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사 유튜브', '관련 협업 대상' 등 4장 분량 문건 공개신혜식 "이재명, 정권 잡았다면 반대파 탄압 용도로 문건 썼을 것"'이재명 저격수' 백광현 "내가 꼴통이면 이재명 조직은 똥통" 비판정치 전문가들 "블랙리스트 없어져야 맞아…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재명 캠프 관계자 "해당 문건, 전혀 모르는 이야기" 묵묵부답 일관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앞두고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캠프가 작성한 정치·시사 유튜버 관리 리스트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리스트가 '블랙리스트'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월간조선이 입수한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문건에 따르면 해당 리스트는 각각 〈경기도정 정치·시사 관련 협업 대상〉 〈경기도정 홍보 협업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으로 모두 A4 용지 4장 분량이다. 특히 11명의 보수 성향 유튜버와 1명의 친이낙연 성향의 유튜버의 채널명이 기재된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에 대해선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문건들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이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사했을 당시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제목과 등장인물들의 직책 그리고 채널 구독자 수 등을 종합하면, 위 문건들은 2020년 5월 이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 중인 시점이다. 이 지사는 2018년 7월1일부터 경기지사직 임기를 시작해 2021년 7월1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21년 10월10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50.2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 이낙연 후보를 누르고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 당시 불거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지은 죄만큼 처벌받는 게 맞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전직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요. 똑같이 처벌받고, 조사받고 해야죠. 저는 이분(이명박 전 대통령)이 죄지은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든다면 지금 블랙리스트 얘기도 저는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죠. 당연히 수사해야 되고요"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문건, '우수' '진보' '보수' '꼴통' 유튜버 성향 분류

    월간조선에 따르면 A4 용지 2장 분량의 〈경기도정 정치·시사 관련 협업 대상〉 문건에는 36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팟캐스터(3명) △변호사(12명) △여론분석가(7명) △기자(4명) △전문가(4명) △개그맨(1명) △기타(2명) △기본소득(4명) 등 총 8개 활동 분야로 분류됐다. 이 중에는 김남국 의원을 비롯한 김지예 변호사, 김용 전 경기도청 대변인의 이름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 스승'으로 불리는 강남훈 전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이 후보의 '경제 책사(策士)'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기본소득 분야에서 언급됐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 교수는 여론분석가 분야에 거론됐다. 과거 이들은 이 후보의 대권도전을 도운 바 있다.
     
    이외에도 기자 분야엔 아주경제, 오마이뉴스, 한국일보, MBC의 차·부장급 기자 4명이 이름을 올렸다. 개그맨 분야엔 '수다맨'이라는 캐릭터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큰 인기를 얻은 강성범씨가 적혀 있다. 그는 강성 이재명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정 홍보 협업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 문건은 A4 용지 1장 분량으로 리스트에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브 채널 11개가 기재됐다. △강성범TV △김용민TV △민중의소리 △오마이뉴스TV △시사타파TV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뉴스타파 △팩트TV 뉴스 △딴지방송국 △서울의소리 △최인호TV다. 이 중 9개 채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있고, '최인호TV'의 성향란은 공란으로 설정됐다. '강성범TV'의 경우, 성향이 '우수'로 표기됐다.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도 A4 용지 1장 분량이며 여기에 이름을 올린 유튜브 채널은 △펜앤드마이크 △진성호 방송 △김태우TV △가로세로연구소 △배승희 변호사 △이봉규TV △고성국TV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뉴스타운TV △조갑제TV △신의 한수 △백브리핑이다. 11개 채널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것과 달리,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백브리핑'은 '꼴통', '위험'이라고 설정됐다.
  • ▲ A4 용지 1장 분량의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유튜브 '백브리핑' 캡쳐
    ▲ A4 용지 1장 분량의 〈정치시사 유튜브 현황(보수)〉 문건.ⓒ유튜브 '백브리핑' 캡쳐
    리스트 속 유튜브 관계자들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

    천영식 펜앤드마이크 대표이사는 해당 리스트와 관련, "단순히 '보수'다, '진보'다 성향만 분석해놓은 것이라면, 곧바로 '블랙리스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해당 문건을 '블랙리스트'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후보 유세 활동은 진보 성향 방송이나 보수 성향 방송 모두에 출연해야 한다. 우리 채널이 해당 문건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정작 이 후보 측에서 따로 출연 관련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며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 우리를 기피 대상 혹은 혐오 대상으로 봤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갑제TV를 운영하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사 대표도 "선거 운동 차원에서 이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해당 문건을 악용했다면 그땐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정치 성향을 나눠 분류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관련자 여럿이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이를 거세게 공격했던 민주당과 이재명 측이 결국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정권을 잡았더라면 해당 문건이 반대파를 탄압하는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기들이 하면 문제가 없고, 국민의힘이 하면 안 된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재명 캠프는 '백브리핑'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백광현씨를 '꼴통', '위험' 인물로 분류해놨다. 백씨는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며 그가 주최한 포럼이나 토크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백씨는 해당 문건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이재명 캠프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으며 "내로남불, 악마 만들기 그리고 찍어 누르기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재명은 보수 정부를 향해 블랙리스트 타령을 멈추지 않았던 인물"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내가 아닌 이재명이고, 내가 '꼴통'이라면 이 문건을 작성한 이재명 조직은 '똥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황태순 정치평론가의 모습. ⓒ이종현 기자
    ▲ 황태순 정치평론가의 모습. ⓒ이종현 기자
    정치 전문가들 "해당 문건 '블랙리스트' 기능할 위험 있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해당 문건은 민주당이 여당일 때 만들어진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든 불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문건이 고소·고발 등 법적 절차로 바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최대의 적(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항상 같이 움직이는 법"이라며 "자기네 사람들은 챙기고, 매수가 가능할 것 같은 사람들은 유혹하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불이익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어느 정권이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방송에 내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면서도 "이재명 측이 권력을 잡았을 때 '적폐청산'이나 '개혁' 등을 명분으로 해당 문건을 활용할 가능성은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사실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미디어의 시대'인 지금, 앞으로도 정치판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