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사태에 사망한 환자들의대증원 백지화, 봉합 가능성 '먹구름'해결점 못 찾으면 '의사 문호개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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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지난 주말 병원에서 쫓겨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제보를 받았다.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에서는 말기신부전 투석 환자의 수혈을 거부했고 당뇨합병증까지 앓았던 그의 모친은 3일간 대기를 하다 사망했다. 

    전공의 이탈 첫 주에도 빅5 병원에 입원해있던 말기 췌장암 환자가 퇴원을 종용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의료진에게 애원을 해봤지만 통하지 않자 제보자인 남편은 인근 요양병원으로 아내를 전원시켰으나 당일 숨졌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의료대란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취약한 중증, 말기 환자가 타격을 받았고 비상진료 체계에서 희망을 잃었다. 수술이 밀려 절반으로 줄고 입원이 거부되는 상황에서 한 달이 넘게 공포에 떨고 있다.

    생사에 기로에 서 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의대 교수들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 중이다. 일부의 반대가 아닌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하면서 의료붕괴가 예고되자 대통령과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봉합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대세를 바꿨다. 

    문제는 의정 갈등을 풀려면 ▲의대증원 2000명 백지화 ▲전공의 처분 중단(업무개시명령 폐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철회 등 최소한 3개의 안건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앞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비공개회의를 진행한 이후 정부는 전공의 처분을 보류하겠다고 방향을 잡았으나, 의대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도돌이표를 그렸다. 

    즉, 이번에도 목숨을 볼모로 정책 반대를 요구한 의료계의 입장이 온전히 수용돼야 사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국민의 명령이자 의료개혁으로 불리면서 환자들이 버틴 고통의 시간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의미다. 

    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본격적으로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갈등을 풀어내는 중재자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나, 대정부 투쟁와 의대증원 철회를 요청받은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이 탄생하는 날이기도 하다. 타협의 빌미가 없는 구조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셈이다. 

    대치 국면에서 환자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정부와 의료계는 중재의 시간을 정해놓고 갈등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이번 주까지 해결이 어렵다면 '플랜B'가 가동돼야 한다. 약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상황은 없애야 한다. 

    정부는 '외국의사 수입'을 위한 각종 유인책을 설계하고 의료공백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피과 의사 부족의 문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문호개방을 통해 우회로를 열어야 한다. 

    몇 번의 의사 파업을 겪어온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이 의료대란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주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건넨 제안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정부가 의료 선진국 또는 특정 국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시, 제한적으로 의료행위가 가능한 면허를 발급하라', '진료과목별 소요 인원과 근무지역을 명시해 필수, 지역의료에 근무하게 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강대강 대치 국면을 풀기 위해선 국민을 생각한 양보와 타협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국의사의 진료가 당분간은 생소하겠지만 '3분 진료'에 익숙한 환자들이기에 적응도 빠를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