, 김 여사와 같은 고향(경기도 양평)이고, 집안 어른들끼리 친분이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지난해 1월 카카오톡으로 먼저 연락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서울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는 걸 보면 굉장히 반북적이고 반통일적이고 선제타격 이런 아주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는 그런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을 언급하는 걸 보고 내가 조언을 좀 해줘야 되겠다고 생각해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만찬 등에도 참석한 최 목사는 지난해 6월 20일과 9월 13일 두 차례 김 여사를 단독으로 만나, 명품 향수와 화장품, 파우치 등을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영상은 최 목사가 김 여사를 두 번째 만날 때 찍은 몰카 영상으로, 당시 최 목사는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들고, 카메라가 달린 손목시계를 찬 상태로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갔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최 목사는 사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김 여사에게 파우치를 건넸다. 최 목사가 "취임 선물도 보내주시고 해서…"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아니 이걸 자꾸 왜 사오세요? 정말 하지 마세요. 이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장면은 최 목사가 찬, 손목시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서울의소리'는 앞서 한 시내 백화점에서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사는 모습과 영수증에 찍힌 가격까지 '몰카'에 담았다.

    이와 관련, 최 목사는 "정상적인 영부인이라면 그 선물을 반려하거나 바로 돌려주는 모습을 보였어야 맞는 것 아니겠냐"며 "그러나 결과는 이제 그걸 거뒀다는 거, 그게 참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소리' 스튜디오에 나와 이 영상을 직접 소개한 장인수 전 MBC 기자는 "김건희 여사는 영부인으로, 300만원 이상의 고가의 선물을 받은 건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전 기자는 '최 목사가 함정을 파 놓고 취재했다. 김 여사를 속였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는 '서울의소리' 앵커의 말에 "함정취재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며 "많은 나라의 많은 언론사들이 함정취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전 기자는 "△함정취재를 통해 얻게 되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또 함정취재를 사용하지 않고는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나 취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함정취재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함정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방금 보신 영상의 경우는 이 같은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단정한 장 전 기자는 "최 목사는 선물의 존재를 미리 알려줬다"며 "김 여사가 직접 선물을 확인하고 약속을 잡고 선물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속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장 전 기자는 "이 일을 최 목사와 논의하고 같이 진행한 제3의 인물이 있다"며 "백화점에 가서 명품 선물을 구입한 사람은 최 목사가 아니라 제3의 인물이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내일(28일) 전해드릴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몰카' 배후 존재, 국가 안위적 차원서 수사해야"


    '서울의소리' 방송 직후 긴급성명을 발표한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최재영 목사가 찍고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이 영상은 영부인을 대상으로 한 함정취재로, 국기문란행위에 해당한다"며 해당 영상을 제보받아 폭로한 장 전 기자를 맹비난했다.

    MBC노조는 "장인수 전 기자가 어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 다시 출연해 몰래카메라 함정취재 영상을 공개했다"며 "그 영상은 최재영이라는 재미교포 목사라는 사람에 의해 몰래 촬영됐는데, 고인이 된 김건희 여사의 아버지를 잘 안다면서 경기도 양평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접근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가) 제3의 인물과 공모해 지난해 9월 김건희 여사에게 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구매했고, 손목시계에 달린 몰카를 이용해 명품 백의 전달 과정과 대화 내용을 녹화해 그 영상을 장 전 기자에게 전달했다"고 몰카 촬영 과정을 설명한 MBC노조는 "이들은 지난해 6월에도 179만원 상당의 명품 화장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모두 촬영해 카카오톡으로 저장한 다음 김 여사의 반응을 세세히 기록했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이는 최 목사가) 일찍 아버지를 여읜 김 여사의 향수를 악용해 접근한 뒤 대통령실 경호구역에 불법침범해 김 여사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대통령실의 권위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려 조직적으로 계획을 세워 감행한 국기문란사건"이라며 "이 일에 대해 장 전 기자는 '함정취재라도 공익적인 목적이라면 용인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전 기자가 △지난해 1월에도 MBC '스트레이트'에 출연해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촬영기자와의 7시간 분량의 전화 녹취록을 보도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었고 △인터넷매체 '열린공감TV'와 질문할 내용과 취재 방향을 조율하면서 김 여사와의 전화 녹취보도를 장기간 조율해 기획해왔다는 의혹을 샀다"고 장 전 기자의 전력을 되짚은 MBC노조는 "이 정도면 극좌 유튜버와 장 전 기자가 공모해 벌인 '영부인 음해공작'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대통령 관저가 마련되기 전에 대통령 부부의 숙소와 생활공간으로 삼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과 지하 사무실은 대통령 부부 경호를 위해 지정된 경호구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당시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 여사가 사적으로 고향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사람을 만나 사교활동을 한 장소는 매우 사적인 공간으로, 아무리 공인이라 하더라도 아버지의 동향분이라는 사람을 만나 고인이 된 아버지의 소식도 들을 겸 사람을 사귀는 자리에 몰래카메라가 등장하는 건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프라이버시가 기대되는 공간에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격을 깎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침범한 것"이라고 최 목사의 행동을 꾸짖은 MBC노조는 "제3의 인물이 명품을 구매하고 선물을 구매해 그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기록한 다음, 전달자인 최 목사를 활용해 김 여사의 반응을 관찰한 행위는 당사자 간의 녹취를 허용하는 우리 법규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MBC노조는 "이 일을 꾸민 제3의 인물이 존재한다면 국가를 위협하는 음해세력일 수 있고, 그 배후와 의도를 국가 안위적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MBC의 모 기자가 계룡대 안의 접대부가 나오는 노래방을 취재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들고 군부대에 잠입했다가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데, 대통령실은 계룡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가 머무는 곳으로 사안이 더욱 위중하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어제 장 전 기자가 MBC에서 의원면직 처리됐는데 그가 방송한 화면이 MBC의 장비와 인력을 통해 제작되지 않았기를 바란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장 전 기자가 해당 제보를 입수해 처리한 경위를 명백히 밝히고, 퇴사 처리 배경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한 규명이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검언유착 의혹' 첫 보도… '김건희 녹취록'도 틀어

    2007년 세계일보에서 MBC로 이직한 장 전 기자는 2013년 7월 MBC '시사매거진 2580 - 딸기찹쌀떡의 눈물' 편을 통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잘못 보도했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8년 11월 '조선일보 손녀 갑질 논란 사건' 보도에 이어 2020년 3월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로 보도해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보도로 장 전 기자는 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당시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주도했던 장 전 기자는 2020년 4월 6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최종 확인한 건 아니니까 이 대표가 틀릴 수도 있고 최경환 전 부총리가 거짓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최 전 부총리가 실제로 투자를 안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으로 최경환 전 부총리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강요미수 혐의로 피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제시한 것은) 제보자 지모 씨가 정·관계 금품제공 장부와 계좌파일을 넘길 수 있다고 함정을 파서 특종 욕심에 낚인 것이다. MBC가 몰카를 찍고 함께했다"며 지씨와 MBC가 한 검사장과의 녹취록을 확보하려고 함께 '몰카 함정'을 팠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도 판결문 각주에, 이 전 기자가 지씨의 요구로 녹취록을 제시한 만남 자리에 'MBC 기자가 지씨 제보에 따라 몰래 동행취재를 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장 전 기자는 '이 전 기자의 서신을 확보한 상황에서 위장·몰카 취재가 불가피했느냐'는 질문에 "지씨 제보 확인 차원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카페 내부에서 촬영만 한 것"이라며 "드론이나 헬기 촬영과 뭐가 다르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기자는 지난해 1월 16일 '서울의소리' 촬영기자가 녹음한 일명 '김건희 녹취록'을 방송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MBC '스트레이트' 소속이었던 장 전 기자는 방송 이튿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서울의소리로부터) 두 차례 나눠 받았는데 12월 15일 날 80~90%에 대한 내용을 넘겨받았다"며 "(서울의소리가) 처음에는 일부 MBC가 보도하지 않은 다른 내용을 다른 언론사에 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복잡하니까 'MBC가 다 알아서 해라' 그래서 일주일인가 2주일 후에 전체 다 넘겨줬다"고 녹취록 입수 경위를 설명했다.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두고 "사적 영역을 공중파에서 방송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장 전 기자는 "김씨 육성으로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한 건 처음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 자체가 상당히 보도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씨가) 상당부분 좌지우지하는 걸로 보인다. 윤 후보의 행동, 캠프의 전략이나 방향 이런 것들을 김씨가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김씨 말 중에 중간마다 묻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