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민실위,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평가"KBS·MBC 등 '근거 부실' 침몰 의혹 거듭 제기""'외력설' 키운 부실 보도‥ 비과학적 가설 전파""외력침몰설, AIS·CCTV 조작설 모두 사실 아냐""진실과 크게 동떨어진 관련 보도, 바로잡아야"
  • ▲ 2018년 4월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를 제작한 방송인 김어준. ⓒ뉴데일리
    ▲ 2018년 4월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를 제작한 방송인 김어준. ⓒ뉴데일리
    9개 국가기관의 수사·감사·조사를 통해 침몰 원인이 규명된 상황임에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이 횡행하는 이유가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 때문"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언론계에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 4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구성되는 진실은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세월호 외력 침몰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세월호 CCTV 관련 증거 조작·은폐 등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를 9년 동안 취재해온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가 집필하고, 민실위원들의 회람을 거쳐 공식 채택된 문건이다.

    김 기자는 이 보고서를 통해 '사실이 아닌 보도'로 음모론 확산의 기폭제가 된 기사들을 조목조목 비판한 뒤 해당 기사를 출판한 주요 언론사에 "'편집자 주'를 달고 사실을 바로잡을 것"을 정중히 권고했다.

    목포MBC, KBS, 한겨레의 관련 기사들을 콕 집어 "부족한 보도들"이라고 비판한 김 기자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음모 뒤에 숨어 인기와 돈과 자리 따위를 탐하는 자에게 '이제 멈출 때'라고 짚어 줘야 한다"며 "부실한 사실 확인 때문에 진실에서 크게 동떨어진 세월호 관련 보도를 냉철히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참위의 외력 조사보고서, 전문기관 조사로 '기각'

    김 기자는 "304명의 희생 이후 9년 동안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을 화두로 하는 우리 사회의 초장기 이슈로 지속됐다"며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2014년 검경합수본에서 지난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까지 모두 9개 국가기관이 수사·감사·조사를 진행했음에도 참사 9주기를 맞은 올해 역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SNS상에는 참사 초기부터 제기됐던 △잠수함설 △앵커설 △고의적 구조 방기설 △AIS 항적 조작설 △국정원 연루설 등 수많은 의혹들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고 소개한 김 기자는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오랫동안 조사하고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지난 9년의 여러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인 세월호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이유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세간의 각종 의혹들도 대다수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며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는 유가족들의 시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먼저 김 기자는 세월호 외력 침몰 의혹(외력설)의 발단이 된 '열린안 보고서'는 침몰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논거가 부족하고 소수의견에 불과했으나, 2018년 12월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이를 입증하기 위해 3년 6개월간 수많은 조사를 벌였다고 되짚었다.

    김 기자는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1년 4개월한 직접 조사한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2018년 8월 6일 2개의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그 중 '내인설 보고서'는 '중고선 도입 후 무리한 증개축, 일상적 화물 과적, 부실 고박, 관행적 평형수 감축 등 복원성 취약 상태로 운항하던 세월호가 사고 당일 병풍도 해상에서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 고장으로 통제되지 않는 방향타의 우선회가 발생해 선체가 우현 급선회하며 좌현으로 크게 기울어진 끝에 침몰했다'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열린안 보고서'는 자체적인 침몰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못한 채 좌현 핀안정기의 과도한 회전과 핀안정기실 부근 외벽의 균열 등 침몰 원인으로 볼 수도 있는 흔적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지로 작성됐다"고 소개한 김 기자는 "그런데 내인설 측 위원들의 입장은 통일적이었던 반면 열린안 측 위원들의 입장은 단일하지 않았다"며 "일부 위원이 사실상 내인설 시나리오에 동의하는 견해를 보여, '외력 가능성'을 제시한 위원은 전체 6명 가운데 2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선조위의 외력설은 사실상 '소수안'이었음에도 사참위는 외력설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조사 과제들을 직권으로 설정해 3년 6개월에 걸쳐 수많은 조사를 벌였다"며 "그 결과 사참위 세월호 진상규명국은 '좌현 핀안정기의 과도한 회전, 좌현 외판의 균열, 그리고 사고 당시 선체의 급격한 좌현 횡경사 등이 모두 잠수함의 후방 추돌에 따른 것(직나-9, 직나-10)이며, 선조위 내인설이 제시했던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은 사고 당시 선체 급선회와 무관(직나-8)하다'고 결론 내린 조사결과보고서들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참위 전원위원회는 이 보고서들에 대해 전문기관인 대한조선학회의 공식 검증을 요청했고, 그 결과 '직나-9', '직나-10' 보고서가 추정한 잠수함 추돌 가능성은 기각됐다"고 밝힌 김 기자는 "'직나-10' 조사를 위해 세월호 모형항주시험 용역을 수행했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도 최종 보고서에서 '사고 당시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는 외력을 상정할 필요 없이 선체 내부적 요인만으로 충분히 설명된다'고 명시했다"고 거론했다.

    김 기자는 "이에 따라 사참위 전원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며 "3년 6개월에 걸친 사참위의 외력 조사는 대한조선학회와 마린 등 전문기관에 의해 완전히 기각됐고,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유일한 합리적 설명은 선조위 내인설만 남겨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목포MBC, '외력설 주장' 인물 견해‥ 검증 없이 보도

    김 기자는 "2018년 8월 당시 선조위가 2개의 종합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절대 다수 매체들의 보도는 하나같이 '열린안=외력설'이라는 해석을 기초로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열린안에 서명했던 일부 위원은 외력 가능성에 대해서만큼은 선을 그었기에 이는 잘못된 해석이었다"고 지적한 김 기자는 "각 조사위원들의 세부적 입장에 대한 취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며 "'부실한 취재'는 '부족한 보도'로 이어져, 절대 다수 매체들(한겨레와 뉴스타파 제외)이 '내인설과 외력설이 3 대 3으로 갈렸다' '침몰 원인에 대한 결론을 못 내린 채 활동을 종료했다'고 보도했다"고 짚었다.

    김 기자는 "선조위 시기 '부족한 보도'들은 비단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서만이 아니었다"며 "선조위 활동 종료를 불과 5일 앞둔 2018년 8월 1일, 목포MBC는 뉴스데스크 톱기사로 '세월호 선체에서 외력의 흔적이 처음 발견됐다'고 보도했다"고 거론했다.

    김 기자는 "이 기사는 좌현 핀안정기실 부근 외판의 균열, 그리고 핀안정기실 내부 기둥 등의 변형 형태가 '뒤에서 앞으로' 외력이 작용한 흔적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 보도의 소스를 제공한 취재원은 선조위 내에서 외력설을 주장한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외력으로 침몰했을 수 있다는 매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목포MBC는 다른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교차검증을 거쳐 보도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지적한 김 기자는 "그러나 보도 속에는 정보를 제공한 인물의 코멘트만 2차례 담겼고, 게다가 핀안정기실 내부 변형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내용마저 사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결국 이 보도는 외력설을 주장하는 한 인물의 개인적 입장을 검증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근거가 부실한 세월호 외력 침몰 의혹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활동을 종료한 사참위의 침몰 원인 조사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매체들은 사실관계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받아쓰기 보도만 내놨다"고 비판했다.

    다수 매체들이 사참위 위원장의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사참위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이런 '부족한 보도'로 인해 실제로는 기각된 외력 가능성이 '입증을 못했을 뿐 여전히 남겨진 의혹'인 것처럼 대중에게 전달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목포MBC, '세월호 조타수 발언' 잘못 해석해 보도

    김 기자는 목포MBC의 또 다른 기사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해 결과적으로 '외력 의혹'을 확산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참위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4월 목포MBC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전 세월호 조타수 조모 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당시 조씨는 "계속 배가 그쪽(오른쪽)으로 가길래 좌현 쪽으로 돌려 가지고 계속 잡고 있었는데도 계속 그쪽(오른쪽)으로 돌아갔단 말입니다" "(장치가 고착됐다면) 아예 처음부터 확 돌아가지,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갑자기 계속 탄력 받아서 확 돌아가진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목포MBC 기자는 이 멘트를 두고 선조위 내인설이 제기했던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에 대한 반론이라고 판단했으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선조위 내인설 보고서는 사고 당시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장이 발생했다고 밝히면서도 실제로 방향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 각도까지 돌아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며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항주시험과 선조위의 관련 시험 등을 종합하면 조씨의 멘트는 사고 당시 세월호의 방향타가 비교적 천천히 계속 오른쪽으로 돌아갔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일 뿐,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

    또한 "조씨가 '배를 안정시키는 그 날개 부분에 한쪽이 걸려가지고 배가 돌아갔다. 나는 계속 이쪽(왼쪽)으로 돌리고 있는데도 이쪽(날개)에 계속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목포MBC 기자는 '좌현 핀안정기 잠수함 추돌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판단했으나, 이 역시 잘못된 해석이었다"고 김 기자는 주장했다.

    김 기자는 "조씨의 멘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계속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은 '날개'는 좌현이 아니라 우현 핀안정기임을 알 수 있다"며 "조씨는 당시 뱃머리가 너무 빨리 오른쪽으로 돌아가다 보니 마치 오른쪽 핀안정기 부분을 뭔가가 붙잡고 있는 것과 같은 '주관적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조씨는 이런 느낌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번 말했던 적이 있지만 결국 법정에서 큰 의미 없는 진술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 집단' 검증받기 전, 사참위 용역결과물 보도

    김 기자는 KBS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 1일 KBS는 9시 뉴스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한 리포트 2건을 방송했는데, 모두 사참위의 용역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첫 번째 리포트는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가 침몰 당시 해저면에 박히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회전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돼 운항 도중 무언가와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 리포트는 세월호 화물칸에 실려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복원 영상 속 음성을 분석해 보니 화물이 대규모로 이동하기 5초 전쯤 포착된 '끼익'하는 고주파 음이 금속 간의 마찰음으로 보인다며 핀안정기 부위에 외력이 작용했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취재 기자가 출연해 "수중에서 핀안정기가 과회전할 정도의 강한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은 잠수함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전하는 장면도 리포트에 담겼다.

    김 기자는 "이 보도 나흘 뒤인 11월 5일 사참위는 관련 용역보고서들을 대한조선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 세션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니까 KBS는 불과 나흘 뒤 전문가 집단의 검증을 받을 예정이던 사참위 용역결과물을 성급하게 보도함으로써 사실상 검증이 생략된 무리한 의혹만을 제기한 셈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나흘 뒤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 현장에서 전문가들은 사참위 용역결과물들의 방법론과 해석 등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일제히 지적하며 혹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그러나 KBS는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 현장에 취재진을 보내 이 같은 내용들을 취재했음에도 관련 후속 보도를 내놓지도 않았다"며 "사실상 사참위 용역보고서라는 단일 소스에만 의존해 의혹부터 제기한 뒤 전문가들의 검증 결과 '무리한 보도'였음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모른 척 넘어가 버렸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AIS 항적 조작 없었는데‥ 영화 '그날, 바다'로 조작설 퍼져

    김 기자는 "세월호의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항적 데이터는 사고 당시 선체의 거동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기초 자료였다"며 "참사 초기 정부가 항적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정 항적을 내놓으면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김어준·김지영 씨가 제작해 2018년 4월 11일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가 대표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기자는 "그러나 선조위는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AIS 항적 데이터를 네덜란드 항적수집업체 메이드스마트사의 데이터와 비교 검증한 결과 '조작이나 편집된 흔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이는 2018년 8월 내인설과 열린안 보고서에 공히 기재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선조위에 이어 출범한 사참위는 AIS 항적 조작 의혹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되짚은 김 기자는 "김어준·김지영 씨도 '그날, 바다' 후속편 격인 영화 '유령선'을 2019년 4월 개봉하며 AIS 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했고, 2019년 11월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출범하자 416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은 영화 '유령선'을 근거로 AIS 항적 조작 의혹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2020년 7월 뉴스타파는 영화 '유령선'이 주장한 참사 당일 AIS 항적에 대한 조작 행위는 전혀 없었다는 반박 검증 보도를 내놨으나, 사참위는 2020년 12월 '참사 당일 해수부 상황실 모니터에 오후 4시 이전과 이후로 서로 다른 세월호 항적이 표출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 AIS 데이터 조작 의혹과 관련돼 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뉴스타파의 검증취재 결과 참사 당일 오전 4시 이전에 해수부 상황실에 표출됐던 항적은 세월호의 것이 아니라 주변을 항해하던 두라에이스호의 것이었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한 김 기자는 "며칠 뒤 검찰 특수단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AIS 데이터 조작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사참위 진상규명국은 선조위 조사, 뉴스타파 검증 보도, 검찰 특수단 수사 결과를 모두 수용하지 않은 채 AIS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조작' 결론을 담은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전원위원회에 상정했다"고 밝힌 김 기자는 "그러나 조사위원들은 2022년 5월 24일 제148차 전원위원회에서 '진상규명국의 조사 내용이 기존 선조위 조사와 검찰 특수단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이 보고서의 채택을 부결시켰다"고 밝혔다.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AIS 항적 조작설 발원지


    김 기자는 "세월호 AIS 항적 데이터 조작 의혹은 참사 직후부터 제기됐는데, 발원지는 한겨레TV가 정규물로 편성해 방영한 '김어준의 파파이스'였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다큐멘터리 감독 김지영 씨가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출연해 세월호 AIS 항적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을 제기하며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고 언급한 김 기자는 "이 방송은 한겨레 소속 기자들이 김어준·김지영 씨와 함께 배석해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을 취했는데, 대중으로 하여금 김어준·김지영 씨가 제기한 의혹이 한겨레의 실력 있는 기자들로부터 상당한 합리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여겨지도록 만든 중요한 기제였다"고 평가했다.

    김 기자는 "그러나 한겨레는 검증 취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김어준·김지영 씨의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은 '누군가 좌현 앵커를 고의로 투하시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황당한 가설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한 김 기자는 "한겨레는 '검증되지 않은 AIS 항적 조작설과 앵커 침몰설' 방송 내용을 결국 인터넷 면에 기사로 출고하기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김 기자는 "김어준·김지영 씨는 수개월간 한겨레TV를 통해 제기한 의혹들을 종합해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며 "약 3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18년 4월 11일 세월호 AIS 항적 조작과 고의 침몰설을 주장한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됐다"고 되짚었다.

    이를 두고 "영화는 '사실의 기록'을 의미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AIS 조작과 앵커 투하라는 비합리적 공상과 무책임한 의혹들로 채워진 공상과학(SF)물이나 다름없었다"고 혹평한 김 기자는 "그런데 MBC는 '출발 비디오여행'을 통해 이 영화가 '그날의 진실에 다가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며 "MBC의 방송은 '그날, 바다'가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우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CCTV 조작‧은폐 의혹은 사실무근‥ 특검도 "무혐의" 판단


    김 기자는 '세월호 CCTV 관련 증거 조작‧은폐 의혹'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김 기자는 "2019년 3월 28일 사참위는 세월호 선내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 저장장치인 디브이아르(DVR)에 대한 이른바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했다"며 "이는 참사 2개월여 뒤인 2014년 6월 22일 밤 수거된 것으로 알려진 세월호 DVR이 실은 그보다 훨씬 앞서 은밀하게 수거돼 내부 데이터에 대한 조작이 가해졌으며, 6월 22일에 수거 장면을 수중촬영한 DVR은 껍데기뿐인 가짜 DVR이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기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참위는 구조 당국이 가짜 DVR을 바지선에 올린 직후 내부 데이터가 이미 조작된 진짜 DVR과 다시 몰래 '바꿔치기'해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추정했고, 구조 당국이 DVR 수거 장면을 수중촬영한 영상도 조작 및 편집된 흔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사참위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김 기자는 "당시 사참위는 'DVR 오른쪽 손잡이의 고무 패킹이 수중영상 속에서는 떨어져 있었는데 바지선 위 촬영 영상 속에서는 붙어 있었다는 점'을 바꿔치기의 근거로 제시했는데, 뉴스파타는 문제의 고무 패킹은 떨어져 있던 것이 아니라 수중에서 수압에 의해 눌려 있었던 것임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며 2019년 8월 19일~21일 뉴스타파가 사참위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했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1월 출범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사참위가 의뢰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DVR 바꿔치기나 수중영상 조작‧은폐 등의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비공개 브리핑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유가족이 특수단에 '수사 결과를 곧바로 발표하지 말고 추가 수사의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참위 진상규명국도 검찰 특수단 브리핑에 아랑곳없이 자체 조사를 이어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0년 9월 사참위는 "수거된 후 법원의 증거보전명령에 따라 청주의 명정보기술에서 복원했던 DVR 하드디스크 속 CCTV 영상파일들이 대거 조작된 흔적을 발견했다"며 세월호 CCTV 관련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사참위의 요청으로 2021년 5월 10일부터 3개월간 수사를 벌인 세월호 특별검사는 2021년 8월 10일 사참위가 제기한 세월호 CCTV 관련 모든 의혹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특검은 "있는 사실을 못 밝힌 것이 아니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참위 진상규명국은 DVR 바꿔치기, 수중 영상 조작‧은폐, CCTV 영상파일 조작이 모두 실재했다는 결론을 담은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전원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사참위 조사위원들은 지난해 5월 24일 제148차 전원위원회에서 "진상규명국의 조사 내용이 검찰 특수단과 특별검사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이 보고서의 채택을 부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사참위가 제기한 'DVR 바꿔치기 의혹', 검증 없이 보도


    이 외에도 김 기자는 사참위의 두 차례 공식 발표를 다룬 MBC와 KBS의 기사들도 검증 형식을 띠면서도 방법론 측면에선 부실한 기사였다며 "부족했던 보도들"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2019년 4월 15일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세월호 참사 5년, CCTV마저 감췄나?>는 탐사 기획을 표방했음에도 사참위가 제기한 'DVR 바꿔치기 의혹'의 합리성을 검증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이 사참위 주장을 충실하게 해설해 주는 데에만 그쳤다고 평가했다.

    김 기자는 "사참위 주장대로 가짜 DVR을 수거한 직후 미리 내부 데이터를 조작한 진짜 DVR과 다시 바꿔치기하려면 당시 바지선상에 있던 다수의 민간 잠수사를 포함한 수십 명의 눈을 모두 피해야만 가능했으므로 마땅히 현장에 있던 이들을 찾아 취재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스트레이트는 이를 시도하지 않았다"며 "취재 착수 단계부터 사참위의 주장이 사실일 것으로 단정한 이 프로그램은 특히 세월호 참사 5주기에 맞춰 방송됨으로써 비합리적 의혹을 더욱 대중적으로 증폭시키는 데에만 기여했다"고 혹평했다.

    2019년 4월 16일 송고된 KBS의 <[단독] 세월호 DVR 수색영상 입수…"사라진 20분, 수색영상도 조작됐다"> 역시 참위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만을 충실히 반영한 보도였다고 지적한 김 기자는 "△DVR 수거 장면을 촬영한 영상 외의 다른 수중 영상들에서는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지 않았는지 확인했어야 했고 △발견된 문제들이 해군 수중 영상 장비의 특성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는지 △당시 해경과 해군과 민간 잠수사가 각각 촬영한 수중 영상들을 해경이 일괄 수합해 관리하던 현장 시스템이 부실해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었는지 등을 고려하는 취재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처럼 복잡한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으면서 '사실관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2021년 7월 MBC가 연속으로 보도한 <[단독] '세월호 CCTV' 복원했더니…'1박2일'·'강남스타일'이?> <[단독] 장비 오작동으로 복원 파일에 오류?…"국과수가 재검증"> <[뉴스인사이트] 세월호 CCTV의 엉뚱한 파일…그 오류에 주목하는 이유」>등의 기사들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기자는 "복원된 세월호 CCTV 영상 파일들 속에 '1박 2일'이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같은 엉뚱한 영상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은 사참위가 의혹을 공식 발표할 당시엔 밝히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문제의 영상 파일은 DVR과 함께 수거된 안내 데스크 노트북에 담겨 있던 것으로, DVR과 노트북이 연결돼 사용된 적은 없기 때문에 이런 흔적이 조작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의심할 여지는 분명히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복원 파일 속에 엉뚱한 영상이 섞여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더욱 치밀한 취재가 필요했다"고 지적한 김 기자는 "세월호 CCTV 영상은 DVR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었는데, 2014년 6월부터 8월까지 명정보기술에서 진행된 복원 작업 대상은 DVR 하드디스크만이 아니었다"며 "DVR과 함께 수거된 세월호 안내 데스크 노트북, 그리고 승객의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카메라의 에스디(SD) 카드 복원도 함께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복원 작업을 총괄 관리‧감독했던 김인성 교수는 DVR과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의 복구 파일을 외부 저장 매체에 함께 담아 법원에 제출했고, 이와 동시에 이들 파일을 또 다른 외부 저장 매체에 추가로 옮겨서 '개인적으로' 보관했다"며 "이를 다시 여러 외부 저장 매체들로 복사해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일부 언론사 취재진에게 제공하기도 했다"고 되짚었다.

    이후 "2016년 초 세월호 특조위의 명령에 따라 김 교수가 보관 중인 CCTV 복원 파일을 또 다른 외부 저장 매체로 복사해 제출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세월호 특조위까지 들어온 파일들이 다시 사참위로 인계됐다"고 밝힌 김 기자는 "이처럼 세월호 CCTV 영상 복원 파일은 김인성 교수가 개인적으로 보관하며 여러 저장 매체로 옮기기를 반복하다가 특조위를 거쳐 사참위로 가기도 했고 유가족들을 거쳐 MBC로 가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김 기자는 "바로 이런 복잡한 과정 중에 일부 파일들이 뒤섞이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세월호 특검의 수사 결론이었다"며 "MBC 취재진이 유가족들로부터 입수한 파일의 이동 경로와 경위 등을 먼저 확인했다면 어쩌면 사참위의 잘못된 판단과 무리한 해석을 지적하는 보도를 내놓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