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 사퇴 가능성' 꺼내자… "정치생명 끝이다" 협박성 발언'김남국 비판 = 이재명 끌어내리기' 인식… 민주당 청년정치인 공격"청년 공격 중단" 비명계 30명 결의문 요구했지만… 채택도 안 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극단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의 폭력적 팬덤문화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개딸들이 코인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비판한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을 겨냥해 '문자폭탄' 등의 도를 넘는 공격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를 문제 삼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가 개딸을 비호하면서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민주 청년정치인 "개딸에 두려움 크다"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최근 일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공격과 관련 "지방으로 이동하는 중에 저 포함해 시·도당 위원장 대학생 2명이 고속도로를 가는 도중에 사고가 크게 났다"며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지고 '이 사고는 쇼다. 이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이른바 '카톡지옥'에 시달렸다고도 말했다. "모르는 분들이 그 방(단톡방)에 초대해서 저희한테 욕설 또는 해명을 요구하는, 왜 이런 것을 했느냐 강하게 뭔가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시·도당 대학생위원장들 같은 경우에는 현역 대학생들이다 보니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많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감당하기에 저였어도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것"이라며 "그 친구 중 일부는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얼굴이나 이런 것이 노출되고 신상이 알려지다 보니 너무 두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이 극단 지지층의 공격을 받게 된 이유는 지난 12일 있었던 기자회견 때문이다. 당시 양 위원장을 포함해 이동학·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 권지웅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등 8명은 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을 비판하며 '의원직 사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개딸들은 친명계인 김 의원이 공격 받자 "이재명과 개혁적인 의원을 향한 조직적인 암살 시도를 막아야 한다" "민주당 청년정치인 8적, 정치생명 끝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이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을 계기로 '이재명 끌어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 30명, '개딸 공격 규탄' 결의문 

    이러한 문제는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거론됐다. 비명계 중진인 전해철 의원은 개딸로부터 공격당한 양 위원장이 찾아와 도와 달라고 했던 것을 의원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또 홍영표 의원을 포함해 비명계 의원 30명은 "민주당 지도부는 청년정치인들에게 향하고 있는 폭력적 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의총에서 결의문 채택을 요구했다. 다수의 의원이 이에 공감했지만 결의문은 채택되지 않았다. 

    결의문 채택에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의총에서 민주당 청년정치인들을 보호하자는 주장에 '청년인 김남국 의원도 스스로 책임졌으니 다른 청년정치인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 참석했던 민주당 한 의원은 26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용민 의원의 발언과 관련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의원들도 '그만하라'고 반발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다른 중진의원도 "김용민 의원을 향해 야유성 비난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의 무게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저런 이야기를 한 것인지 조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가 의총에서 하지 않은 발언을 당내 누군가가 왜곡해서 언론에 제공하고 있나보다"고 반박했다.
  •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개딸 때문에… 친명 vs 비명 갈등 격화

    극단 지지층의 도를 넘는 공격이 민주당 내 집안싸움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개딸의 주요 타깃이 된 비명계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다. 이 대표가 개딸과 결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받은 문자를 공개하며 "이재명 대표님, 이걸 보시고도 강성 팬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시냐"고 물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자에는 "수박놈들이 당선될 바엔 차라리 쓰레기 국힘당놈에게 의원직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수박'은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의미로 비명계 의원들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다. 

    민주당이 진상조사를 한 결과 이 문자의 발신자는 당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민주당은 최근 전혜숙 의원에게 부모 욕설 등의 문자폭탄을 보낸 당원 A씨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A씨는 전 의원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인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전 대표를 도왔다.

    친명계는 개딸들을 감싸고 나섰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BBS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면 다 개딸이고, 개딸은 극렬한 지지자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낙인찍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 최고위원은 이원욱 의원을 겨냥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한 바 있다.

    반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개딸 아닌데 왜 자꾸 개딸이라고 그러느냐'고 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이야기"라며 "지금 문제는 내로남불, 도덕불감증, 당내민주주의가 악화되는 것을 말 못하게 하고 자꾸 억누르는 것을 어떻게 불식시킬 것이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계속되자 페이스북에 "의사표현과 의견 개진은 자유롭고 나아가 활발해야 하지만, 폭언·위협·모욕·허위사실유포 등 상대에게 고통을 가하고 억압하는 방식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갈등·분열·적대감을 야기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개딸들에게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개딸들이 과격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내놓고는 했다. 그러나 개딸이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만큼 비명계 의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의도에 지지기반이 없던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개딸들의 갑작스러운 지지를 받아 스스로도 놀랐을 것"이라며 "그런 재미를 봤던 사람이 이제 와서 개딸들을 쉽게 끊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단 지지층의 폭력적 행태가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당이 화합과 단결해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데 극단 지지층 때문에 계파갈등으로 당이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