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누락' 사태는 많은 이들의 내집마련 꿈을 짓밟아 버렸다.

    신혼의 단꿈을 안고 입주한 젊은부부부터 자녀 교육문제로 이사한 가족, 노후를 보내려던 고령부부까지 이번 사태로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고뇌와 재산상 손실을 겪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으로 입주가 지연되거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땜질식 보강공사로 어쩔수 없이 계약을 해지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서 피해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 마는 이번 철근누락 사태 최대피해자로 공공분양 수분양자들이 꼽힌다. 

    철근누락이 발견된 15개소중 △수서역세권A-3BL △수원당수A3 △남양주별내A25 △양산사송A-2 △파주운정3A23 5곳은 임대가 아닌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분양단지다.

    전단보강근 302개중 126개가 빠진 남양주별내A25 경우 이미 2022년 4월에 준공돼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4곳은 입주중이거나 아직 공사를 하고 있다. 

    공공분양 수분양자 대부분은 신혼부부들이다. 내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철근누락 사태로 희망은 아득한 절망으로 바뀌었다.

    정신적 피해 뿐 아니다. '부실아파트' 꼬리표는 재산상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15개소중 우리단지가 다른단지보다 철근이 덜 빠졌다거나 보강공사가 신속히 이뤄졌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번 부실아파트로 낙인 찍혔다는 게 주요하다. 

    특히 신혼희망타운 경우 어린자녀를 둔 수요가 많아 안전문제를 이유로 부실공사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철근누락이 발견된 단지들은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정부발표로 단지명이 온 국민에게 공개된 15개소는 '집값하락'과 '집값상승 제한'은 불 보듯 뻔하다. 전재산 70%가 부동산인 한국에서 집이 헐값이 된다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절망적인 상황에 퇴로조차 없는 것도 공공분양 수분양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같은 공공분양 단지는 전매제한기간 6년, 의무거주기간 3년으로 묶여 있다.

    즉 극심한 불안감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집을 털거나 이사를 가고 싶어도 규제로 묶여 불가능한 상황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들은 정부에 납득할만한 보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대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돌려받길 원하거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처럼 전면 재시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입주가 끝난 단지를 대상으로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는 손해배상'을 해주고 입주전이면 계약해지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세부적인 안건은 나오지 않았다.

    전국 LH 단지곳곳에서 철근누락이 발생한 초유상황인 만큼 배상안 확정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철근누락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및 배상안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집값하락' 등으로 인한 미래손실 등 부수적 피해까지 보듬을 수 있는 구제안이 절실하다.

    수분양자는 죄가 없다. 내집마련 꿈을 안고 '피' 같은 재산을 모아 공공분양단지에 입주했을 뿐이다. 이들이 부실시공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감내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