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 전투기공장→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함대사령부 차례로 방문 전문가 "러시아, 핵심 기술 이전 역사 별로 없어… 기초 단계 협조만 해줄 것"
  •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자국의 군사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요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우주기술은 물론 오랫동안 공들여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기술, 최근 공개한 전술핵잠수함 연구개발, 전술핵탄두 소형화 기술, 노후 전투기 개량 등이 거론된다.

    김정은이 북·러 정상회담 다음 일정으로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차례로 방문하는 것은 해군과 공군의 전력 증강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푸틴이 북한에 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공언한 만큼, 김정은의 다음 시선이 재래식 무기체계의 현대화로 향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하바롭스크에서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라는 도시를 찾아 수호이(su) 계열 전투기를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공장을 찾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태평양함대사령부에 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투기·잠수함 개량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대부분 무기체계가 러시아와 소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만큼, 러시아의 협조만 이뤄진다면 북한의 무기체계 발전 속도는 대단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북한의 주력무기인 '화성-15형'과 같은 ICBM 등에 사용하는 '백두엔진'은 러시아의 로켓엔진인 'RD-250'을 모방했으며, 북한 공군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호이·미그 계열 전투기 역시 1980년대 소련이 개발한 기종이다.

    러시아의 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는 북한의 SRBM인 'KN-23'과 유사하며, 고체연료엔진 ICBM인 '화성-18형' 역시 러시아의 토플-M, 야르스와 외형적으로 닮았다. 북한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이라고 표현한 '해일' 역시 러시아의 핵추진 어뢰인 '포세이돈'과 비슷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북한이 모습을 공개한 전술핵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역시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로미오급 잠수함의 시초가 바로 소련이다.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잠수함은 소련에서 기술 이전을 받은 중국을 거쳐 북한에 도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련에서 러시아로 이어지는 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대가로 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쟁에 사용될 탄약을 선불로 지불했다는 정황도 있다.

    14일(현지시간)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우크라이나 매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와 인터뷰에서 "한 달 반 전 (탄약 제공) 합의 이후 선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지목한 "한 달 반 전"은 지난 7월25~27일 북한이 '전승일'로 기념하는 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시점과 일치한다.

    이에 푸틴 대통령 대리로 북한을 방문한 쇼이구 국방장관을 통해 무기 거래 의사를 전달한 김정은이 실제 푸틴과 만남을 통해 양국 간 거래를 확실히 매듭짓고자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러시아가 북한의 바람대로 자국 기술을 순순히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옛 소련 시절 개발되거나 사용된 기술들을 이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이전한 역사는 별로 없다"며 "관계가 언제 틀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달라고 한다고 전폭적으로 줄 이유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탄약 등과) 주고받기 식이나, 한·미·일 등에 보여주는 차원에서 김정은이 제일 목말라하는 기술들에 대해 기초 단계에서의 협조는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들은 수도인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유럽과 인접한 서쪽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현재 북한과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알리는 움직임들은 실제 기술 이전보다는 한국과 미국·일본 등 러시아와 대척점에 서 있는 국가들에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선전전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김 교수는 "(하바롭스크 등 방문은) 정치적인 효과로, 상대국에 대한 여러 경고 측면에서 과시하기 가장 효율적인 장소로 평가된다"며 "정치적인 협상에 의해 (기술 이전 등이) 확정되면, 비공개 상태로 북한 실무자들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
    ▲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