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헌법 개정' 않고 국가 정체성 흔드는 속임수"문수정 "민변 주도로 40년 前 사건에 대한 '맞춤형 재심청구' 사례 늘고 있다"최기식 "일심회 간첩사건 경험 공유… 대공수사권 폐지로 수사 노하우 사장될 것"황흥익 "국정원 의지, 양지회 동행, 국민 선택, 대통령 결심 필요… 가처분신청 고려해야"
  • ▲ 국정원 퇴직직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지회관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이유 및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최기식 변호사,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 장종한 양지회장, 문수정 한변 사무차장(변호사), 황윤덕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략연구원장(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서성진 기자
    ▲ 국정원 퇴직직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지회관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이유 및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최기식 변호사,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 장종한 양지회장, 문수정 한변 사무차장(변호사), 황윤덕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략연구원장(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서성진 기자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쳐라."

    국무총리실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장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인환 변호사는 문재인정권이 추진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비판하며 블라드미르 레닌의 공산혁명전술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여기서 전자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후자의 민주주의는 인권, 표현의 자유, 적법절차를 의미한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 퇴직 직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지회관에서 개최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이유 및 방안' 토론회에서 "대공수사는 '자유의 적'과 '일반 국민의 자유와 평화' 가운데 하나를 보호할 것을 선택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전복시키는 '자유의 적들'에 대한 인권침해 위험성에도, 국가안보를 확보해 국가의 체제와 일반 국민의 자유·평화를 보호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文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헌법 개정' 않고도 국가 정체성 흔드는 속임수"

    박 변호사는 문재인정부가 시도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헌법 개정을 하지 않고서도 국가 정체성을 흔들 방법"이라고 평가하며 "문재인정부가 국정원의 수사권, '북한과 연계되지 않은 국내 보안정보'에 대한 정보수집권을 박탈함으로써 국정원을 형해화해 껍데기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문재인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되면서 제일 먼저 시도한 게 헌법 개정인데, 국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며 "헌법 개정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국가보안법 해체와 국정원의 해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정권에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속지 마시라. 이관이 아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이자 '철거'인데 국민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이관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원래 대공수사는 검찰·국정원·경찰이 서로 협력해서 하고 있던 것인데,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기한 것이다. 그러면 남는 게 경찰밖에 없다. 마치 경찰에는 대공수사권이 없었는데 국정원의 권한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마치 변화가 없을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안수사관 혼자 범인·변호사·민주당·민노총·좌파언론 상대하는 현실"

    박 변호사는 "공안사건은 수사기관, 이에 대응하는 피고인 공안사범과 변호사의 사법투쟁이다. 공안수사관은 범인만 1 대 1로 상대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상대하고 좌파언론 상대해야 한다. 저쪽은 범인과 변호사·더불어민주당·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나아가 좌파언론 등 좌파가 일체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모 사건의 중국 국적 피고가 추방될 위기에 처해졌는데 그 사건을 담당했던 민변의 한 여자 변호사가 재판 중 그 피고와 결혼한다. 그는 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 ▲ 국정원 퇴직직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지회관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이유 및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문수정 대한변협 홍보이사 겸 한변 사무차장(변호사), 최기식 변호사, 황윤덕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략연구원장(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 황흥익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실장. ⓒ서성진 기자
    ▲ 국정원 퇴직직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지회관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이유 및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문수정 대한변협 홍보이사 겸 한변 사무차장(변호사), 최기식 변호사, 황윤덕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략연구원장(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 황흥익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실장. ⓒ서성진 기자
    문수정 "민변 주도로 40년 전 사건에 대한 '맞춤형 재심 청구' 사례 늘고 있다"

    한변(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문수정 변호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법' 제정 이후로, 민변이 주도해서 과거사 관련해서 재심 청구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불법구금·고문 등을 이유로 집요하게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굉장히 좌파 인사들로 가득 찬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지 않은가"라며 "이 위원회는 많은 참여자가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과거에 검찰과 국정원의 지시 아래 대공수사를 했던 보안사 수사관들을 대거 소환해서 조사했고, 보안사 수사관들은 '나라가 부르니 응한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사실 40년 전이기 때문에 지금 기록과 똑같은 수준의 완벽한 기록이 없다. 대부분 보존된 기록이 부족하다든가 가혹행위가 있어서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든가 하는 사유로 대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변호사는 "과거 보안사는 국정원 안에서 수사했는데 사실 그 절차는 법령에 없었다. 그래서 '법령에 없는 절차로 만들어진 조서이기 때문에 이건 증거가 아니다' '검찰에서 죄를 인정했지만, 이 사람은 고문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도 증거가 안 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결국 남는 건 재심 현장에 나온 증인들"이라고 강조했다.

    문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러한 행태는 장기적으로 수사관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경고장이 돼 대공·대정부 전복 수사를 무력화하고,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 대목"이라며 "현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기식 "일심회 간첩사건 비춰 보면… 대공수사권 폐지로 수사 노하우 사장될 것"

    공안검사 출신인 최기식 변호사는 2006년 일심회 간첩사건, 2008년 이적단체 실천연대(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박탈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만 갖게 할 경우 수사 노하우를 사장시킬 우려가 매우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일심회 간첩사건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친 첩보의 수집을 바탕으로 국정원 대공수사요원들이 해외,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 협업해 장기간 잠복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 해외 국정원 동료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간첩의 접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다면 이러한 국외 협력 채널을 구축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고,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국정원과 경찰 간의) 협업의 정도는 국정원이 직접 대공수사를 할 때보다는 훨씬 약화될 것이다. 사실상 두 기관의 협업은 불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일심회 간첩 수사 당시 국정원의 오랜 수사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know-how)를 바탕으로 압수한 간첩 총책의 노트북이나 USB 등 관련 증거를 풀 수가 있었는데, 증거를 확보하고도 암호화된 증거를 풀어내지 못하면 그 수사는 더 진행되지 못한다"며 "이러한 노하우는 오랜 수사 경험과 기법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인데,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박탈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할 경우 수사 노하우를 사장시킬 우려가 매우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바람직한 대공수사 모델로 국정원의 외청으로 안보수사청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첩보 수집기관과 수사기관이 최소한 같은 지붕 밑에 있으면 국내와 국외를 연계해야 할 사건이 많을 텐데 해외 활동 요원을 확보한 국정원 지붕 밑에 있으면 효율성이 높다. 혹시 정치적 외풍이 문제가 될 때 경찰보다는 국정원이 더 견고할 수 있고, 오랜 국정원의 수사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고 연결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흥익 "국정원의 의지, 양지회의 동행, 국민의 선택, 대통령 결심 필요"

    국정원 출신으로 국가안보통일연구원에서 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황흥익 박사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며 포기하라는 것은 '도둑집단이 절도죄 수사권을 은행 청원경찰로 넘기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황 박사는 "입법적으로 이미 폐지가 임박한 상황이지만, 국정원의 의지, 양지회의 동행, 국민의 선택, 대통령의 결심이 있다면 수사권 환수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며 "대공수사권 정상화 방안은 결국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는 민주당 의석 수에서 밀려서 안 되고 그렇기에 금년 말 헌법소원을 제기함과 동시에 위헌법률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해서 국정원법을 정지시킨 후 총선을 거쳐 법 개정작업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종한 양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60여 년간 북한의 대남적화 기도를 분쇄하며 국가안보의 보루역할을 해온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가안보를 허물고 국가정보기관을 무력화하는 이적행위라는 점에서 국정원 전직들의 깊은 분노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국정원 전직들은 남은 기간 동안 대공수사권 정상화를 통해 국가안보를 바로 세우겠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에 금번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