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보도자료 제목에 '개발 성공' 표기로 주주들 현혹정제형 개발 완료에 불과셀리드, 인수한 포베이커 활용해 면역체계 활성화 건기식 판매 플랫폼 구상실상은 이커머스 사업부 신설해 매출 확대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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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제약바이오 섹터를 향한 투자 한파에도 지놈앤컴퍼니, HK이노엔·와이바이오로직스·아이엠바이오로직스, 에이프릴바이오 등 중소 바이오텍이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올리며 K-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바이오기업이 눈속임으로 주주를 현혹하려는 모습을 보여 훈풍이 불기 시작한 제약바이오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는 지난 24일 '니클로사마이드 기반 뎅기열 등 모기 매개 바이러스 감염증 잡는 멀티 치료제 개발 성공'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뎅기 바이러스 4종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의 브라질 긴급사용승인 획득을 목표로 글로벌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2달여만에 '개발 성공'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실상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운송과 보관에 편리한 정제형을 개발한 데 성공한 것에 불과하다.

    현대바이오는 자회사 현대바이오사이언스USA를 통해 임상시험 대행기관(CRO)과 이 치료제의 임상시험 대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혀 아직 임상단계에 진입조차 못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개발 성공은 완전히 개발을 마쳤을 때에나 사용할 수 있고 설령 제형 개발을 성공했다는 점을 의도했다면 제형 개발 성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야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현대바이오의 이 같은 보도자료 배포에 주식투자 커뮤니티를 통해 '임상도 안했는데 무슨 개발 성공' '사기 아닌가' 등의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전임상 절차를 생략하고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임상 몇 상부터 시작할 지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 백신기업 셀리드는 올 3월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포베이커를 인수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을 드러냈다.
  •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지난 12일 IR설명회에서 "암 환자, 노약자를 위해 면역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건기식을 모아 판매하는 플랫폼을 내놓는 것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지만 셀리드는 이날 이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해 냉동감자, 티슈브레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등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셀리드는 여기에 자본잠식에 빠진 포베이커를 5억원에 인수했는데 강창율 셀리드 대표와 김철용 포베이커 대표가 모두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동문이라는 점이 인수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셀리드 일부 주주는 '냉동감자, 피스타치오가 건기식이였구나' '자본잠식된 제빵회사 인수한거 기가 막힌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셀리드 행보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셀리드 관계자는 "아직 포베이커와 합병한 지 얼마 안돼서 강 대표가 말했던 건기식 판매 플랫폼은 향후 추진할 것이다"면서 "이번에는 포베이커의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고 에둘러 말했다.

    올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최대 관심거리였던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헝루이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는 데 실패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로서는 투자 유치의 마중물로 삼을 수 있는 호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이달에만 지놈앤컴퍼니(6월3일, 5864억원), HK이노엔·와이바이오로직스·아이엠바이오로직스(6월17일, 1조2790억원), 에이프릴바이오(6월20일, 6559억원)가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의 분위기 반등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약바이오를 향한 투자 분위기는 마냥 장밋빛이 아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음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바이오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